진재교 교수, 『지식과 조선 ― 사회를 읽는다』 출간
- 조선 후기 사회를 지식 사회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다

진재교 교수(한문교육과·동아시아학술원)의 저서 『지식과 조선 ― 사회를 읽는다』(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25년 3월 30일 간행)가 출간됐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지식의 생성과 유통 과정을 사회사적 맥락에서 조망하며, 조선이 근대 전환기의 역사적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이유를 지식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진 교수는 20여 년간 조선 후기 지식 사회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이번 저서를 통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본격화된 문화 교류 속에서 새로운 지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전파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특히 통신사행과 연행사행 등 사행(使行) 활동을 통해 외부 세계와 접촉한 역관과 중간계층의 역할에 주목하며, 이들이 체험하고 습득한 지식을 당대 사회에 어떻게 전달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책은 지식과 정보의 생성 및 축적 방식, 이를 바탕으로 한 저술 활동의 전개, 한문 지식인 계층과 지식 간의 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국내외 공간에서 지식이 형성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체험·독서·서재 문화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추적하며, 개인의 사적 영역과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지식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지식은 시간이 흐르며 사족 중심의 체제와 세도정치의 틀 속에서 특정 지식인 계층에 의해 점차 독점되고 위계화되었고, 이는 새로운 공론장의 형성을 막아 지식의 자유로운 유통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 교수는 진단한다.
이 책은 지식의 권력화 과정을 중심으로, 조선이 국가와 지식인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결국 근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역사적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을 짚는다. 조선 후기 사회를 지식의 흐름이라는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 저서는 지식사회학적·문화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조선 사회에 대한 새로운 역사 인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