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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의 지휘자 MC 섭이

원대한 목표나 꿈보다 일상에서 주는 소소한 행복들이 제가 볼 땐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적당히 노력하시고 적당히 기회를 보세요.
어차피 우리들은 성균인이라, 될놈입니다.

화학공학 12, 임경섭 동문

  • 대학 축제의 지휘자 MC 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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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이 빛나기 위해서 묵묵하게 뒷받침하는 밤하늘. 축제의 막이 오르기 위해서는 축제의 지휘자, MC를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이 기다리는 이는 비단 아티스트만이 아니다. MC 섭이로 활동 중인 임경섭 동문은 자신만의 재치와 독특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많은 이들을 기다리고 열광하게 한다. 본인의 유튜브 채널 <섭이네>에 업로드한 축제 영상은 축제의 빛나던 순간을 불러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관객들과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대학 축제 MC 일인자로 자리 잡았다. MC계의 새로운 길을 연 MC 섭이, 임경섭 동문을 만나보았다.




Q.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어떤 학생이셨나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돌연변이였죠.(웃음) 실제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나간 적이 많이 없고요.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로망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미팅, 엠티, CC, 동아리 회장, 수업 빠지고 디도 앞 잔디에서 막걸리 마시기 등 많은 경험을 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사건 사고도 잦았죠. 일례로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신관 기숙사에 들어갔던 적이 있어요. 입주 첫날, 이 기쁨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다 같이 모여서 술을 먹었습니다. 근데 하필 저희 옆집이 기숙사 조교님이 사시던 곳이라, 바로 적발이 되었고 그날로 영구 퇴실 조치를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지명수배 전단지처럼 신관 기숙사 곳곳에 제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물론 재밌어서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을 좋아하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건 뭘까?'


"선배님은 만약에 제 나이 때로 돌아오신다면 어떤 걸 하시겠어요?"


"너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해?"


이러한 질문들을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었고, 그때 했던 이야기와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그러한 데이터들이 쌓이고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점점 생기면서 '국민 MC'라는 꿈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Q. MC가 되야겠다고 결심한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의 연장선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제가 생각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사는 이유는 그것을 알기 위해 사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펜에도 글을 쓰는 역할이 있듯이 나에게도 역할과 쓰임이 있을 것이다.




역할이란 무엇인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을 내리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일종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특히 대학생 시절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 온 힘과 시간을 다 쏟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군대 전역 일주일 전,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정리했고, 저 자신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끌어낸다고 정의할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시, 군대 의무 당직을 서면서 저를 정의한 이 한 줄을 적는데 정말 영화처럼 TV에 유재석님이 나오시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저기 있다면 어떨까?'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심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길로 저는 국민MC라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Q. MC라는 직업의 매력과 어려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MC가 Master of Ceremonies의 약자인 것처럼, 일종의 지휘자 역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행사나 프로그램도 같이 방향을 맞춰가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초창기여서 많은 관심을 받고 하는 것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MC는 자신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을 돋보여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됐어요.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였는지,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진행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MC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됐습니다. 밤하늘 별빛이 반짝이기 위해서, 묵묵히 뒤에서 배경이 되어주는 밤하늘의 존재가 진정한 MC의 역할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 MC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관계자분들을 만날 때 힘든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 한번 관계자들이 담배 피우면서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어요.




"야 MC가 중요하냐? 연예인 섭외가 우선이지. MC는 아무나 돌리면 돼."




그날 제가 MC였기 때문에, 마음이 더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더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Q. 대학 축제뿐 아니라 많은 행사의 진행자로 참여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언제였나요?


진부한 얘기지만 유재석님을 만났을 때 같아요. 과거 MBC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님이 유산슬로 활동하실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유산슬의 첫 팬미팅 사회를 제가 맡았습니다. 작가님을 통해서 섭외 연락을 받았는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안녕하세요. <놀면뭐하니?> 작가 000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예????"




전화를 마치고 어머니와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좋아했던 그 기억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렇게 밤을 새워가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팬미팅 준비를 했고, 당일 변동 사항이 많았음에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유재석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생에 첫 팬미팅인데 이렇게 진행을 잘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유재석님을 보고 꿈을 꿨던 아이가, 유재석님의 첫 팬미팅을 진행한다는 것 그 자체로 저한테는 영광이었고 꿈이었습니다.




▲ MBC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중




Q. 일반 행사와 대학 축제는 분위기가 다른데요, 각각의 행사를 준비할 때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느 행사든 마찬가지지만, 행사의 대상과 주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행사의 주최가 원하는 목적이 정보 전달, 재미, 감동 중 어떤 것인지 같은 것들이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대학 축제와 일반 행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 축제는 공연 팀이 매우 많아서 변동되는 사항이 많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즉흥적으로 잘 끌어 나갈 수 있도록 평상시에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편입니다.






Q. 이번 축제 시즌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변경 사항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동문님만의 대처 방법이 있나요?


그냥 기도합니다. 차 안에서 저만의 기우제를 지내고요. 비가 오면 보는 관객들도 짜증이 나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방법이 딱 있기보다는, 평소보다 두 배 더 열심히 합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요. 그럼 놀랍게도 관객들이 그 진심을 알아주십니다. 그때부터 호응과 반응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 참 뿌듯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거짓 없이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임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Q. 학생들과 함께하는 콘텐츠가 유튜브 채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요. 큐시트나 대본이 없는 즉석 콘텐츠를 진행하는 동문님만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상대방을 안심시켜 주는 푸근한 인상이 제 비결 인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무대 경험이나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저는 그 분위기를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 마다 가진 매력이 있거든요. 그 매력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매력이 보이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 (좌) 2016 대동제  | (우) 2023 대동제




Q. MC뿐만이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시는 것 같아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이유와,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저란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MC로만 국한된 MC섭이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간 임경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국민 MC라는 꿈을 꾸고 있어서 단순히 사회자로서의 일만 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Q. MC 섭이와 인간 임경섭의 차이점이 있나요?


예전에는 없었는데, 어느 정도 책임감이 생기고 나서 차이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진행 할 때도 평상시처럼 편안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저를 섭외해 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에 따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좀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임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말이 적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 사람 결국 이뤄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타고난 천재형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고 꾸준히 정진하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야 많은 사람이 용기 내서 자신의 꿈을 꾸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저의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멋진 말이나 감동적인 말은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들께 듣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저는 그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마디 올리겠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너무 아등바등하면서 살지 마시고, 너무 노력하지 마시고,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어차피 삶은 흘러갑니다. 내가 죽어라 잡고 있겠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시고 현재를 느끼시고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바람을 느끼시고, 햇살을 느끼시고, 꽃 냄새를 맡으시고, 새소리를 들으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웃으시고, 친구랑 수다를 떠시고, 맛있는 걸 사드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시고, 노래를 흥얼거리시고 춤을 추십시오. 원대한 목표나 꿈보다 일상에서 주는 소소한 행복들이 제가 볼 땐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조금 지내보니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당히 노력하시고 적당히 기회를 보세요. 어차피 우리들은 성균인이라, 될놈입니다.







성균웹진 윤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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