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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세상을 움직일 때

나노광학의 최전선에서 해외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이어 오던 김세정 교수는 2025년 9월,
우리 대학 전자전기공학부에 합류하며 나노광학 연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낯설고도 흥미로운 해외 연구 환경 속에서 더욱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안고 귀국한 김세정 교수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전자전기공학부 김세정 교수

  •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세상을 움직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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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나노미터 단위에서 다루는 나노광학이라는 학문은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맞닿아 있는 연구 분야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세계에서 빛의 성질을 정밀하게 연구하는 이 학문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로의 발전 가능성을 한 단계씩 높여 왔다.

나노광학의 최전선에서 해외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이어 오던 김세정 교수는 2025년 9월, 우리 대학 전자전기공학부에 합류하며 나노광학 연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낯설고도 흥미로운 해외 연구 환경 속에서 더욱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안고 귀국한 김세정 교수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안녕하세요, 2025년 9월에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한 김세정이라고 합니다.



| 멜버른 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멜버른 대학교에서 이직 준비를 하면서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미국의 여러 대학에도 함께 지원하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성균관대학교의 연구 인프라나 활발한 산업 연계 기회, 우수한 학생들까지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연구자로서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어 최종적으로 우리 대학으로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인 수원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의의가 있었습니다.


|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나노광학은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주제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노 및 양자광학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빛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기에 매우 친숙하지만, 현재 연구 최전선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광학의 응용 분야는 매우 광범위해서 디스플레이나 광통신 등 광학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빛 알갱이, 즉 광자(photon)를 활용하여 여러 광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인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들을 들여다보면, 그 내부에 수많은 전자 소자들이 집적되어 컴퓨팅 성능을 구현하듯, 저는 광자로 광소자를 제작하고 이들을 칩 위에 집적함으로써 미래의 컴퓨팅 및 통신 디바이스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 한국은 나노광학 기술 개발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오랜 해외 연구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연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 연구 환경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국내 대학들의 연구 역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선진 기술을 습득해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국내에서 학위를 마친 박사들이 교수로 임용되는 사례가 더 많을 만큼 해외 명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강력한 제조업 인프라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존재는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제조 기반 산업이 부족한 호주에서 생활하며 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기에, 탄탄한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의 강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해외 대학에서 한국인 연구자가 교수로 임용되는 사례가 흔한 경우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임용 이후의 경험들이 교수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요즘에는 외국에 계시는 한국인 교수님들이 적은 숫자는 아니긴 한데, 아무래도 모든 학위를 국내에서 받은 분 중에 해외 임용이 되는 경우는 아직도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네트워킹이나 임용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측면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고, 그래서 첫 임용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습니다. 박사후연구원을 총 6년을 했거든요. 그런데도 지나고 보면 모든 과정에서 얻은 게 있었습니다.


일단 제 그룹을 꾸리기까지 총 세 분의 지도교수님 밑에서 일하면서 각 연구실의 연구 노하우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요. 멜버른대에서 연구실을 꾸리고 그룹 PI (Principal Investigator)로 성장하는 동안에는 호주 대학교의 의사 결정 방식, 직장 문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나라에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시야를 공유하게 되었고 전보다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것이 지난 경험들이 남겨준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 멜번에서 KASEA(Korean Academy of Scientists and Engineers in Australia)의 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멜번 (전)총영사와 김세정 교수


| 타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진행해 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드니에서 4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고, 멜버른대학교 교수로 4년 반, 총 8년 반을 호주에서 지냈는데요. 처음에는 문화적, 언어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으나, 어렵긴 했지만 재밌게 배웠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교수로 지낸 지난 4년은 현지 학계 시스템과 호주의 조직 문화를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로서 한인 커뮤니티의 중요성도 몸소 깨달은 결실 있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 시드니공과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시절 사진. 광학 실험 셋업을 다루고 있는 모습


| 교수님께서 진행하신 연구뿐 아니라 글쓰기 활동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과학동아>에 집필하신 칼럼들이 흥미로웠는데요, 연구자로서의 글쓰기와는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다를 듯합니다. 각 분야의 글을 쓰실 때 두는 차별점이 있으신가요?

어쩌다 보니 논문만 쓰던 연구자가 대중 책도 집필하고, 또 과학동아에도 글을 썼는데요. 글쓰기 스타일에 따로 차별점을 두고 있지는 않고, 누구나 읽기 쉽도록 쓰자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글쓰기가 제 주 업무는 아니다 보니, 글을 자주 써서 실력을 늘리자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로운넷이라는 매거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서서히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학동아는 어렸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제가 연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요.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읽는 글이기 때문에 넷플릭스나 영화에 나온 장면과 최신 과학 동향을 연결해서 재미있으면서도 교육적인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관련 칼럼: 과학동아 2024년 9월호, 투명인간이 되는 두 가지 방법


| 지난해 9월, 우리 학교 전자전기공학부의 교수로 부임하셨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육자로서, 또는 연구자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교육자로서 보람이자 성취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현하고 확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작은 성공(micro-success)들을 경험하며 자신감 있는 인재로 성장하고, 나아가 사회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성원이 되는데 제가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연구실에 오는 대학원 학생들과는 즐겁게 연구하면서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제들을 끈기 있게 완수해 내는 성취의 기쁨을 함께하는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세계 최고의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 교수님의 연구실은 어떤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연구실을 이끌어 가시는 과정에서 교수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성균관대에서는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많은 학생이 지원해 주어서, 그중에서 선발한 7명의 학생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와 대학원생 모두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성장입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그룹으로서의 성공과 구성원 각자의 성장이 일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특히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주는 젊은 학생들에게, 제 연구실에서 보내는 대학원 기간이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의 중후반부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연구실은 그들에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말하고 마음껏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샌드박스여야 하며, 그러한 환경은 지도교수와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세정 교수의 NOVA Lab 홈페이지


| 교수님이 바라보시는 나노광학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나노광학은 어떠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나요?

광학 연구는 기존의 전자 기반 기술이 직면한 병목 현상(bottleneck)*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예중 하나로 우리 연구실에서도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인 광 신경망(Optical Neural Network, ONN) 연구가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구축과 전력 수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저전력·고성능 AI 하드웨어가 필수적인데, 빛을 이용해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ONN이 대안책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광학 기술은 전자기기의 물리적 한계를 타개할 가능성이 있어, 미래 기술로 활발히 연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병목 현상: 전체 시스템의 성능이나 속도가 특정 하나의 구성 요소 때문에 제한되어 저하되는 현상


|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꿈꾸는 성균관대학교 학우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막 넉 달이 지났는데, 학생들을 상담할 때 "이제 나이가 많아서 늦은 것 같아요"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꽤 많이 만났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연령대별로 기대되는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자의 길을 걷는 것은 보편적인 기대와는 조금 다른 길이고 그만큼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과학적 호기심이 있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고 싶다면, 학부 연구생부터 경험을 쌓으며 진로를 탐색해 보길 추천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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