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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재난과 참사 이후에도 기억과 애도를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특히 이번 작품의 원작 소설가를 비롯해 프로듀서, 배우, 디자이너 등에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출신 동문 5명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김남현·윤희지·임민재 동문(연기예술 17·21, 디자인 17)
"기억한다"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오는 6월 19일 개막하는 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가 우리에게 묻는 말이다. 이 공연은 재난과 참사 이후에도 기억과 애도를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특히 이번 작품의 원작 소설가를 비롯해 프로듀서, 배우, 디자이너 등에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출신 동문 5명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 한 작품으로 다시 모여 만들어가는 기억의 이야기에 대해 김남현 프로듀서, 윤희지 배우, 임민재 디자이너를 만나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연예술 분야에서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현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연출전공을 졸업했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극장경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준비하며, 8월에 열리는 독립예술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에서도 일하고 있습니다.
▲ 김남현 프로듀서
*그는 과거 성균웹진 '문화읽기'에서 공연 기획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 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17학번, 이로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참사 이후에도 기억과 애도를 이어가고자 하는 청소년 활동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 이후, 우리는 “기억할게.”라는 말과 “이제 지겹다.”라는 말 사이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잊힐 수 없는 것들’마저 너무 빠르게 잊히는 사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작품은 단순히 기억하자는 선언에 머무르지 않으려 합니다. 세계를 맨 먼저, 빠르게 느끼는 청소년의 언어를 통해 재난과 참사의 시간을 통과해 온 청소년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살아온 우리가 모두 극장에 잠시 머무르고 기억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공연 소개-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연서와 혜민, 호정은 끝을 알 수 없는 하수도 입구 앞에 선다. 망설임도 잠시, 셋은 잊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끝없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속에서, 연서, 혜민, 호정은 지나온 시간과 잊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을 마주한다. 함께 비를 피했던 우산, 기억을 약속하며 만들었던 추모 게시판, 추모제 준비단의 비밀이었던 미술실 열쇠, 사라지는 순간들을 붙잡으려 했던 캠코더, 세상을 똑바로 쏘아보던 그 아이가 들고 있던 서명 운동 종이 그리고, 새까만 어둠 아래에서 지상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이름조차 잊은 채 무언가를 그리워하던 ‘그 아이’. 연서, 혜민, 호정은 ‘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해 내고, 함께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 비 오던 날 하천 다리 위에서 얘기했던 거 기억나...? 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했잖아.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 원작 소설(출처=문학동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컨셉 사진
| 공연단체 '크리에이티브 윤슬'은 주로 세상과의 갈등을 통한 청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청소년을 중심에 둔 이야기인데요.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재난과 참사가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우리가 그것을 ‘소화’하는 속도는 너무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를 비롯해 이번 작업에 참여하는 많은 창작진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소년이었습니다. 그 거대한 슬픔 안에는, 제가 그때까지 배워온 세상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마주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도 재난과 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고, 우리를 비롯한 세계 사람들이 그것을 대하는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억’과 ‘애도’는 단순히 말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누군가에게는 평생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것을 말하는 것조차 식상하다거나 이제 그만하자고 이야기하는 사회 안에서,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기억과 애도에 대해 끊임없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또 하나 중요했던 점은 이 작품이 청소년 활동가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아도, 또 지금의 청소년들을 바라보아도 청소년은 누구보다 먼저 세계를 감각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고자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청소년이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몰랐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기억과 애도의 자리를 어른들의 것으로만 여겨온 것은 아닐지 생각했어요. 청소년이 있어야 할 곳은 광장이 아니라 교실이라는 듯, 그 자리를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내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청소년기를 다룬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에는 계속해서 기억하고자 하는 청소년과,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잊고자 하는 청소년이 함께 등장합니다. 그 지점이 이 작품을 다른 청소년 이야기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특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설과 연극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른 매체인 만큼, 원작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을 기획하며 원작의 정서와 메시지 가운데 특히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반대로 무대라는 형식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거나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작을 무대화하며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은 원작의 언어였습니다. 소설의 텍스트와 무대 위에서 발화되는 희곡의 텍스트는 분명 다르지만, 그 차이 속에서도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작가 고유의 언어와 그 질감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그대로 지키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다만 연극은 소설과 달리, 실재하는 배우의 몸과 관객의 몸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매체입니다. 저는 연극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바로 그 특정한 시간 감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나 OTT를 통해 우리는 콘텐츠를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소비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모든 시간의 중심은 ‘나’에게 맞춰지기도 합니다. 반면 연극은 빨리 감을 수도, 다시 볼 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죠. 그 불편함이야말로 연극의 중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시간을 관객이 자기 몸으로 함께 통과하는 경험은, 극장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 직접 답사를 나가는 리서치 과정
▲ 리서치 과정
크리에이티브 윤슬은 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시간’을 만나고자 노력했어요. 참사가 발생한 지역에 가서 그 공간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활동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가는 시간, 원작을 읽고 작가와 만나 소설 속 텍스트를 우리의 언어로 옮기고자 했던 시간, 그리고 연습실에서 계속 수다를 떨며 잠시라도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려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대라는 형식에 맞추어 원작과 달라진 부분은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 모든 시간을 몸에 담은 배우들이 관객과 직접 만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언어와 창작진들에게 쌓인 모든 시간이 배우의 몸을 통과하고, 관객과 같은 공간 안에 놓이는 것. 그것이 연극으로 옮겨지며 생겨난 가장 중요한 변화인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에는 성균관대 예술대학 출신 창작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는데요. 학교를 졸업한 뒤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던 여러 동문이 한 작품으로 다시 모이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작업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작업으로 다시 모일 수 있었던 바탕에는 결국 서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아 작가는 대학에 다닐 때 <김민수(학부졸업생)>라는 작품으로 등단했고, 저는 동기로서 계속 이로아 작가의 글을 읽어왔습니다. 마침, 제가 청소년극을 하는 단체와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크리에이티브 윤슬의 연출에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를 경험한 ‘참사 세대’로서, 기억과 애도를 이어가고자 하는 청소년이 등장하는 이 소설이 극장에서 실재하는 몸으로 관객들과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윤희지 배우는 대학 시절부터 연극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자 배우였습니다. 지치지 않고 무대에 오를 때 누구보다 눈을 빛내는 사람이었어요. 졸업 이후에도 윤희지 배우의 연극을 계속 보고 있었고, 이번 작업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윤슬 연출과 함께 윤희지 배우의 공연을 보러 갔고, 공연이 끝난 뒤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거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임민재 디자이너와는 2022년에 예술대학 학생회를 함께 했어요. 저는 당시 연기예술학과 회장이었고, 임민재 디자이너는 예술대학 부회장이었어요. 대학 때부터 민재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사회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었고, 언젠가 기획자로서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24년에 처음 작업을 제안했고, 그 이후로는 제 공연 포스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그래픽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같이한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시선을 믿는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과 작업자로 만나는 것은 분명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필요해서 같은 학교 출신 배우와 함께하고, 그래픽디자인이 필요해서 동문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서로서로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 왔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쌓여온 시간이 함께 작업으로 만났을 때, 과정과 결과물에 분명히 반영되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공연 제작과 기획 분야를 꿈꾸는 연기예술학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조언이라기보다는, 제가 요즘 기획자로서 만나고 있는 놀라움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저 또한 어떤 정해진 길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기획자에게는 각자가 온전히 몸을 던져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계속 기획자로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큰 동기 중 하나는 ‘궁금함’입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이야기와 세계를 궁금해하고, 말해지지 않은 존재와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언제나 타자를 상상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획자는 자기 것만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세계를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요즘이에요. 나만의 예술적 언어가 아니라, 다른 이의 예술적 언어와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응시하다 보면, 자신이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세계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세계에 먼저 몸을 던진 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이가 이후에 들어올 길을 닦는 것이라기보다 제가 먼저 들어간 곳의 지도를 그리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그려가는 지도가 서로 만났을 때, 우리의 예술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낯설지만 조금 더 새롭고 놀라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년 11월에 APP Camp에 참여하기 위해 대만 가오슝과 오키나와에 다녀왔는데요.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sian Producers’ Platform, AP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연예술 프로듀서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우정 기반의 수평적 네트워크예요. 저는 그곳에서 여러 지역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리서치하고 대화하며, 각자의 작업과 지역적 맥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경험했습니다. 그 시간은 기획자로서의 작업과 태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어요. 서로 다른 지역과 맥락에서 온 프로듀서들이 만나고, 대만과 오키나와의 사회정치적·역사적 맥락이 문화예술 안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었거든요. 캠프가 끝난 이후에도 그 관계가 각자의 현장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며, 기획이란 결국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일을 넘어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일이라는 감각이 더 분명해졌어요.
▲ APP 단체 사진
> 2025 APP Camp Korea Fundraising 기록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얽히게 되는 것 같아요. 당장 무언가를 함께 만들지 않더라도, 그 만남 이후 우리가 느끼는 세계는 이전과 분명히 달라져 버리니까요. 요즘은 바로 그 지점이 기획자라는 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지 생각하고 있어요.
이어서 공연에서 배우로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윤희지(연기예술학과 21) 동문을 만나 보았다.
| 배우님이 맡은 호정이란 인물은 어떤 인물이고, 배우님께서는 이 인물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셨나요? 또한 호정을 연기하며 가장 공감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호정은 참사의 기억을 기록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입니다. 또한 자기 주관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고집도 있고요.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행동이 오히려 친구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호정은 한 걸음 더 성장해 가는 인물입니다. 저는 그 지점이 가장 크게 공감됐던 것 같아요. 서툰 마음, 그리고 끝까지 기억하려는 의지요. 호정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제 청소년 시절도 떠올랐어요.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솔직함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상처받기도 했던 순간들이요. 지금 돌아보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기억들이지만, 그때는 누구보다 뜨겁게 울고, 싸우고, 또 화해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맡겨진 일을 씩씩하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역시 호정을 통해 많이 공감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청소년 시기만이 가진 힘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직함, 계산하지 않고 온 마음으로 아파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행동력 같은 것들이요. 저는 그것이 청소년만이 가진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청소년의 말투나 행동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정이 왜 그런 말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지, 그 내면의 동기를 더 선명하게 다듬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참 좁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실제로 주변의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저보다 훨씬 성숙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연습 과정에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호정은 무엇을 원할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고, 무엇보다 상대 인물의 말을 잘 듣고 진심으로 반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좌) 호정 역 프로필 사진 / (우) 공연 중인 윤희지 배우
| 직접 무대에 오르는 배우의 입장에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관객들이 꼭 주목해서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나 대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창작진과 배우들 사이의 궁합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속 인물들은 쉽게 닿지 않을 것 같던 서로의 손을 맞잡고, 끝내 다정하게 서로를 마주 보게 됩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연기할 때마다 인물과 저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요. 결국 진심이 담겨 있어야만 관객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사실 꼭 주목해서 봐주셨으면 하는 장면이나 대사는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제가 특정 장면과 대사를 꼽기보다는, 극장에 와주신 관객분들께서 공연을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공연이 끝난 뒤 함께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 공연 컨셉포토
| 배우를 꿈꾸는 연기예술학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조언보다는 지금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준비하며 느끼는 점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청소년 문학을 좋아했습니다. 제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던 시기에, 이 장르가 제 마음을 대신 들여다봐 주는 것 같았거든요. 이처럼 청소년극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위로이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장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재학 중에 위기철 작가님의 소설 <아홉살 인생>에서 기종 역할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연이 무산되면서, 관객을 만나지 못한 채 작업을 마쳐야 했어요. 그때 아쉬움이 정말 컸는데, 이렇게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연습하며 예전 청소년 시절의 저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저를 위로해 주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학교에서 보낸 시간으로부터 얻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 언젠가 제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작품 속 재선의 대사 중 "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하자.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앞으로 저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 되었습니다. 아직 채워가야 할 것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나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으로 풍성한 공연을 만들고 있는 임민재(디자인학과 17) 디자이너를 만났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그래픽디자이너 임민재입니다. 현재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에서 근무하며 브랜딩, 전시 비주얼 아이덴티티, 인쇄물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고 있습니다.
| 이번 작품의 포스터 디자인을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으며, 작품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담아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작품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포스터는 작품을 설명하는 역할도 있지만, 관객이 작품을 경험하기 전 처음 마주하는 인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강한 이미지를 주로 창작하는 데에 비해 이번에는 시각적으로 강한 표현을 만드는 것보다 작품이 가진 정서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 색감 등을 통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자아보다는 공연의 질감이 더 먼저 드러나기를 원했어요.
▲ 임민재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포스터
| 디자인학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자신만의 시각을 제안하는 창작자이지만, 동시에 프로젝트의 목적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 전시의 주제, 브랜드의 가치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학생 때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을 경험하며 상황에 맞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습니다.
청소년극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오는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공연된다. 기억과 애도의 의미를 청소년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은 관객들에게 서로의 시간을 돌아보고 함께 기억하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기말고사를 마친 후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그 의미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취재: <성균웹진> 김은서 기자 / 편집: <성균웹진> 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