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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동아시아 정치외교의 파도 아래
큰 물결을 파악하라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긴밀한 상호작용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은 요즘,
법학자가 갖추어야 할 경쟁력은 무엇인가

법학전문대학원 권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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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동아시아 정치외교의 파도 아래 큰 물결을 파악하라 



Q. 본인 소개와 법학-사회과학 사업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을 담당하고 있는 권철입니다. 성균관대학교에는 2008년 9월에 부임하였고 2011년부터 CAMPUS Asia 법학-사회과학 사업단 책임교수를, 사업단 소속 외국대학 연구소와 연계되어 2017년에 설립된 동아시아법·정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CAMPUS Asia 법학-사회과학 사업단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우리 성균관대가 법학-사회과학 사업단의 주관대학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님(김일환 교수님)과 사회과학부 학장님(김비환 교수님)이 공동대표이고, 정치외교학과의 이희옥 교수님과 제가 책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사업단 실무는 류일현 박사님(선임연구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사업단에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참여대학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CAMPUS Asia 시범사업이 시작될 당시부터 역대 성균관대 법전원 원장님과 사과대 학장님, 그리고 서울대 법전원 원장님께서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CAMPUS Asia 법학-사회과학 사업단의 일본측 주관대학은 나고야대학, 중국측은 중국인민대학(주관대학), 청화대학과 상해교통대학(참여대학)입니다. 최근 발족된 모드3 확장사업에서는 ASEAN국가의 새로운 파트너로 싱가폴국립대학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Q. 지난 1월 27일, “CAMPUS Asia 모드 3” 확장 사업 발대식이 개최되었는데요. CAMPUS Asia 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CAMPUS Asia는 “Collective Action for Mobility Program of University Students in Asia”의 줄임말인데, 2010년의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합의된 사항에 기초한 한중일 명문대 국비장학생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2011년에 시범사업으로 8개 사업단이 선발되어 5년동안 진행되었고, 2016년에는 본사업으로 발전되어 17개 사업단으로 5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지난 1월 27일에 개최된 발대식은 모드3 확장사업으로, 우리 사업단의 공식명칭은 「동아시아 “유스 코무네(공통법)”의 심화와 확산을 위한 법・정책 플랫폼을 지원할 인재양성: ASEAN 그리고 세계로」입니다. ASEAN국가의 새로운 파트너로 싱가폴국립대학이 함께 하게 되어, 총 20개 사업단이 5년간 사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우리 사업단은 법학-사회과학에 관한 유일한 사업단으로 2011년 시범사업부터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사업단은 학부생 중심 사업단인데, 2016년 본사업부터 일부 대학원생도 파견학생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코로나사태로 인해, 각국 참여학생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학생심포지엄이나 주관대학 교수와 교직원이 중심이 된 QA(Quality Assurance)협의회, 국제학술대회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지난 11년간 한중일 3국의 주관대학들은 충실하고 활발한 교류를 계속해왔습니다.


▲ 2019년 성균관대학에서 개최된 학생 심포지엄


▲ 2015년에 중국인민대학에서 열린 QA협의회


▲ 2015년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개최된 학장회의 및 학생심포지엄




Q. CAMPUS Asia 사업에는 다양한 국제 교류 및 학술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는 거로 압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융합하여 진행하는 활동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 사업단은, 요동치는 동아시아 정치외교의 파도 아래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큰 물결을 파악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정치외교의 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CAMPUS Asia 사업단의 실시를 전격합의한 한중일 정상회담이 최근 수년간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 사이의 상호비방이 끝 모르게 이어집니다. 바로 이럴 때일수록 상대 국가의 진면목을 공부하고 실제로 서로 직접 소통하며 진행하는 학술, 학생 교류를 통해 실력 있는 엘리트 양성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어깨를 겨루며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만큼 서로 우호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실력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착실히 해나가는 것이 우리 CAMPUS Asia 사업단의 모토입니다.




Q. CAMPUS Asia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얻을 기회와 경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우리 사업단의 파견학생에 선발되어 중국과 일본에 국비유학생으로 다녀온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CAMPUS Asia 사업단을 통한 해외유학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점 중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하나가 최고 명문대의 우수한 인재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만날 당시에는 모두 공부에 집중하느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다들 머지않은 장래에 자국에서 활약할 인재들이거든요. 실제로 OB/OG들 사이의 동창회가 결성되었고 2019년에는 우리대학 정복현 학생(글로벌리더학부)이 동창회장을 하였습니다. 한편 외국 학생들과의 교류도 중요한데,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인맥도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면, 유학시절에 만난 우리나라의 법조인,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CAMPUS Asia 사업단 준비단계 및 수행단계에서 함께 주도한 분들 중 상당수가 제가 일본 도쿄대 유학 중에 좋은 인연을 맺은 경우입니다.



▲ 2019년 강릉으로 필드트립을 다녀온 한중일 학생들의 모습


이외에도 사업단 파견학생 OB와 OG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만큼 출신대학과 전공분야가 다양한 많은 학생을 배출했고 현재 사회에 진출해서 맹활약 중입니다. 그 중 몇몇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학부시절 파견학생으로 최희조(성대정외/국립외교원/외교관), 김지영(성대글리/성대로스쿨/법무법인광장), 문승기(서울법대/성대로스쿨/검사), 로스쿨 시절 단기파견학생으로 강화현(이대학부/성대로스쿨/로클럭/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이 있고 다국적기업에 취업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여럿 있습니다. 2016년 본사업부터는 대학원생도 일부 파견되고 있고 귀국 후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학계에서 활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국가 간의 경계보다 긴밀한 상호작용이 중요해진 현시점에서, 국가들을 연결해주는 ‘법’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계속해서 좋은 질문이네요. 다만 조금 거창한 이야기여서 외국법을 연구하는 비교법의 방법론과 관련된 주제로 답변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자국법을 보다 제대로 알기 위한 것이 외국법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법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것도 가능하지만, 요즘처럼 변호사시험 합격 지상주의(수험법학)가 석권하는 시기에는 외국법을 공부하면 우리의 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하구요. 그 다음 단계로 외국법을 공부하는 것 자체가 특히 엘리트에 적합한 공부라는 점도 넌지시 이야기해요. 판사가 되어 재판연구관이 되거나, 대형로펌 자문변호사 역할을 할 때는 이른바 하드케이스를 접할 기회가 종종 생기고 그럴 때 우리의 법이나 판례만으로 논리를 구성하기 힘든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럴 때, 외국법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제 쓰일지 모르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외국어공부와 외국법공부를 무작정 하라고 하기는 쉽지 않지요. 이러한 접근은 본인의 기본적인 과업을 달성하고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 본인의 가치를 높일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귀띔해 주는 것과 연결됩니다.




Q. 본교 법학과, 법학대학원 졸업을 한 뒤, 현재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을 맡고 계신데요, 과거 88학번 법학과 학생으로서 교수님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쑥스럽지만 질문을 해주었으니 간단하게 말씀드리지요. (웃음) 입학하자마자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요즘 학부생들에게는 부끄러운데, 저는 1학년, 2학년 때에는 전공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것 같아요. 당시 입학성적이 좋은 소수의 법학과 학생들에게 꽤 좋은 조건의 장학금과 숙소가 제공되는 양현관 건물 내의 고시반(‘사마헌’)에 입실하는 기회가 있어서 거의 1년동안 얼떨결에 고시반 생활을 했어요. 당시 철모르는 어린 신입생이었던 저는 고시반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몰래 재수학원에 등록하는 한편, 당시 개최된 88서울올림픽 분위기에 취해서 전공공부, 반수도 제대로 못하고 1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고시반에 함께 ‘갇혀 있던’ 입학동기 중 여럿은 반수해서 서울대로 떠나버리고 2학년이 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당시 우리대학 행정학과 교수를 하고 계셨던 5촌 아저씨의 조언 덕분에 애교심도 생기고 성대생으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때부터 장래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2학년 내내 고민하던 끝에 3학년이 되면서 법학 연구자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때 몇몇 교수님 연구실에 찾아가서 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여쭈어보고 다녔는데, 그중 민법 교수님 두 분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한 분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고 대답해 주셨고, 또 한 분은 “외국어도 잘해야 한다.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정도는 하고 해외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좋겠지”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각종 외국어 학원에 바로 등록했어요. 4학년 때에는 대학원입시를 준비 한답시고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동기와 함께 신림동에 몇 달 가 있기도 했고요. 그 후에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학과조교도 하고 학위논문도 써보았지요.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시간강사로 강의도 해보고 외국유학 준비도 열심히 하여 일본 도쿄 대학에 유학하게 되었지요.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학부 때부터 외국유학시절까지 장학금으로 생활 할 수 있었던 것이 계속 공부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학부 2학년 때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과 계속 사귀어 대학원 시절에 결혼하고 유학생활도 함께 했는데, 특히 유학시절에 둘 다 장학금을 받아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 둘 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금까지 대학교수로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Q. 법학 연구에서 교수님의 관심분야는 무엇인가요?


잘 알고 있겠지만, 대학교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인데요. "교육자"로서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변호사시험에 가장 중요한 과목인 민법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강의하는 것이 큰 임무입니다. 지금은 법학부가 없어졌지만 1년에 1과목 정도는 학부강의도 합니다. 이와 아울러 "민법학"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도 또 하나의 축이지요. 민법학 연구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는데 그중에서 외국법 연구, 즉 비교법에 관심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일본법이나 프랑스법과의 비교를 주로 하지요.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는 매년 외국법 원서 강독 세미나를 하고, 로스쿨에서도 2년에 한 번씩 ‘일본법’ 강의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들과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여서 아주 즐거운 시간입니다.




Q. 교수님께서는 도쿄 대학에서 법학부의 특임 교수로서 일본 학생들에게 ‘한국법’에 대해 강의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때, 교수님의 느낀 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2015년 2학기와 2016년 1학기가 연구년이었고 이 시기를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보냈는데요. 이 연구년이 좋은 기회가 되어 제 모교이기도 한 일본 도쿄대학에서 ‘한국법’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 2019년에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법’ 강의의 수강생은 학부생, 로스쿨 학생 그리고 연구자 지망 대학원생이었는데, 강의 전에는 한일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수강생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상당히 많은 학생이 수강해주어서 놀랐습니다. 서양법을 중심으로 한 외국법 강의에 익숙한 일본 도쿄대 학생들에게 신선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본을 짊어질 엘리트가 될 학생들의 순수한 관심에 즐겁게 강의를 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대학도 마찬가지인데요. 로스쿨과 대학원에서 일본법 관련 강의를 하면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특히 로스쿨 과목은 30명 수강제한 때문에 수강을 못하는 학생이 꽤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한일관계 나아가 동아시아를 짊어질 엘리트들은 현실정치와는 관계없이 묵묵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든든합니다.




Q. 법학자의 길을 먼저 걸은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매년 강의를 하다 보면 법학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학생이 종종 있습니다. 위에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결코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정착된 상황이라 이에 맞추어 제대로 조언을 할 필요가 있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학자가 되고자 하는 경우에도, 우선 로스쿨에 진학하여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변시에 합격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틈틈이 어학공부도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공과목에 관한 리서치페이퍼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졸업 후에는 적절한 시기에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학위논문을 준비해 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유학을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 주제와 연결시켜 보면, 이러한 과정을 학부시절에 미리 함축적으로 경험해볼 기회가 바로 CAMPUS Asia 사업단 장학생이라고 말씀드리면 조금 과장일까요? (웃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명문대 재학생으로 자부심을 가지되 겸손함을 잃지 말고, 다른 한편으로 자부심에 걸맞은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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