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BS 스포츠 아나운서 신예원 동문(영상학과 16)
스포츠 경기장의 열띤 분위기를 생생히 전해주는 스포츠 아나운서는 집에서 야구나 배구를 시청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오늘 소개할 동문, 신예원 아나운서는 우리 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연합뉴스TV 뉴스 캐스터를 거쳐 2022년 SBS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녀는 현재 베이스볼S, SBS 진짜 야구, 레슨 팩토리와 주간 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녀의 진솔하면서 담백한 이야기를 바로 만나보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BS 스포츠 아나운서 신예원입니다. 20년도에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인연이 닿아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드리는 것 같아 정말 반갑습니다.
Q. 네 반갑습니다, 선배님은 처음부터 아나운서를 꿈꾸셨나요?
아닙니다, 방송국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아나운서를 꿈꾸진 않았어요. 제가 아나운서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고학년이 되어가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길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영상 PD를 생각했고 크게 “내가 딱 아나운서다!” 하는 확신은 없었어요. 대학교에서 팀플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서기도 하고 중학교 방송부에서 교내 아나운서를 맡았던 경험이 카메라 앞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그러다 3학년 때 과감히 진로를 아나운서로 틀게 되었습니다. 한 번 마음을 먹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경험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이때부터 아나운서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Q. 현재 베이스볼S나 SBS 진짜 야구, 레슨 팩토리와 주간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이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기억에 남는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베이스볼 S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생방송이거든요. 많은 분이 아나운서라고 하면 앞에 프롬프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스포츠 방송에는 프롬프터가 없어요. 프롬프터는 앞에 카메라를 보고 아나운서가 이야기를 하면 화면에 대본이 올라가 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스포츠 아나운서는 그날 경기 결과가 1분 1초에 따라 바뀌기에 대본이 즉석에서 나와야 해서 프롬프터를 쓸 수 없는 거예요. 바로 대본을 소화하고 만약에 대본이 부족하다 싶으면 본인이 직접 때워야 해요. 그래서 베이스볼S를 진행하다 보면 경기 속도라든지 진행 상황에 따라서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죠. 인이어로 PD님 멘트를 계속 집중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직구장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아니라고 대구로 넘겨달라고 하는 변수들이 흔히 생겨요. 그러면 저도 버벅거리고 표정에서 동공이 흔들리고 이럴 때가 있답니다. 선배들이 끝나면 “너 그때 진짜 당황했지” 이러면서 놀리고 집에 오면 가족분들도 그때 왜 갑자기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냐 하기도 해요. 내부 사정은 나만 아는 이야기라 조금 억울한 구석도 있지만요.(웃음) 처음에는 티가 많이 났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고 여유를 갖게 되면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베이스볼S를 하는 모든 순간이 저에겐 에피소드였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고 싶은 분들이 만약에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순발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해드립니다.
Q. 아나운서의 길도 아주 다양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시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처음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뉴스 캐스터도 하고 작은 방송국에서 다른 일도 진행해 보면서 여러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좋은 기회를 잡아 스포츠 아나운서로 올 수 있었습니다.
Q. 선배님만의 특별한 공부 방법이나 자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멋모르고 무식하게 시작했던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조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준비생이 워낙 많다 보니 딱 몇 년을 준비하고 안 되면 다른 걸 해야지 이렇게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현실적으로 맞을 수 있고요. 근데 저는 이것을 정해두면 스스로 조급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 일단 해맑게 “시작해 보자” 했습니다. 무작정 지원도 하고 많이 떨어져도 보면서 막연히 “난 언젠가 잘될 수 있을 거야” 되뇌었어요. 무모하게 취업 준비 기간을 버텼던 것이 아나운서가 되는 데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Q. 아나운서 중 특히 스포츠 아나운서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고정 TO가 있지 않다 보니 여러 친구들이 힘들게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를 이겨낼 방법으로 ‘해맑음’을 말씀해 주셨는데 선배님의 해맑음의 원천은 어디서 올 수 있었을까요?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아나운서 중 딱 스포츠 아나운서를 원하는 분이 있어도 저는 절대 기회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방송 아나운서 관련된 직군이라면 다 도전해 본다는 생각으로 기다려야 기회가 찾아올 때 잡을 수 있어요. 아나운서 직업 특성상 뽑는 것이 불규칙하다 보니 스포츠 아나운서만 해야겠다가 아니라 기상캐스터도 뜨면 지원해 보고 뉴스캐스터 아니면 MC 등 작은 무엇이라도 해보면서 경력을 쌓다 보면 방송 능력과 실력이 자기도 모르게 레벨업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꿈꾸는 자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관련된 경험을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내 길을 한정 짓지 말고 언제든 도전해 보자. 그리고 그래야만 고된 취업 준비 기간을 버틸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선배님은 원래 스포츠를 즐겨 보는 사람이었나요?
저는 처음 아나운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스포츠 아나운서를 할 줄은 몰랐어요. 스포츠라는 분야는 아예 생각에 없는 분야였거든요. 지원을 하는 순간까지 야구나 배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내가 지원하면 뽑힐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떨어지더라도 지원해 보고 떨어지는 게 낫다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면접장에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분들이니까요. 제가 붙을 수 있었던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회사 입장에서 스포츠를 잘 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들어오면 얼마든지 공부해서 준비를 할 수 있고 저만의 밝고 새로운 이미지를 회사에 주고 싶다” 는 느낌을 풍긴 것을 좋게 봐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입사하면 나 진짜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겠다 대신 나는 이전에 이런 경험이 있어서 생방송을 잘할 수 있고, 순발력도 있고, 흡수력도 빠르고, 인터뷰도 적극적으로 잘할 수 있다”. 이런 본인만의 경력과 모습을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면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지만 이제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스포츠를 공부하고 즐겨 보는데 너무 재밌고 잘 맞다고 느껴요. 흘러가는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 특성상 여러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에피소드가 많은데 막상 말씀드리려니 잘 생각 나지 않네요. 지역 이동이 많다 보니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경기가 길어지거나 변수가 생겨 일정이 길어지면 숙소를 하루 연장해서 자고 와야 할 수도 있고 그런 점이 여타 직업군과 다르다고 느꼈어요. 어느 날은 광주에 있다가 또 어느 날은 대구에 있으면, 각 구장의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지역 팬들을 만나는 것이 저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잦은 이동을 꺼리지 않는 사람이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 리포팅을 하다 보면 리포팅 내용을 취재해서 한 1분 30초 2분 정도 내용을 작성하고 생방송으로 나가는 형식입니다. 이때 카메라가 멀리서 저를 잡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방송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간혹 앞에서 시야를 막는 분들이 계세요. 그럼 저는 외운 거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시야가 바뀐다거나 누가 나를 치고 지나간다거나 하면 외운 거를 다 까먹을 때가 있어요. 방송 초창기에는 멘붕도 오고 떨려서 수첩만 보고 읽은 적도 참 많았답니다. 덜덜 떨면서 그냥 수첩만 보고 읽은 적도 있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많이 실수도 해보고 스스로 무너져도 보고 깨달아도 보면서 조금씩 단단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많이 우셨다는 거예요. 어떤 날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노력한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나 실수한 장면만 비칠 때가 있어요. 그런 날엔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운전하면서 오는 길이 울적해요. 참 속상하죠. 그런게 쌓이다 보면 차츰 이 감정을 어떻게 빨리 털어낼 수 있는지 알게 되고, 다음번엔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선배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합니다.
제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하이클럽(HI-Club)이 떠오릅니다. 교환학생 친구들을 도와주는 하이클럽 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하이클럽 같은 학생단체에 가면 다양한 과의 친구들을 만나잖아요. 여러 과가 섞여 있고 율전 캠퍼스 친구도 있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어요. 저는 아직까지 제 절친들이 하이클럽 때 만난 친구들이에요. 성균관대 하면 영상학과도 영상학과대로 친한 친구들이 많지만 하이클럽 생활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다른 친구들은 뭐 준비하는지 얘기도 들으면서 그런 시간들이 재밌었고 친구들에게 자극을 되게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영상 쪽 말고도 다른 게 없을까 눈을 넓히다 보니까 아나운서까지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이클럽 활동을 하다 보면 교환 학생 친구와 대외적으로 앞에 나가 이야기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아나운서의 길을 가는데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보석 같은 존재였어요.
Q. 선배님은 외향적인 편이신가요?
저는 사실 극 I입니다. 강아지랑 집에서 쉬며 보내는 걸 좋아하죠. 일할 때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집에 오면 기진맥진 쓰러집니다. 그래서 제 성격과 반대되는 직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 많은데 별로 안 좋아하고 시끄러운 것도 안 좋아하고 그렇지만 막상 주목받는 건 좋아하는데 또 너무 주목받는 건 싫어하고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 같아요. 입사 초창기에는 쉴 때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스물여덟이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일만 하고 20대가 사라지는 게 아쉬운 거예요. 일만 하다가 스물여덟이 끝나가고 있잖아요. 그게 억울한것 같아서 요즘은 억지로라도 쉴 때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밖에 나가서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갔다 오거나 마음 정리하기 좋은 책을 읽는다든지 하면서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태도의 말들』을 재밌게 읽었어요. 다행인 건 제가 직업 자체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편이더라고요. 업무 모드가 오프 됐을 때는 정반대의 사람으로 돌아오고요. 체력을 완전히 쏟을 때와 체력을 비축할 때 온도 차가 굉장히 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선배님은 어떤 아나운서로 사람들에게 남고 싶으신가요?
‘찾아서 보게 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3사 중에서도 베이스볼S, 아이러브 베이스볼 베이스볼 투나잇 등 다양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늘 신예원이 진행한대” 하면은 믿고 볼 수 있는, 자연스럽게 채널을 돌리게 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전문성을 갖고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화려한 직업으로 비춰집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이런 면에서 매력을 느꼈을 거라 생각해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가 되어서든, 다른 분야에 도전하든,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일을 해 나갈 수 있어요.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나만큼 대단한 사람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기회의 문을 두드리며 열심히 준비해 나가길 바랍니다. 특히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스포츠에 대한 꿈을 절대 놓지 말고, 관련 정보를 꾸준히 따라가며 그 재미를 잃지 않았으면 해요.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면서 경력을 쌓아 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찬란한 대학생 시절을 아낌없이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너무 돌아가고 싶어요. 대학생 당시 부모님이 맨날 지금만큼 행복할 때가 없다 지금 만큼 걱정 없을 때가 없다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안 믿었어요. 저는 할 과제도 많고 시험도 쳐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도대체 이게 왜 힘들지 않고 좋은 거지 생각했습니다. 근데 행복한 시기였던 게 맞더라고요. 그 시절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휴학도 해볼 수 있으면 해보고 교환 학생도 갈 수 있으면 가고 새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잔뜩 경험하고 사회로 나와도 절대 늦지 않으니, 여러분이 대학 생활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균웹진 이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