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능력을 예단하고 가능성에 한계를 정하기보다는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균관대학교는 그러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며 즐거운 대학 생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시스템경영공학과 권석범 교수
■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시스템경영공학과 및 산업공학과, 그리고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권석범입니다. 2022년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기 전, 약 2년 동안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기술경영 및 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 현재 우리 대학에서 기술경영학을 연구하고 계시는데, 기술경영학의 목적이나 연구 대상, 방법론이 궁금합니다.
학문의 분야가 다양해지고 학문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어떠한 학문을 정의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저 스스로가 가진 기술경영학에 대한 정의도 매번 바뀌고 있어서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인터뷰의 목적상, 제가 생각하는 기술경영학의 정의를 이야기해 드리자면 기업, 조직, 국가가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의 창출, 확산, 활용 전과정에 대한 과학적 관리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 경영학은 공학, 경영학, 경제학, 정책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융합되는 다학제적인 학문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 기술경영학은 공학과 경영의 성격이 함께 드러나는 분야인 것 같아요. 기술경영학 중에서도 교수님이 주로 연구하시는 부분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을까요?
맞습니다. “기술”과 “경영”이라는 단어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술 경영은 두 영역의 균형적 관점이 매우 중요한 학문 분야입니다. 저는 기술경영학 분야에서도 기술 혁신 프로세스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정량 분석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과학 기술 정책이 기업의 혁신 성과 및 연구 개발 방향에 미치는 영향, 지식 재산권 제도의 변화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허 정책과 기업 전략 분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 최근 사이언스 지에서 발표하신 논문이 ‘상업적 이해관계 클수록 정부 지원 명시 누락 증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논문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부는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 자금 지원’과 같은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수행된 연구를 통해 창출된 연구 성과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해당 특허 연구 성과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특허에 정부의 연구 개발 지원이 있었음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어요. 모더나의 코로나 mRNA 백신 특허가 그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모더나의 코로나 mRNA 백신을 가능케 했던 원천 연구 성과가 미국 국립보건원의 자금 지원과 소속 연구원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백신 기술에 대한 특허에는 미연방 정부의 연구 지원 사실이 명시되지 않았어요.
▲정부 지원을 명시한 특허와 명시하지 않은 특허 간의 경제적, 기술적 가치 비교
이번 사이언스 지에 출판된 논문은, 앞선 질문에 대해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많은 수의 특허가 정부의 연구 지원 사실 명시를 누락해왔고, 특허의 상업적 이용 가치가 높거나 특허 소유권자가 기술의 상업적 이용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일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권석범 교수는 이번 논문이 과학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혁신 주체 간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더하여 논문의 분석이 현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이상적이지 않으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수반한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상과 현실 간의 간극을 여러 측면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 우리 대학 화학공학 및 고분자공학부에서 활동하시는 권석준 교수님과 형제지간이라고 들었습니다. 같은 대학의 교수직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성균관대에 부임하기 전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제는 모국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며 연구자의 길을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성균관대학교에서 그 계획을 실행할 좋은 기회가 주어졌어요. 감사하게도 우리 학교에 부임이 결정되었는데, 그때까지도 권석준 교수님은 제가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게 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요. 대부분의 형제가 그렇듯, 무척 어색한 사이라서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권석준 교수님과 저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곳을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담임선생님까지도 같았어요. 이제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네요. 제가 가는 길을 먼저 걸은 선배이자 선구자로서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존경의 마음을 담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 다시 교수님의 기술경영학 분야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기술경영학은 다소 생소한 학문인데, 기술경영학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학부 전공은 전기공학이었습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졸업 논문 작성까지 완료하고 그렇게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서, 문득 이대로 졸업하면 전기공학 외에는 아는 것 없이 황금 같은 대학 생활을 마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억울함, 아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졸업을 미루고, 공학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워보기로요. 어떤 전공을 시작해 볼까 알아보다가 “기술경영” 이라는 전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술경영학은 공대를 중심으로 산업공학,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사회학 등 온갖 전공 분야에 대해 넓게 배울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전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로 바로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기술경영 전공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수강하고 싶은 강의가 늘어갔고 즐거움은 배가 되면서 기술경영학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학부를 졸업할 때가 되자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재학생들에게 조언이나 하시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놀라는 순간이 많습니다.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오늘의 모습이 어제와는 확연하게 다른, 폭풍 성장하는 학생들이 참 많다는 점에서요. 실제로 제가 지도한 학부생과는 벌써 연구 논문을 작성해서 저명 국제 저널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룰 정도로 연구나 학업에 열정적이고 성장이 놀라울 정도의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학생의 성공이 곧 저의 성공인 입장에서는 무척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너무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의 능력을 예단하고 가능성에 한계를 정하기보다는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균관대학교는 그러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며 즐거운 대학 생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균웹진 김연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