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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넘어 교단으로
‘블랙 팬서’, ‘inZOI’ 영상학과 김영호 교수

2026년 3월, 우리 대학 영상학과에 부임하게 된 김영호 교수는 <블랙 팬서>,
<가필드 더 무비> 등 다양한 영화 프로젝트는 물론, 게임〈inZOI〉의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참여하며 스크린과 플랫폼을 넘나드는 경험을 쌓았다.
화면 속 세계에 숨결을 불어 넣던 그가 교단 앞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영상학과 김영호 교수

  • 스크린을 넘어 교단으로▼ ‘블랙 팬서’, ‘inZOI’ 영상학과 김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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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텔레비전 화면 앞에 앉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방영 시간을 기다리던 순간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넘어서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억이 된다. 캐릭터들이 화면 속 세계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넘어와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 나갈 때, 이 순간들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과 꿈으로 변한다.


2026년 3월, 우리 대학 영상학과에 부임하게 된 김영호 교수 역시 그러한 상상력에 이끌려 창작의 길을 오랜 시간 걸어 왔다. <블랙 팬서>, <가필드 더 무비> 등 다양한 영화 프로젝트는 물론, 게임 <inZOI>의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참여하며 스크린과 플랫폼을 넘나드는 경험을 쌓았다. 화면 속 세계에 숨결을 불어 넣던 그가 교단 앞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안녕하세요. 2026년 3월부터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에 함께하게 된 김영호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15년간 영화와 게임 산업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해 왔습니다.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 여러분과 많이 나누고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산업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로서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계시는데요. 교육 현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언젠가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오래된 꿈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교육이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다시 세상을 움직인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로 교육 현장으로 오기보다는, 먼저 산업에서 충분히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리우드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배우고 성장했고, 그렇게 쌓은 시간이 나중에 학생들에게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 왼쪽부터 Scoob! 제작 당시, Ghostbusters Wrap Party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을 나눌 시점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목표를 이제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고스트버스터즈><블랙 팬서>와 같은 실사 기반 애니메이션부터 <스쿠비!><가필드>와 같은 형식의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형식의 제작 현장에 참여하셨어요. 서로 다른 작업 환경 속에서 체감하신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나요?

공통점은 결국 모두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피처 애니메이션이든 VFX 기반 실사 영화든, 캐릭터가 움직이고 감정을 전달한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다만 표현 방식과 요구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블랙 팬서>나 <고스트버스터즈> 같은 실사 영화에서는 실제 배우와 CG 캐릭터가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질감이 없도록, 물리적으로 설득력 있는 움직임과 리얼리티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스쿠비!> 또는 <가필드 더 무비> 같은 작품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캐릭터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성격, 리듬, 움직임의 ‘헤리티지’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그 캐릭터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 <블랙 팬서>(2018) ©Marvel Studios, <The Garfield Movie>(2024) ©DNEG


겉으로 보면 많이 달라 보이지만, 결국은 기본이 얼마나 탄탄한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드로잉 실력이 있다면 그것을 사실적으로도, 캐리커처처럼 과장해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이 단단하면 표현 방식은 선택의 영역이 됩니다.


|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교수님께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 혹은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작품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어릴 적 TV에서 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루니툰스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Fantasia는 매우 큰 충격이었습니다. 음악과 이미지가 그렇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번쩍하게 했고, ‘나도 언젠가 저런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루니툰스의 Bugs Bunny와 Daffy Duck의 키치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 <Looney Tunes> ©Warner Bros. Cartoons


몇 년 전 DNEG에서 작업했던 <Coyote vs. Acme>은 실사와 루니툰스 캐릭터가 결합한 작품이었는데, 어린 시절 동경하던 캐릭터들을 직접 애니메이션화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저도 기대가 됩니다.


▲ <Coyote vs Acme>(2026) ©DNEG


| 오랜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시다가, 2024년에 크래프톤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새출발하셨습니다. 작업 분야를 넓혀 나가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던 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작업을 하나씩 경험하고,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이제는 다음 단계로 가볼 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AI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고, 창작 환경 자체가 달라지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히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환경에서 작업해 보고 싶었고, ‘AI First’를 내세운 크래프톤이 한국 최초의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 inZOI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기술적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크래프톤 재직 당시, inZOI 얼리액세스 런칭 후의 모습


| 애니메이션과 게임이라는 다른 분야의 작품 제작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단방향 매체입니다. 제작이 완료되고 개봉하기 전까지는 내부 시사회나 테스트 스크리닝을 통해 반응을 살필 수는 있지만, 결국 관객의 최종 반응은 개봉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흥행이나 평가 역시 그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제가 작업한 영화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이 극장에서 나가며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유심히 들어본 적도 있습니다. 현장의 반응이 가장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게임은 훨씬 실시간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작업했던 inZOI처럼 얼리 액세스 형태로 공개될 때에는 커뮤니티의 반응이 곧바로 개발 방향에 영향을 미칩니다. 업데이트 과정에서도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특정 니즈가 분명하다면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 게임 인조이(inZOI) ©Krafton


이처럼 영화가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한 번에 보여주는 구조라면, 게임은 사용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구조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그 점이 두 분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동시에 게임 제작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업 경험을 지닌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실무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느낀 것은, 완벽하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일정과 책임이 분명하므로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학생일 때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함을 증명하는 시기라기보다, 많이 시도하고 많이 실패해 보는 시기라고 봅니다. 저 역시 영화와 게임 작업을 오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이 결국 지금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산업은 계속 변합니다. 기술도 바뀌고, 플랫폼도 바뀌고, 관객과 유저의 기대도 달라집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정답을 아는 사람보다,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더 오래 갑니다.


▲ 유학생 시절, 랩에서 작업하는 김영호 교수


그래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패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학생일 때만 가질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충분히 활용해, 스스로 궁금한 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셨으면 합니다. 그 경험이 결국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 올해 3월부터 우리 대학 영상학과에 부임하게 되셨습니다. 산업 현장에 오래 몸담고 계시다 오랜만에 찾는 학교인 만큼 감회가 새로울 듯한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교단에 서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일정, 그리고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교단에 서게 되면서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이제는 결과물뿐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남길 수 있을지, 어떤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대학 시절의 어느 한 시점에 제가 함께한다는 것은, 그 학생의 인생에서 작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임감과 부담도 있지만, 동시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창작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교수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이 세상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현업에 있을 때는 좋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야기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수로서 그 역할이 조금 더 확장되었다고 느낍니다. 교육을 통해 좋은 창작자를 길러내는 일, 그리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 역시 세상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나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타 창작자든 학생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에 새롭게 만나게 되실 영상학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다. 고3 시절 영상학과에 지원했던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 교수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영상학과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가능성과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분들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현업에서 작업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실제 현장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기초는 탄탄히, 변화에는 유연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서로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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