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영 (대학원 기계공학과)원우
2012년 7월 6일부터 헌혈을 지속해 온 김학영 원우는 헌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Rh- AB형이라는 희귀한 혈액형을 가진 김학영 원우는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자신도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헌혈을 지속해 오다 보니 100회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Rh- AB형은 국내 0.1~0.3%의 사람만이 보유한 혈액형으로, 수급이 쉽지 않은 희귀 혈액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헌혈을 통해 지속해서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김학영 원우를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자.
| 헌혈 100회 달성 축하드립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김학영 석사과정생입니다. 학부 시절 과는 공과대학 기계공학부였고요, 같은 대학원 기계공학과 이은호 교수님의 다물리 시스템 및 해석공학 연구실에 22학번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수학하였고 올해 졸업예정입니다.
| 헌혈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고등학생 때 학교생활기록부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했어요. 고향인 청주 집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적십자사 혈액원이 있어서 헌혈했습니다. 기록을 보면 2012년 7월 6일이네요. 헌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이전부터예요. 적십자사에서 Rh- 혈액형 가족들을 모은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께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Rh- 혈액형을 가진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자고 하셔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그런 모임이 제 인생에 있다는 것과 부모님도 제 피가 귀한 거라고 자주 말씀해 주신 것에서 혈액의 소중함이나 헌혈의 필요성에 대한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자라난 것 같아요. 피가 귀중한 것이라면 누군가는 헌혈해야 하지 않겠어요?
| 헌혈을 100회까지 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제가 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수월한 것 중 하나가 헌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부모님이나 어른들, 친구나 사회로부터 받은 게 참 많은데 이를 갚을 방법 중 하나가 헌혈이라 생각했어요. 피라는 것 생명이란 것이 과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잖아요?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제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헌혈을 100회까지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 헌혈을 지속하면서 건강 문제를 겪으셨던 적은 없나요?
헌혈을 20번 넘게 하면 헌혈하러 갔다 올 때 40번째나 60번째나 80번째나 느낌이나 과정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101번째 헌혈을 지난 목요일에 했는데, 50번째랑 다를 게 없었습니다. 아팠어요(웃음). 헌혈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거나 헌혈 중 이상이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백 번 해봤는데 큰 문제 없더라고요. 오히려 헌혈 과정에서의 검사를 통해 건강을 확인할 수 있고 헌혈을 위해 몸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헌혈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기만 하면 충분히 안전한 것 같습니다.
| 헌혈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주변에 아픈 분들이 있을 때 헌혈증서를 드릴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아는 형의 지인이 수혈이 필요한 병에 걸려서 2~30장 정도를 한 번에 드렸던 적도 있었고, 한 번은 당근마켓에서 헌혈증을 구하는 글을 보고 인근 교회에서 만나 드렸던 적도 있어요. 많이 드리지도 못했는데 음료를 주시며 거듭 고마워해서 감동했고 뿌듯함도 느꼈어요. 제가 교회를 다녀서 주변에 노숙인 봉사나 보육원 봉사를 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봉사활동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형편이라 당당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자신이 있는 헌혈을 해서 뿌듯함과 보람도 느끼고, 당당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 헌혈 100회를 달성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제 헌혈 원동력은 ‘특정 횟수를 달성하자’는 목표 의식이 아니었어요. 책상 앞을 벗어나 자전거를 타고 길가의 자연을 보며 수원역 구경을 하고 오는 것이나 가족에게 사은품을 건네줄 수 있다는 마음, 내가 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흔쾌히 헌혈을 했고 군복무 시절에도 휴가 때나 평일 외출 때 헌혈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일들에 비해 큰 어려움이나 도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200회 헌혈을 포함해 학부와 석사과정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학제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제가 수학한 곳도 ‘다물리 시스템 및 해석공학 연구실’이거든요. 제가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깨달은 것이 세상 모든 것은 여러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역량을 기르려고 더욱 노력해 왔고, 그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꼭 일과 관련된 역량 측면만이 아니라, 대화를 해도 역사나 천문학이나 철학 등 다양한 방면으로 얘기할 수 있거나 사람마다 다른 다양한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개개인이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면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가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겔은 세상이 이성을 근간으로 세워져 있다는 낙천적인 관념론적 철학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헤겔 사상은 전체주의의 시초로 여겨져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발달한 과학과 의사결정 제도를 가지고 가장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낸 것에 세상 사람들은 큰 실망을 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이성은 완벽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서로를 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의심하며 해칠 때 사회적 비용은 올라가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하지만 서로를 위해주며 믿을 때, 자신만의 최대 행복을 채우지 않고 상대방을 채우려 해줄 때, 이론적으로는 깰 수 없던 모든 불가능성이 깨집니다.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도 있듯이 서로 위해주고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불합리성과 덧없음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 원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석사로 수학하며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회고해 보면 결국엔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여 이렇게까지 온 것에 참 감사하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성균관대학교의 자랑스러운 학생인 것을 잊지 마시고, 미래에 대한 소망, 자신에 대한 믿음, 사회와 이웃을 향한 사랑을 지니고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