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주(정치외교 23), 전주원(글로벌경영 22), 한예찬(글로벌경영 23), 장윤희(중어중문 23)
지난 8월 30일, 한국국제법학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WTO 세계무역기구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우리 대학 학부생으로 구성된 ‘동전한장’ 팀이 2위 상인 우수상을 받았다. 위 대회는 국제통상 분쟁과 관련해 국제법적 해석을 적용한 변론을 요하는 대회로, A국과 T국 간 유사 담배 수입 규제로 발생한 분쟁을 주제로 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생도 대거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린 정동주(정치외교 23), 전주원(글로벌경영 22), 한예찬(글로벌경영 23), 장윤희(중어중문 23) 학우를 만나 수상 소감과 비결을 물었다.
|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전한장 팀입니다. 저희 팀은 창업을 목표하는 학우, 법조인을 꿈꾸는 학우, 법학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가진 학우 등 각기 다른 전공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부생 넷이 모여 만들어진 팀입니다. 팀명은 팀원 정동주, 전주원, 한예찬, 장윤희의 이름 한 글자씩을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예로부터 이름을 대충 지어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듯, 저희도 상을 타기 위해 거창한 팀명보다는 소박하게 지었습니다.
▲ 순서대로 정동주, 전주원, 한예찬, 장윤희 학우
| WTO 모의재판대회 준우승을 축하합니다. 소감을 듣고 싶어요.
동: 처음에는 본선 진출 8팀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매 라운드 떨어질 각오로 그저 열심히 했는데 계속 올라가서 놀랐던 것 같아요. 잘못된 것 아니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며 다들 못 믿고 놀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전: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8강에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었고, 특히 4강에서는 변론을 좀 못해서 정말 질 줄 알았어요. 예상치 못한 좋은 성적이라 더 기쁘고 영광인 것 같아요.
한: 준우승 발표 순간에는 그저 신기했어요. 팀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 준우승은 기대도 안 했어요.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졸고 있었는데 계속 한 강씩 올라가더라고요. 방학 두 달 내내 모두 고생했는데 최종 2위라는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 국제통상 분쟁과 관련된 이번 대회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 사실 법에 그렇게 깊은 관심이 있진 않았어요. 지난 학기 미국에서 지낼 때 주변 분들이 미국 로스쿨에 많이 진학하기도 하고, 다들 국제법을 전공하셔서 국제법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생겼고, 좋은 기회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전: 일반적으로 재판 형태는 민사, 형사 재판이 가장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법 공부를 하면서 국제법, 국제통상과 관련된 재판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마침 이번 대회 공고를 우연히 접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한: 저는 창업 쪽으로 진로를 꿈꾸고 있는데요, 최근 법학적 지식도 쌓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법학은 제 적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계속 멀리하다가 이번 기회로 법학과 친밀감을 쌓고자 지원했습니다.
장: 저는 원래 법에 관심이 많았어요. 요즘에는 법조인도 자신의 특화 분야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특화할 분야를 탐색하던 중 이번 대회를 알게 되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국제법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모의재판 하는 것도 좋아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대회 주제가 ‘유사 담배 규제’였는데, 동전한장 팀의 주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희 팀은 GATT 조약과 TBT 조약을 가장 중요한 변론 근거로 다뤘습니다. 두 조약 모두 기본 전제조건으로써 동종상품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조항이기에 유사 담배의 특성을 파악하여 동종상품인가 아닌가를 증명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해당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했고 모의재판 당일에도 해당 증명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GATT 20조에 ‘공공 도덕이나 건강 문제를 위해서라면 무역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하는데요, 이 예외 조항으로 A국의 수입제한 조치가 합당함을 설득해 내는 것이 중요해 이 부분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 변론이나 반론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노력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반론은 상대의 주장을 듣고 바로 즉석에서 해야 하는데요, 상대의 주장을 듣고 팀원 간 바쁘게 쪽지를 돌리며 순발력 있게 반론을 준비하려 노력했습니다. 주장을 강조하되, 반복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노력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논리를 반론의 형식으로 만들고, 이걸 영어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 같아요.
변론의 경우 주어진 변론 시간이 짧아 준비해 온 내용을 엄청나게 함축해서 말해야 했던 것이 어려웠어요. 상대측의 주장을 듣고, 상대가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한 뒤 해당 부분을 반박하는 내용을 최후 변론에 덧붙여서 저희 팀의 주장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최후 변론 마지막에 저희 팀원이 심금을 울리는 멘트를 했는데요,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고려해달라는, 어떻게 보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멘트였지만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 학부생임에도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이번 대회에 법학전문대학원생들도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법학 지식으로는 대학원생들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저희의 주장을 영어로 유창하게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학부생 신분에 비해 즉석 반론을 잘한 점이 8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미리 상대의 예상 주장을 정리해 두고,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 둔 뒤 현장에서 조리 있게 전달했습니다. 이 외에도 저희의 끈끈한 팀워크, 재판 도중 교수님의 질문에 잘 대답한 것이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대회 준비 기간이 여름방학이어서 팀원들 대부분이 해외에 나가 있었어요. 시차를 고려해 회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서면으로 변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예선이었는데요, 두 국가 변론서를 합쳐서 약 50장을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명문화는 되어있지만 구속력이 약하다는 국제법 특성상 재판 결과가 기존 국제법 관련 판례를 따라가는 경향이 많아요. 따라서 다량의 판례를 일일이 살펴보고, 국제법 조항을 사건에 맞게 해석해 적용하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 이번 대회를 통해 느끼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동: 국제법은 조항 외 판례도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어요. 조항별 예외 사항과 다양한 판례 자료가 많아서 국내법보다 쉽지 않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 A국보다 비교적 불리한 T국 변론을 계속 맡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모든 것은 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전: 예선에서 제출한 서면 변론서에서 ‘product’를 ‘porduct’로 작성한 실수를 본선 합격 이후에 발견했어요. 마지막까지 오탈자를 꼼꼼히 검수하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 법학적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법학적 인사이트도 얻고, 법 조항이 이중적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배워가는 유익한 기회였습니다.
장: 이번 대회로 무역 쪽으로 깊게 공부를 하며 이 분야가 저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무역뿐만 아니라 해양법 등 국제법과 관련된 여러 모의재판 대회가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국제법 관련 대회에 또 참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모의재판 대회에 관심 있거나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의재판 대회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많이 지원하는 대회라 긴장할 수 있지만 학부생 팀도 꽤 많았어요. 너무 긴장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모의재판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이 있잖아요, 모의재판을 쟁점이 여러 개인 토론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거예요.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학설과 판례를 찾아보고, 학부생의 비교적 부족한 법학적 배경지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변론과 반론을 철저히 준비해 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니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