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서 원우(나노과학기술학과 20)
박현서 원우는 전공 수업에서 중대형 이차전지 소재 개발이 여전히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에 직접 도전해 보고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연구는 정답이 정해진 시험과는 분명히 달랐고, 그는 마치 '끝이 없는 터널을 걷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실험과 분석을 이어가며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다져온 박현서 원우는 지난 10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에너지 일자리 박람회 인력양성 우수성과 시상식’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침내 그는 긴 터널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드디어, 눈이 시리도록 반짝이는 ‘빛’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현서 원우의 연구 여정과 인간적인 성장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자.
▲ 2025 기후에너지 일자리 박람회 에너지인력양성사업 우수성과 시상식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박현서 원우(오른쪽에서 두 번째)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 나노과학기술학과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20학번 박현서입니다.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된 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데요. 이번 기회에 제 이야기와 경험을 편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처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우수성과 시상 신청 안내 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었어요. 제 연구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고, 수상 인원도 적어 경쟁이 매우 치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원 후 한 달 뒤에 수상 소식 메일을 받았을 때도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수상 자체도 무척 기뻤지만, 제가 진행해 온 연구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더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연구자로서 더 큰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고, 이에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 나노과학기술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 그리고 배터리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3학년까지는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할 생각만 했지,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4학년 수강신청도 그저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들만 들을 계획이었는데 실패했죠. 마지못해 당시 처음 개설된 전기화학공학 및 소재공학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요. 전기화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기에, 수업이 굉장히 딱딱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수업에서 다루는 전기 자동차의 시장 동향, 그 전지 속에 사용되는 소재들의 특성 및 한계,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 연구와 같은 간략하지만 큰 로드맵들이 저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가솔린 차처럼 빠르게 충전하고 장시간 주행이 가능한 중대형 이차전지 소재 개발이 아직 미흡하다는 내용을 들으며, 막연하지만 ‘나만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여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소개하고 적용해 본다’라는 것이 제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연구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대학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이 나노 소재의 물리적, 화학적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지식들은 배터리 분야뿐 아니라 반도체나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향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노과학기술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자로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목표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에게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 이바지한다’라는 목표는 단순히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사회 및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연구를 하다 보면 제가 만든 작은 소재 하나가 전지의 효율과 수명을 눈에 띄게 향상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 연구가 언젠가 더 친환경적이고 오래 가는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동기부여가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거든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노력이 이 분야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이번 연구에서 다루신 ‘바이메탈 음극소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는 모두가 잘 아시는 흑연 소재입니다. 층상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리튬 이온이 큰 구조 변화 없이 탈삽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큰 에너지 밀도 및 출력을 요구하는 전기자동차의 중대형 전지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아요. 반면 실리콘 기반 단일 합금계 음극은 다량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는 대신에 심한 부피팽창으로 원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최근에 바이메탈 소재들을 사용했을 때 서로 다른 금속 두 종류가 갖는 상호 보완적 특성 그리고 상이 다른 작동 전압에서 교차적으로 작동하는 완충 효과(buffering effect) 덕분에, 용량 감소와 탭 밀도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장수명 리튬이온전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어요. 저는 두 금속의 합금 구조가 변할 때 어느 합금 구조에서 이 완충 효과가 가장 크게 발현되는지, 그리고 그 완충효과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서 바이메탈 음극 소재 합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합금 구조가 점점 균일해질수록 두 금속 간의 상 경계가 많아지고, 이 상 경계가 내부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균열 및 파쇄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메커니즘에 기반한 구조적 안정성이 바이메탈 음극의 장수명 전지 구현에 기여하는 핵심 원리라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 본 연구를 통해 제시하신 설계 전략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이나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에서는 고에너지밀도와 고출력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재가 필수적이고, 실제 산업에서는 소재 개발 시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공정으로도 효과적인 완충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마이크로 스케일 실리콘계 음극 소재 연구에 더 힘을 쓰고 있고요. 이 부분에서 제 바이메탈 기반 설계 전략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합성법의 핵심은 냉각(cooling) 속도의 제어인데, 이는 재료공학 분야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는 접근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제조 공정으로도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마이크로 스케일 합금 구조에서는 충·방전 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부 응력을 얼마나 균일하게 완화하느냐가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요. 제 연구 결과에서 보인 바이메탈의 상경계에서의 메커니즘은 특정 조합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마이크로 스케일 바이메탈 또는 멀티메탈 합금 설계 내에서도 확장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향후 고출력·장수명 음극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확장성 높은 합금 설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나 실패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실험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분명한 ‘새로움’을 찾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실험 자체는 할 수 있지만, “이 연구가 왜 의미 있는가?”, “기존 연구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면 연구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특히 바이메탈 음극 소재를 처음 연구할 때, 단순히 성능을 개선하는 실험은 이미 많이 나와 있어서, 제가 어떤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슬럼프도 왔고 제 연구 방향에 대한 회의감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의 조언 하에 기존 문헌들을 소재 특성, 합금 구조, 상경계, 응력 완화 메커니즘 등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다 보니 상경계에서의 응력 완화 메커니즘이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흡한 분야임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검증할 수 있도록 실험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상경계의 양을 어떻게 조절할지, cooling rate를 변수로 설정하면 합금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먼저 가설로 세우고,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선배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해당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 설계를 완성하면서 자연스럽게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실험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 동료들과의 소통, 그리고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과정 자체가 연구의 핵심 역량이라는 점을 크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성격이나 삶의 태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무 덤벙대고 의지가 약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주어진 일에 침착하게 임하지 못하고, 조금 시도하다 잘 안되면 금방 손을 떼거나,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만 골라서 해오곤 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때 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태도가 대학원 입학 후에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주변에서 대학원 가더니 성격이 완전 바뀌었다고 할 정도였어요. 특히 매주 연구실 미팅 때마다 지도교수님께서 제 물질 및 성능에 대한 현상, 데이터 해석, 실험 설계 의도 등을 집요하실 정도로 질문하셨던 시기가 있었는데, 처음엔 준비도 벅차고 발표도 부담스러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매주 다시 고민해 보고, 보완해 발표하고, 또 새로운 질문을 받으며 그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정답에 최대한 가까워지려는 끈기와 스스로 사고하는 힘, 더 나아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연구자의 길은 단지 저의 경력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제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큰 전환점이 됐어요. 지금은 이 길을 걷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 밖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본인만의 방법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하루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내다 보니 크게 웃을 일이 자주 없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실 밖에서는 주로 미국 시트콤이나 코믹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웃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해요.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약 30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가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속에서 코미디와 감동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 저에게는 일석 삼조 이상의 효과를 준다고 느끼거든요.
또 최근에는 러닝이 열풍이었잖아요. 러닝의 장점은 정말 많지만 체력을 키움과 동시에 그 시간에는 연구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너무 연구만 하면 금방 방전되니까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근처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러닝을 하거나, 가끔은 등산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으려고 해요.
|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나 자신만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마음속에 항상 담아두고 있는 특별한 좌우명이 있지는 않은데, 요즘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Great things take time”입니다. 제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막막함을 자주 느꼈어요. 논문 작성의 모든 과정이 생소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조차 막연했었거든요. 특히 과거에 정답이 정해진 시험을 보는 것과 달리, 직접 연구를 설계하고 가장 근접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예측이 빗나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오면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작은 일이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겼고, 최근에 좋은 성과 및 수상을 경험하면서 이 문구가 더욱더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일에 조급해 하지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나아가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 마지막으로 대학원 진학이나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는 성균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가끔 성균웹진의 ‘성대생은 지금’ 기사들을 보면서 ‘나도 졸업 전에 저기에 소개될 일이 있을까?’하고 상상하곤 했었는데, 졸업을 앞두고 이렇게 큰 기회를 얻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지금도 꿈같아요. 너무 큰 영광이에요. 저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대학원에 입학한 뒤에도 ‘내가 논문을 쓸 수 있을까?’, ‘강의를 따라갈 수 있을까?’, ‘과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같은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끈기를 가지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 했던 그 과정 자체가 결국 좋은 성과로 이어졌고, 인정받는 경험도 할 수 있었어요. 그 순간 느꼈던 벅찬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아, 이래서 선배들께서도 연구자의 길을 꾸준히 가셨나’ 싶기도 해요. 대학원 진학이나 연구자의 길이 누군가에게 꼭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처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분명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그 과정은 여러분에게 분명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고 그 경험을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고 계시는 성균인 여러분도 꼭 한 번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