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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2학기 연구학기제 참여 정한희 원우(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 5기)
우리 대학은 대학원생이 재학 중, 해외 대학 또는 기관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파견 기간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학점을 인정하는 ‘연구학기제(Research Semester)’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의 첫 사례자인 정한희 원우(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 5기)는 지난해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교 파견으로 연구자로서의 시각을 확장하고 식견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해외 생활 중에도 학업 공백과 학점 이수에 대한 걱정을 덜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는 연구학기제의 역할이 컸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권재영 교수님 신경유전학연구실 석박통합과정 5기 정한희입니다. 18학번으로 같은 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초파리를 모델 시스템으로 신경유전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 권재영 교수님과 김진섭 교수님, 이대한 교수님의 전공 강의를 통해 신경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유전학적 활용도가 높은 초파리를 통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는데요. 특히 분자 수준의 분석에 그치지 않고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전기·생화학적 방법과 현미경 기술로 직접 확인하며 자극에 따른 행동 변화까지 정밀하게 관찰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지속해서 김진섭 교수님 연구실과의 협업을 통해 전자현미경 기반의 초파리 뇌지도(Connectome) 데이터를 실제 실험값과 연계하여 분석하고 있는데, 이처럼 기능적으로, 컴퓨터 분석으로 정교한 신경 회로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왼쪽)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오른쪽) 학부졸업식
Q. 지난해 스위스 파견을 다녀오셨어요. 프리부르대학교와 연구실, 수행한 연구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교(UNIFR)는 수도 베른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공립 대학교로, 도시 곳곳에 캠퍼스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베른대학교, 뇌샤텔대학교와 함께 구성된 베네프리(BeNeFri) 연합의 일원으로서, 학생들이 연합 내 타 대학의 수업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연한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생명과학부의 Simon G. Sprecher 교수님과 협업하며 초파리 모델을 활용해 소화계와 신경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Simon G. Sprecher 교수님은 유전학적 도구와 현미경 기술, 단일전사체 분석 등을 결합해 뇌의 신경 회로가 감각 정보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근본 원리와 더불어 신경회로의 가소성, 기억형성 등에 관심이 높으시고, 초파리뿐만 아니라 바다말미잘, 무장충 등 다양한 생물 종을 비교 연구하며 신경계 진화의 공통 설계도를 탐구하십니다.
저희 연구실은 Simon G. Sprecher교수님 연구실과 오랜 교류를 이어왔고 저 또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중 좋은 기회를 얻어 현지 파견 연구원으로서 함께 연구 방향성을 고민했습니다. 현재도 정기적인 미팅과 데이터 공유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초파리가 냄새와 맛을 감지하고 음식을 섭취하여 소화에 이르는 '섭식 행동'입니다. 섭식 행동에는 단일 분자에서 미생물까지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겠지만 저는 그중에서 초파리의 뇌와 장을 직접 연결하는 장 신경세포(Enteric neurons)의 기능과 시냅스 전/후의 연결성을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장 신경세포는 섭식 행동의 기전을 설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생물의 생리적 균형과 에너지 대사 조절의 중심이 되는 장-뇌 축(Gut-Brain Axis)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관심이 높습니다.
▲ (왼쪽) 프리부르대학교 생명과학부 및 식물원 (오른쪽) Simon G. Sprecher Lab
Q. 재학생으로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이를 학점으로도 인정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연구학기제’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사실 파견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연구학기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파견 기간이 학기와 겹쳐 휴학을 고민하거나, 수료 및 졸업 요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지도교수님을 통해 학교 차원의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 지도교수님, 학과 행정실 조교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방학을 활용해서 2025년 6월 말부터 2026년 2월 초까지, 8개월 남짓의 해외 파견 연구 활동을 2025년 2학기 연구학기제의 일환으로 인정받고 무사히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 공백에 대한 부담 없이 연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Q. 연구 활동은 어떠한 기준에서, 어떠한 평가를 거쳐 최종 학점으로 인정되나요?
사전에 지도교수님, 학과장님, 학과 행정실과 충분히 소통하며 출국 준비와 더불어 학기를 정상적으로 등록했고, 연구학기제로 개설된 강좌를 수강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파견 중에는 연구 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여러 문서와 사진, 영상 자료를 수집하고 귀국 후에는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학기 말에 이 자료들을 지도교수님과 학과장님께 제출해 실제 파견 기록과 연구 성과를 평가받았으며, 최종적으로 해당 활동을 전공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Q. 직접 연구를 수행하고 학점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과목 수강 형식보다 더욱 생생한 경험과 실질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몸소 느낀 연구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교과목 수강과 소속 연구실에서의 실험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아왔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교수님 및 현지 학생들과 소통하며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본 것은 피부로 와닿는 큰 차이였습니다. 특히 같은 실험이라도 연구실마다 환경과 축적된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이론적인 줄기는 같더라도 직접 수행하며 마주하는 실질적인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실천적 지식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파견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 (왼쪽) 초파리 장 신경세포 연구 실험 (오른쪽) KOBRA Reports mini review
Q. 연구에서 맡은 본인의 역할도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또한 해외 연구실에서 느낀 차이점도 궁금합니다.
현재 소속된 권재영 교수님 신경유전학연구실에서 같은 과 김진섭 교수님 연구실과 주로 협업하며 초파리의 미각 신경회로망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Simon G. Sprecher 교수님 연구실에서 장 신경세포의 기능을 분석할 수 있는 칼슘 이미징과 광유전학 등 실험방법을 설계했습니다.
경험했던 프리부르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실에서는 연구자 간의 자유롭고 활발한 토의 문화와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실천적인 연구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또한 풍부한 장비와 연구 여건 덕분에 실험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의 차이를 직접 경험하며 연구의 효율성과 창의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Simon G. Sprecher Lab 멤버들과 함께
Q.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교류연구단 사업’으로 재정적 지원 또한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학점과 비용 모든 면에서 부담 없이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파견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교류연구단 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미래 유망 바이오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해외 연구 파견 및 교류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덕분에 공동 연구를 진행할 해외 연구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해 연구 계획에 맞춰 일정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었고, 주거비와 교통비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실 대학원 과정 중 해외 파견은 시간적,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과 연구학기제 덕분에 두 가지 측면의 부담을 모두 덜고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다시없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Q. 해외 파견 기간에도 학점 인정을 받으면서 기존의 수학 계획에도 변동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학업과 연구 계획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연구 측면에서 현재 국내 실험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비와 현지의 지원을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덕분에 연구의 방향과 방법을 효율적으로 정립하며 실험에 집중할 수 있었고 새로 배운 실험기술을 소속 연구실로 도입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학기제를 통해 파견 기간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받은 덕분에 수료에 필요한 이수 학점도 차질 없이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행정적 뒷받침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연구를 진행하며 학위과정 수료도 원활하게 해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이번 파견은 연구뿐만 아니라, 주말을 활용한 주변 여행을 통해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빠르게 변화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흐름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하루에 하루를 더하며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기초과학 분야에 깊은 관심을 두고,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쌓아가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본연의 가치를 잊지 않고,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