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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Success Story

미래 디지털 세상의 이정표를 제시하다

과학수사학과 조현재 원우

"새로운 위협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기준' 정립입니다."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AI의 등장과 함께 확장된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사회 문제 또한 직면하게 된 우리들이다. 특히 끊임없이 다른 유형의 범죄가 일어나고, 그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위험성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개설된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내 과학수사학과는 법과 과학의 융복합적인 사고와 연구를 통해 과학수사 분야의 뛰어난 법률 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학과다.

최근 우리 학교 과학수사학과 조현재 원우는 옥스퍼드 글로벌 사이버보안 인재양성 교육프로그램 성과발표회에서 주한영국대사상을 수상하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를 직접 만나 디지털 시대, 사이버보안과 기준 정립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과학수사학과 조현재입니다. 2025년 옥스퍼드 글로벌 사이버보안 인재양성 교육프로그램 파견 교육생으로 선정되어 영국에 갔다가 올해 3월 귀국했습니다.


| 최근 ‘옥스퍼드 글로벌 사이버보안 인재양성 교육프로그램’ 성과발표회 주한영국대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당시 기분이 어떠셨나요?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어요. 저 포함 30명이 함께 파견되었는데, 그 일원으로서 열심히 임한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 굉장히 기뻤습니다. 프로그램 1기였고 상까지 받았으니,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과발표회



| 사이버보안·디지털포렌식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현재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본교 학부 출신으로, 러시아어문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기술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현장에서 개발자 및 디자이너들과 자주 소통하다 보니 컴퓨터 과학 분야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학업과 직장 생활을 병행했어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통해 컴퓨터과학과 법학 학사 학위를 새로 취득했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해보니 제 적성에도 잘 맞았고, 기술과 법이 결합한 이 분야의 미래가 매우 유망하다는 확신이 들었죠. 이후 독학과 개발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오랜 시간 진로를 고민한 끝에, 기술과 법의 융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 이번 프로그램에서 약 6개월 동안 옥스퍼드 대학교에 파견되셨는데, 처음 현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옥스퍼드 대학교만의 고유한 ‘컬리지(College)’ 시스템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에서 컬리지라고 하면 경영대학, 문과대학처럼 유사 전공이 모인 ‘단과대학’을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옥스퍼드의 컬리지는 조금 다릅니다. 이곳의 컬리지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룹니다.

과 동아리나 학과 활동 등 대학 생활의 거의 모든 기본 중심이 이 컬리지를 기반으로 움직이더라고요. 덕분에 전공과 무관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시야를 확장할 기회 또한 많았습니다. 옥스퍼드라는 대학 자체가 이러한 ‘간 학제적(융합 학문) 교류’를 지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학부에서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뒤 현재 컴퓨터 공학과 법학을 융합한 과학수사학을 연구하고 있다 보니, 학교 측에서도 이러한 저의 융합적 배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모들린 컬리지, 한국 문화의 밤


|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연구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피플 앤 시큐리티(People and Security)'였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유저블 시큐리티(Usable Security, 사용자 중심 보안)'라고 부르는 영역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입니다.

기존의 보안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외부 공격을 막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유저블 시큐리티는 '최종 사용자'가 쓰기 편해야 실제로 보안이 유지된다고 보는 학문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비밀번호 규칙을 만들어도 규칙이 너무 복잡해 사용자가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에 붙여둔다면 결국 보안이 깨진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죠.

특히 옥스퍼드는 이를 단순 컴퓨터 공학이 아니라 법학, 심리학, 인문학, 사회학까지 융합해 접근하더라고요. 이 수업에서 다룬 '모두를 위한 보안(Security for All)' 개념도 매우 신선했습니다. 보통 보안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일반적인 다수를 표적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하지만, 세상에는 성별, 나이, 장애 여부나 특수한 사회적 맥락을 가진 다양한 사용자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트 폭력(친밀한 관계 내 폭력)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가 이미 피해자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나 페이스 ID를 알고 있거나 강제로 풀 수 있는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기술 중심의 기존 보안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순간이죠. 사용자 중심 보안은 바로 이러한 사용자의 개별적 환경과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해 진정한 보안을 고민하는 학문이자 하나의 거대한 운동이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연구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에 이 분야를 개척하려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술적 침해를 막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삶과 환경을 고려하는 보안'을 깊이 있게 배우고 올 수 있어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 캡스톤 프로젝트로 진행한 ‘LLM 보안 벤치마크’ 연구에 대해 쉽게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해당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희 캡스톤 프로젝트의 대주제는 '인공지능을 위한 보안(Security for AI)'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팀은 거대언어모델(LLM)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LLM 보안 벤치마크’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현재 시장에 나온 다양한 인공지능(AI)들의 보안 능력이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는 기준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이를 하나로 통일하여 객관적으로 비교·측정할 수 있는 표준 평가 기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인공지능 자체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 판단해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학교 측에서도 연구의 필요성과 성과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저희 그룹이 최우수상(Best Project Award)을 받는 기쁜 결실도 맺을 수 있었습니다.


| 최근 AI와 생성형 언어모델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연구자로서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보안 문제는 무엇인가요?

원래 제가 가장 주목하던 분야는 악성 프로그램(악성코드, 바이러스, 랜섬웨어 등)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평가하는 연구였습니다. 하지만 법적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워낙 까다로운 영역이다 보니, 최근에는 빠르게 급부상 중인 ‘AI(인공지능) 및 LLM을 악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와 이에 대한 법적 규제’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결국 ‘학습’입니다. 최근 영국에 있을 때 매우 인상 깊게 본 사례가 하나 있는데요. 사별한 연인과 생전에 주고받았던 메신저 대화나 이메일, 사진 등의 데이터를 모두 긁어모아 학습시킨 뒤, 죽은 애인을 그대로 재현한 AI 캐릭터 모델을 만들어 대중에 공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만약 살아있는 사람 간에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공유했다면 기존의 법적 기준으로 처벌이나 규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입니다. 과연 이것을 사자(死者)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법을 떠나 근본적으로 이것이 잘못된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 평가나 기준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AI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법적으로 규제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옥스퍼드에서 다양한 국가의 학생·연구자들과 교류했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새롭게 배우셨나요?

정말 수많은 국적과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통 한국 대학에서는 전공 중심으로 생활하다 보니, 타 학과 학생들과 교류하려면 별도의 동아리 활동을 찾지 않는 이상 기회가 제한적인 편이잖아요.

반면 옥스퍼드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컬리지 시스템’ 덕분에 국제개발학, 역사학, 고고학, 화학, 영문학 등 정말 다채로운 분야의 연구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야가 크게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제도나 법을 연구하다 보니 평소에도 국가마다 제도와 가치관이 다를 것이라는 점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각국 출신의 당사자들과 직접 토론하고 부딪히며 그 차이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죠. 이러한 다국적·다학제적 교류는 저에게 각 나라의 문화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비교법’과 ‘비교 제도’ 연구의 기반을 다지고, 연구자로서 한 단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 과학수사와 사이버보안은 기술뿐 아니라 법·윤리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원우님이 연구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법적 안정성'이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는 '일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사이버 환경과 신종 AI 범죄 속에서 국가가 법과 제도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준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규제의 잣대가 흔들리거나 파편화된다면 법적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과학수사와 사이버보안의 영역은 단순히 기술적인 방어벽을 세우는 것을 넘어, 법률과 윤리적 기준이 기술의 속도를 뒷받침하며 사회 전체에 '일관된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립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연구자로서 저 역시 새로운 기술적 위협 속에서도 제도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며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 '악성프로그램 관련 범죄의 형사법 비교연구'와 '디지털포렌식의 Forensic Trust 확보 장치 연구'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떤 점에서 중요한 연구인가요?

두 연구 모두 ‘파편화된 기준을 하나로 정립해 신뢰성을 높인다’라는 제 가치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첫째, ‘악성프로그램 형사법 비교연구’는 국경 없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할 국제 공조의 기준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한국은 악성프로그램을 법적으로 명시한 예외적인 국가지만, 2001년에 만든 조항이라 최신 랜섬웨어나 스파이웨어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은 아예 정의조차 없죠. 악성프로그램은 전 세계 어디나 유사하게 나타나는 만큼, 각국의 파편화된 법 조항을 분석해 글로벌 공통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둘째, ‘디지털포렌식의 신뢰(Forensic Trust) 확보 장치 연구’는 분석 결과의 신뢰 기준을 세우는 작업입니다. 흔히 과학적 분석은 'O/X'로 명확히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포렌식 결과에도 판단이 모호한 회색지대가 존재합니다. 특히 영국은 포렌식이 민영화되어 있어 결과 검증에 관한 고민이 깊은데요. 현지 담당관들을 만나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에 민간 포렌식 시장이 활성화될 때 법정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객관적인 검증 기준을 선행적으로 마련하고 싶습니다.


▲옥스퍼드 블랙웰 서점(왼쪽)브레츨리 파크(오른쪽)


| 해외 파견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지만, 처음 한 달 동안은 솔직히 무척 힘들었습니다. 8~9시간에 달하는 시차와 전혀 다른 식문화 등 완전히 바뀐 생활 환경 자체가 생각보다 저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초기 한 달 사이에 몸무게가 4~5kg이나 빠졌을 정도니까요. 특히 언어적인 장벽이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스스로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고 생각하다 보니, 누군가 제게 말을 걸거나 제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까 봐 늘 긴장하고 무서워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간과 적응' 덕분이었습니다. 한두 달쯤 지나 현지 생활에 차츰 익숙해지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자연스럽게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낯선 스트레스를 묵묵히 견뎌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옥스퍼드, 포트 메도우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학우분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나갈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큰 비용 부담 없이 귀한 파견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대학원생이나 학우들을 위해 이처럼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당장 어제나 엊그제도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 공고가 올라왔을 만큼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언어 장벽 등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정부와 기관이 제공하는 좋은 혜택들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도전하셔서,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를 꼭 잡으시길 응원합니다.

끝으로, 과학수사학과와 더불어 새롭게 등장하는 관련 이슈들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취재: <성균웹진> 김한결 기자 / 편집: <성균웹진> 최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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