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전문대생에서 소셜·의료데이터 연구자가 되기까지

김동훈(문헌정보학과 박사과정)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혼자서 사막을 지나고 정글을 헤치고 나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제대로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해 대학원으로


2015년 겨울,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당시, 구로의 3년제 전문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학교는 취업 시장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었고, 본인의 성적도 과에서 석차 4등으로 나쁘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교수님은 그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셨다. 그렇지만 그는 취업이 아니라 대학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교수님의 강한 반대가 따랐다. 그럼에도 여러 고심 끝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으나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4년제 학위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학점은행제 수업과 자격증으로 전공학점을 채워야 했다. 학점은행제 수업은 그럭저럭 할 만 했지만 자격증 취득이 문제였다. 그가 준비하던 자격증은 ‘소방설비산업기사’ 자격증이었는데,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전공 16학점을 인정해주었다. 많은 학점을 한 번에 취득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취득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자격증을 4수만에 취득했는데, 마지막 시험 때는 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대학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결국 합격선 60점에 62점으로 통과했다.


전공 공부와 논문으로 험난했던 대학원 생활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학점을 취득하고 2017년 3월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다. 평소 연합 동아리 활동으로 성대를 자주 오긴 했지만 학생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니 감개무량했다. 신입생의 부푼 마음을 안고 대학원 첫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 학기에 들었던 과목은 ‘웹데이터베이스구축론연구’, 메타데이터관리연구’ 등 4과목이었다. 여러 과목 중 이 두 과목을 언급한 이유는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매주 원서를 요약해야 했고, 학부가 타학과여서 수업을 따라가려면 전공과 관련된 용어나 개념들을 처음부터 익혀야 했다. 첫 학기는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2학기 때부터는 졸업논문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문헌정보학과는 학위 논문심사에 학생들이 참관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가 작성한 논문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가 받는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사과정을 밟는 지금 석사 때 쓴 논문을 보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 연구실에 침낭을 두고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논문을 수십 번 고쳤던 경험은 스스로 해이해질 때마다 돌아보며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좋은 자극제다. 논문에 대한 압박과 자극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논문작성에 시간을 쏟다 보니, 정작 처음 대학원에 들어올 때 기대했던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은 연구실 구석에 방치됐다.


연구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다


그렇게 졸업논문에 매몰되어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동기로부터 연구 제안을 받았다. 지도교수와 새로 부임한 교수가 공동연구를 하는데 대학원생이 필요했다. 팀이 꾸려지고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팀은 대학원생들이 두 명씩 세 그룹으로 나뉘어 그룹별로 연구를 하나씩 진행했다. 그의 팀 주제는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페이스북에서 우울증과 관련된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수집하여 특징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연구과제가 주어지자 연구에 적합한 우울증 커뮤니티를 찾고 크롤링 기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는 파이썬(python)이란 툴을 사용했다. 지금은 수족처럼 사용하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 접하는 툴이라 익히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연구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주임교수의 지도가 큰 힘이 되었다. 여기서 지도는 단순히 연구에 대한 지도뿐만 아니라 대학원 생활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지도를 포함한다. 그는 연구를 통해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필요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필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연구라는 것이 학문적인 경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문제이자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연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석사 마지막 학기에 들어서자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취업을 준비할지, 연구에 더 매진할지 고민됐다. 이때 연구팀의 주임교수가 자살 예방 및 자살 위험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입과 관련하여 데이터분석 연구를 계획했다. 연구주제를 보며 취업 대신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학부 졸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돈을 위해 취업을 선택할 수 없었다. 또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 분야가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팔십만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도움을 요청을 하는 등의 ‘자살신호’를 주변에 나타낸다고 한다. 만약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 신호를 포착하여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생명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연구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에 기여했다면, 이번 연구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 여겼다. 본 연구에 참여하며 앞으로 사람을 살리는 연구자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평생토록 가져가야 할 가치관임을 다짐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의 분야에 경험을 쌓다


박사과정이 결정된 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음을 느끼며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던중 주임교수의 제안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주최하는 디지털 헬스 해커톤(Digital Health Hackathon)에 참여했다. 해커톤이란 특정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작업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벤트다. 해커톤에 참여하며 여러 레이아웃과 시각화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한 일은 연구자로서 좋은 경험이었고,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많이 다루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다.


해커톤 이후에도 더 많은 경험을 쌓고자 국림암센터에서 주최하는 ‘암 빅 데이터 활용 공모전’에 참여했다. 이 공모전으로 암 빅 데이터뿐만 아니라 의약품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가 됐다. 국립암센터 공모전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받았고, 이후 NIA 빅 데이터 플랫폼 경진대회에서 열두 분야의 대상 팀끼리만 이뤄지는 경연대회에도 참여했다.


12월 달에는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ealth Data and Information Services 에 참가했다. 여기서 세계적인 헬스데이터 권위자들의 여러 강연을 듣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한 건강 앱 사용 의도와 혁신 저항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포스터 부문에 참가했다. 연구모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방법과 결과추론에 대한 제안 등을 듣고 보완할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을 부딪치고 깨지며 알게 된 것은, 그가 가진 분야에 대한 지식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고 도전하면서 체득된다는 사실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면서 여러 상황에 처해야 배 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이란 새로운 환경으로 나갈 때 세상이 보다 더 넓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으로서 연구팀에서 다양한 연구 기회들을 접하며 논문들을 쓰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들을 접하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하나씩 습득해 가는 즐거움에 하루하루를 산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좋은 동료와 멘토의 조언이 있었다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거나, 혹은 자신이 가는 길에 의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말에 공감한다면, 혼자 고민 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라” 고 말했다. 그 누군가를 통해 찾고자 하는 길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란?


그는 ‘제대로’ 된 길을 찾고 ‘멀리’가고 싶다면,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하며 그 결정에 책임져야 하는 학생으로서, 함께 할 좋은 동료와 멘토를 얻는 것이 성공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COPYRIGHT ⓒ 2017 SUNGKYUNKWAN UNIVERSITY ALL RIGHTS RESERVED.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