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Success Story

인의예지와 수기치인의 정신으로 아동인권을 생각하다

김용재(영어영문학과 17)

역사를 좋아했던 학생


그는 초·중·고 학창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역사 만화책이나 역사 관련 서적을 즐겨 봤고,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이나 유적지 등도 자주 방문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역사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역사 왜곡 바로잡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대학에 와서도 사학과로 활동하며 여러 고적지로 답사를 다녔다. 이러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2017년 1학년 여름방학에 안중근 의사 기념 사업회에서 진행하는 안중근 평화기자단에 지원하여 활동했다. 안중근 평화기자단 소속 기자로서 주로 했던 취재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의 만행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일제에 의한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취재를 위해 사례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큰 분노를 느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동들도 다수 끌려갔었고, 머나먼 타국에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겪은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다수의 피해 사례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낀 그는 과거 그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진 오늘날에는 아동들에 대한 대우가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초등학생 시절은 행복했지만 중학생 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중학교는 강압적이고 통제하는듯 한 인상을 받았다. 수업 시간에 대나무나 단소로 학생들을 사정없이 체벌하는 선생이나 엄격한 두발 단속과 교복 단속은 적응하기 어려운 이상한 문화였다. 교복 동복 착용 기간에 하복을 입고 왔다는 이유로 따귀를 맞는 친구의 모습, 월요일 조회 시간에 두발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강제로 밀게 된 친구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아동 인권, 학교에서의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독서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시절 이상한 관습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많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황국 신민 학교 시절부터 전해져온 오랜 악습이었던 것이다. (물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사랑하는 선생님들도 다수 계셨다.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며 이끌고 계신 초·중·고 선생님들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 번째 결심과 작은 시작


오늘날 아동 인권, 아동보호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비한 점이나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면 직접 개선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우리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사회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일상 속에서 작게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마침 서울특별시에서 동행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행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종의 교육봉사와 같은 활동이다. 활동해 보니 그가 중고교를 다녔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그가 재학중 겪었던 두발 규제 등의 강압적 문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학교 문화, 학교에서의 청소년 인권이 점차 제 자리로 찾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의 학생인권은 아직도 멀었다. 사회 전반에 대부분의 법과 정책이, 심지어 아동을 위한 정책까지도 성인 시각이 중심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아동이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국청소년재단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 황인국 대표가 주관하는 대학생정책연구단 myPOL 7기에 지원했다.


대학생정책연구단에서 활동하며 서울특별시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내에 아동을 위한 시설물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홍보부족으로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다. 그는 서울시 대중교통 내에 아동용 시설물을 홍보하는 안내를 의무화 할 것을 제안했고, 결국 2019년 7월 18일에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제18조 및 제25조를 개정하고 신설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조항은 관련 안내의 의무화 및 이동편의시설 설치 시 설치비용의 지원이 주된 내용이다. 조례가 신설되고 확인해 보니 서울시 2호선에서 관련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500명에 가까운 시민의 설문조사 응답을 받고, 관련하여 매주 토론을 벌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바꿔놓았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다.


두 번째 결심과 꿈


휠체어를 끌며 장애아동의 자유로운 이동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직접 휠체어를 끌고 그들의 입장에서 조사하며 휠체어 소풍지도를 만들었다. 조사과정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언급한 활동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청소년희망재단 파랑마니또 멘토링 프로그램, 종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정말 다양한 우리 사회의 아동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안심이 되었던 것은 검사, 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시의원 및 국회의원 등 여러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 아동권익의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그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입법자의 역할이었다. 전술한 서울특별시 조례 개정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입법자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파급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찾아가서 김영진 의원에게 대중교통 내 아동용 시설물 홍보 관련 입법을 문의했다. 법률이란 약간의 추상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홍보를 의무화하는 식의 법률안은 부적절하지만, 대신 국정감사에서 해당 내용을 질의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와 같은 입법자의 권한을 보며 직접 입법자가 되어 그간 느꼈던 우리 사회의 작은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법과 정책은 특정한 요건만 충족시킨다면 다수의 아동이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입법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법과 정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법조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법조인 혹은 입법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사회 전반에 걸친 아동 권리의 신장과 아동학대 근절이다.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인류는 대변혁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간 제국주의, 전체주의라는 미명 하에 소홀했던 인권이라는 개념이 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UN이 창설되어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이 발표되기도 했다. 오늘날이 살기 좋은 사회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아동 관점에서 천천히 뜯어 본 결과,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에 사회 전반에 걸쳐 아동 권리의 신장을 이루고, 아동과 관련된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없애고 싶다. 한편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흉악한 아동학대 사례들은 종종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곤 한다. 비교적 최근인 울산계모살인사건이나 창녕아동학대사건 등은 과연 우리 사회의 아동들이 모두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러한 사건들이 가시화되고,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 정부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보여주기 식에 그쳐 흉악한 아동학대 사례들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동학대는 그 특성상 해당 아동의 보호자와 가해자가 동일한 경우가 많아 발견조차 어렵다. 따라서 가해자 처벌 식의 접근보다는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방식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여러 사회 문제들을 조기에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리라 믿는다.


성균관대학교


어린 시절부터 성균관대학교는 그의 준거집단이었다. 가족 중에 성균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대 캠퍼스에 종종 방문했다. 힘들었던 고 3 수험생활을 마치고, 성균관대학교 합격증을 받았을 때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균관대학교는 과거 성균관의 인의예지, 수기치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특히 성균은 성인재지미취, 균풍속지부제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인재로서 아직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이루고, 풍속으로서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고르게 한다.’라는 의미다. 그가 지난 4년 동안 우리 사회의 아동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힘을 썼던 과정은 성균관대학교의 교시, 건학이념이 은연중에 실현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는 성균관대가 제공하는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과 성균논어 수업 덕분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학생성공’이란?


학생성공이란 성균관대학교의 교시, 건학이념인 인의예지와 수기치인 정신에 따라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와 공동체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자아의 도야와 완성을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0 우리들의 성공수다’ 책에 실린 학생성공스토리 공모전 수기집에 실린 글을 편집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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