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지 못했던 역주행 신화의 비밀

  • 465호
  • 기사입력 2021.04.11
  • 편집 윤서빈 기자

글 : 심예리(글로벌경영학과 20)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프라인 활동 제약으로 일상 생활이 인터넷과 가까워지는 요즘, 유튜브는 사이버 칩거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그리고 그 수혜를 톡톡히 받아 새로운 역주행 신화를 쓰게 된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가 있다.


3월 6일 기준 멜론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Brave Girls)의 롤린(Rollin’)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거대한 열풍의 시작은 고작 하나의 영상이었다. 지난달 24일 ‘비디터’라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 영상이 그 주인공이다. 수백명이 단체로 팔을 휘두르고 있는 군인들의 썸네일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끌었고, 군인들의 호응과 더불어 그동안 무명이라는 프레임에 묻혀 뜨지 못한 명곡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어 결국 롤린이 역주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역주행은 무엇일까? ‘역주행’이란, 찻길에서 다른 차량들이 달리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처럼, 컨텐츠에 대한 반응이 그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흘러 재평가를 받고 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쓰이는 말로, 음원의 경우 재생 및 다운로드 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 각종 음원차트에서 단계적으로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역주행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올해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닌데, ‘하니직캠’으로 유명세를 탄 2013년 EXID의 ‘위아래’ 때부터 이름 붙여진 이후 비슷한 현상이 종종 발생하면서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역주행은 일어나는 것일까? 이번 브레이브 걸스의 경우나 EXID 하니의 직캠처럼, 유튜브에서 ‘역주행 신화’를 쓰려면 어떤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걸까? 이번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역주행을 계기로 이를 기술적 측면사회적 측면으로 나눠 탐구해 보았다.


#1. 어떻게 그 영상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기술적 측면 – 추천 알고리즘

우리는 종종 갑자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영상들을 두고 ‘알고리즘에 선택받았다’고 말한다. 이것이 뻔하지만 당연히 역주행 신화의 시작이 된다. 물론 이러한 알고리즘의 선택에 덧붙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클릭 할 수밖에 만든 썸네일(유쾌한 댓글과 캡처 장면 선정 등)과 각종 흥미로운 편집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그렇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유튜브는 왜 이런 영상을 우리에게 갑자기 추천해주는 것일까? 어떤 내용이 영상으로 선정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알 수 없다. 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이기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개인의 분석에 의해 어느 정도 밝혀진 부분이 있다. 카툰 스튜디오인 프레데레이터(Frederator4)의 유튜브 채널 운영 담당자인 맷 질렌(Matt Gielen)과 제레미 로젠(Jeremy Rosen)이 직접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1) 조회수, 2) 이용자의 평균 시청시간, 3) 이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해 첫 번째로 보는 채널의 영상, 4)유튜브를 끄기 전까지 시청 시간 총합에서 해당 채널의 영상을 본 시간, 5) 이용자가 유튜브에서 나갈 때 마지막으로 본 채널의 영상, 6) 해당 채널의 업로드 빈도, 이 6가지 요소가 알고리즘 선정 과정에서 가중치를 부과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6가지 요소에 ‘영상의 내용’과 관련된 것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평소에 자신이 즐겨 보던 영상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등장하여 의문을 가졌던 수많은 사례들은 사실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견해로 ‘알고리즘의 우선순위가 ‘시청 시간’에 있고, 영상의 길이가 길수록 채널 구독자들에게 추천되는 비중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인공지능학자 기욤 샬로는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내도록 하기 위한 왜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유튜브 측에서는 유튜브에는 1분당 45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하루 10억 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시청되고 있기에, 모든 영상의 내용을 확인하고 알고리즘에 적용하기는 기술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2. 역주행 현상에 사람들의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3가지 사회적 원인

기술적 분석에 이어 사회적 원인은 세 가지로 나눠 탐구했다. 각각 동조 효과, 밴드웨건 효과(편승 효과), 그리고 언더독 효과이다.


1) “댓글” 모음 영상 – 동조효과

‘동조효과’란 집단으로부터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개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책 <넛지>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당신은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므로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당신이 인간이고 진짜 이러한 실험에 참가했다면, 당신은 자신의 감각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전 발표자들이 말한 답을 그대로 따라하고 말 것이다.”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집단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존재이며 집단 속에서 동질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본능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면 집단생활에서 소외당하거나 추방당하기에 ‘눈치’를 키워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발언 할 경우 다수의 경우를 따라 동조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동조효과에 따른 설명이다.


브레이브 걸스 역주행에 댓글모음 영상도 다소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되는데, 유튜브에서도 한 영상의 댓글창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같은 방향성을 띄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댓글 모음을 보면서 다수가 같은 방향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각인되고, 또한 무의식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 ‘동조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2) 유행의 확산 - 밴드웨건 효과(편승 효과)

평소 관심이 없던 물건이나 연예인 등이 갑자기 크게 화제가 되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직접 검색하고 알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중의 유행에 따라 상품, 즉 컨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밴드웨건 효과(편승 효과)’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밴드웨건 효과를 사용한 전략으로는 기업의 서포터즈, 체험단 등이 있다. 처음 나온 제품을 사람들은 잘 쓰지 않는 것을 고려하여 제품을 무료로 나눠 줘서 초기수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행이 대유행이 되는 것, 당연해 보이지만 이 역시 사회적 현상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결과에 따라 역주행 현상은 한순간의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3) 언더독 효과 (Underdog Effect)

마지막으로, 언더독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언더독 효과는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1948년 미국 대선 때 여론조사 예상에서 뒤지던 해리 트루먼이 4.4포인트 차이로 토머스 두이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면서 언론들이 처음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역주행 신화의 대표적 예시인 EXID 하니의 위아래 영상에는 꼭 ‘돈이 부족해서 흰 신발에 마커를 칠해 검은 신발로 바꿔 신었다’, ‘이번 앨범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다’등의 사연이 붙는다. 하니의 직캠 영상으로 한번 끌어진 관심에 덧붙여 EXID의 무명 시절의 설움과 아픔에 공감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이 EXID를 응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 브레이브 걸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음원 차트 1위만 할 수 있다면 삭발도 감행하겠다’, ‘몇 주 전만 해도 취업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몇 멤버는 이미 숙소 짐을 정리한 상태였다’등의 사연은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기사에 꼭 더해지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사연들은 브레이브 걸스의 유행 가속화에 큰 역할을 했다. 무명의 가수가 고생 끝에 비로소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영광을 얻기를 원하는 마음은 대부분 사람들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근본은 여기에 롤린은 정말로 명곡이니까. 이 글은 ‘유튜브 영상의 역주행 현상을 근원적으로 파악한다’라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글을 요약하자면 유튜브 영상의 역주행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촉발되며 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 ‘사회적 현상’으로 끌어간다.  그 요인은 동조효과, 밴드웨건 효과, 언더독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유튜브 영상의 역주행의 절대적 진리이자 필승 요소는 아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영상들은 무수히 많다. 그 추천된 영상들 중에서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은 드물며 또 그 안에서 브레이브 걸스의 경우처럼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적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영상이 특히 흥한 이유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엄청난 군인들의 호응,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의 투철한 직업정신.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열정 넘치는 퍼포먼스, 트로피컬 하우스 기반에 청량함을 가미하여 숨은 명곡으로 뽑혀 왔던 높은 곡 퀄리티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뤄낸 결과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다. 브레이브 걸스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노력해 온 ‘준비된 사람들’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다가온 기회를 잡았고 아름다운 역주행 신화를 쓰게 되었다. 이것은 브레이브 걸스의 그간 노력과 열정을 깎아내리는 글이 아니다. 브레이브 걸스의 더 눈부실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