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무(無)라벨 생수의 등장

  • 467호
  • 기사입력 2021.05.13
  • 편집 윤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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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예봄(사회과학계열 21)


최근 생수 업계가 라벨을 제거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생수병을 항상 감싸고 있던 라벨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하며 시작된 움직임이다.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 할 때 반드시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라벨을 아예 없애버리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부터 라벨을 제거한 ‘아이시스 8.0 ECO(에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라벨 사용량을 줄이고 소비자가 라벨을 떼어 버려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없애 주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분리배출 과정을 편리하게 해주었다는 점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특히 ‘그린슈머(Green+consumer)’의 열광을 받았다. 


출시 후 무(無)라벨 아이시스 ECO는 약 1,010만개가 판매되었고, 이에 따라 1,010만개의 라벨 포장재도 절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롯데칠성음료를 시작으로 라벨 없는 생수병은 대중화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국내 생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곳의 생수업체에서 올해 상반기에 무라벨 생수병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의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방침이 시행됨과 동시에, 무라벨 생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라벨에는 생수의 제품명, 수원지, 제조일자, 바코드 등이 표기되어 있어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제품력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는 차이가 보이지 않는 생수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유일한 차별요소로 여겨졌던 라벨이 사라지면서 이젠 가격만이 유일한 경쟁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수 업계에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익숙하게 인식시키던 라벨을 떼어내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라벨 프리(Label-Free)’ 운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윤리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그린슈머’가 증가하고 있고, 이와 함께 더 많은 기업들이 라벨 프리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라벨을 제거한 생수가 완벽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무라벨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마트와 같은 소매점에서 입고를 꺼린다는 점에서 낱개 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또한 생수의 원산지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점의 발생과 함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실제 농심의 백산수의 경우, 라벨에 적혀있던 제품명을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 넣었고,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는 제품의 상징이 되는 파란색과 분홍색을 강조하는 등의 전략을 보여 발 빠른 마케팅으로 생수업계 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열풍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라벨을 떼어낸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을 고려해 무라벨 생수를 생산하는 기업에 재활용 분담금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EPR)을 최대 50% 경감할 것임을 밝혔고, 무라벨 생수병에 대한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 알렸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제도적 지원의 확대와 함께 더 많은 기업들이 생수병 ‘라벨 프리’ 운동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