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것은 사소한 것부터

남을 돕는 것은 사소한 것부터

  • 395호
  • 기사입력 2018.05.15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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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에 아름다운 사연이 있을까 사례를 찾던중 여러 건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번호에는 몇 개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1. 첫 번째 에피소드- 먼저 손 내미는 용기와 사랑

인문학술 정보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던 김동훈 학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장애학우 A군의 이야기를 통해 회자되기 시작했다. A군은 김동훈 학우 덕분에 사회 생활 할 때 필요한 것을 많이 배웠고 조언도 해줘서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훈(문헌정보학 석사 2기)학우는 우리 학교 장애학우의 학습도우미를 시작하며 A군과 인연을 맺었다. A군은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에 훈련이 필요한 학생이었다. A군은 우리 학교 문정과 학생으로 졸업후 도서관 사서가 되는게 꿈이다. A군은 학교 도서관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었고, 그것을 도와준 사람이 김동훈 학우다. 김동훈 학우는 A군과 지내며 그가 수업 할 때나 학교생활 할 때 붙어 지냈다. 수업을 같이 들으며 A군이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고 도서관 일을 할 때도 같이 했다. 그 과정에서 A군은 학술정보관의 다른 비장애학생들과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비장애학우들에게는 장애학우가 사회적으로 시혜적,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 함께 어울리며 사는 똑같은 대학생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했다.

봉사는 그의 삶의 일부 인듯했다. 봉사에 대한 그의 생각은 소박했다. "해외봉사나 큰 활동을 해야만 의미있는 봉사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물을 때 친절히 알려드리는 것, 사용한 강의실을 깨끗이 치우고 가는 것, 청소부 아주머니, 아저씨들께 따뜻하게 인사드리는 것 같이 작지만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살피고 돕는 것부터가 봉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뻔한 생각이지만 실제로는 이 뻔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타인을 위한 일을 하면서 어떤 보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봉사를 사람을 섬기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자기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데 이번에 그를 도우며 제게 그런 기회가 있었던 것에 감사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성경말씀에 나와 있는데 신앙적으로도 성장하게 된 기회가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김동훈 학우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 두 번째 에피소드-유급 됐는데 어떻게 하죠?

소프트웨어 대학 컴퓨터공학과 외국인 유학생 '싸레'는 졸업을 목전에 두고 유급처리 됐다. 다음학기에 수강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전공핵심 100% 운영, 교육과정 내 교과목명 변경 등으로 수강과목 혼란과 졸업요건 충족이 어려워 졌다. 이 사실을 알게된 학적 담당자와 학과 사무실 담당조교는 학과 로드맵을 보며 서로 협의했다. 싸레는 다행히 대체 교과목을 찾아 졸업학점을 채울 수 있었다. 이번학기에는 유급당하지 않도록 멘토-멘티 프로그램에도 참여토록 해서 재학생 만족도를 높였다.

#3. 세 번째 에피소드- 등록금이 부족해요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대학원생 하오라 이타히는 이수학점 부족으로 초과학기 등록이 필요했다. 그러자 등록금 문제가 생겨 행정실을 찾게됐다. 외국인 학생의 뜬금없는 방문에 행정실 대학원 담당자 장동익 과장과 국제화담당 박희태 직원은 도움을 요청한 외국인 유학생을 기꺼이 도왔다. 장 과장은 등록금을 마련할 제도와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장과장은 하오라가 팀연구프로젝트를 수강해 정규학기에 추가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하오라의 초과등록 학점을 줄임으로써 초과학기 등록금 감면이 가능하게 되었다. 박 선생은 하오라가 외국인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 방법을 알아봤다. 장 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오라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학교 생활을 잘하도록 도와줄 방안을 고심했다.

장 과장은 하오라가 한국어가 미숙한 점을 고려해 한국어능력을 키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어가 통하면 외국 생활의 반은 성공한 셈이니 남은 한국 유학생활이 좀 더 여유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외국인 유학생지원팀 박재흠 과장은 외국인 대학원생 한국어 능력반에서 한국어수업을 들을수 있게 했다. 이런 일로 하오라와 직원들의 친분이 두터워져 오늘도 점심을 같이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오라는 전 보다 학교 생활을 더 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상한 배려가 민간외교 아닐까 싶다. 그가 모로코 본국에 돌아가 우리 대학을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다.

#4. 네 번째 에피소드- 시험 장소가 바뀌었어요.

정치외교학과 장애우 성*연 학생은 교수와 직원에게 중간고사 서포트를 받았다. 자신이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중증 뇌병변장애로 수선관까지 거동이 불편한 정치외교학과 소속 장애우를 위해 사회과학대학과 외국인유학생지원팀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몸이 불편한 학생이 자신의 온라인 수업 '정치학 입문'을 듣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된 정치외교학과장 김태효 교수는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시험 장소가 걱정되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들을수 있지만 시험은 오프라인이라 직접 출석해야 했다. 시험 장소는 수선관인데 그곳까지 오기는 힘든 길이었다. 김 교수는 학과 조교들과 그 학생을 도울 방안을 회의했다. 회의 결과 김 교수는 그 학생의 중간고사 시험장을 국제관에 배정하고 편하게 시험 볼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대학 행정실과 외국인유학생지원 팀은 긴밀하고 적극적인 협조로 중간고사장을 수선관이 아닌 국제관에 배정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성 학우는 사회과학대학 행정실에 전화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회과학대학 행정실과 김태효 교수는 남은 시험에도 이 학생을 위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태효 교수에게 왜 그런 지원을 했냐고 묻자 당연한 것이라며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에필로그
남을 돕는 사람들에게 왜 그들을 돕냐고 물어보면 한결 같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남의 처지를 자신의 일처럼 사심 없이 도와주려는 그들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공통점은 나눔을 베푸는 사람들은 나눔자체를 바람불고 해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