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도전’
제4회 AI X BOOKATHON 대회

  • 509호
  • 기사입력 2023.02.13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6382

 ‘글을 쓰는 AI.’ 듣기만 해도 생소한 시대는 이제 지났다. 우리 대학의 BOOKATHON (BOOK+HACKATHON의 합성어) 대회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AI X BOOKATHON 대회는 전국 대학교 학부생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글을 짓는 경진대회다. 이번 대회 글쓰기 장르는 에세이 즉 수필이었다. BOOKATHON 대회는 AI에 대한 이해와 관심 증대, AI 학습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AI와 함께한 협업의 결과물을 책으로 출판하여 학술정보관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성균관대학교만의 차별화된 AI 브랜드 홍보 효과에도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열린 3회 BOOKATHON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 역시 전국 규모로 진행된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서울여대, 한양대 ERICA, KAIST, 하얼빈 공대 등 다양한 대학의 학부생들이 올해도 참여했다.


박호건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최재붕 기계공학과 교수, 김두영 석사과정생, 그리고 마인즈랩 이규민 연구원의 특강을 포함한 예선을 시작으로 무박 2일의 본선 대회가 진행되었다. 제4회 BOOKATHON대회의 주제는 ‘담대한(膽大, Daring)’이다. 총 57개 대학 296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본선 대회에는 15팀의 학생들이 진출했다. 인공지능 활용(40), 문학성(40), 심사위원 종합점수(20)의 총 3가지 심사 기준을 통해 총장상 수상팀이 결정되었다. 이번 대회 대상을 받은 영예의 주인공은 우리 대학 시스템경영공학과 학생 5인이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우리 대학 인재들, ‘북흐북흐’팀의 이야기를 성균웹진에서 취재했다.



▶대상 수상팀, ‘북흐북흐’ 부팀장 시스템경영공학과 부도현 인터뷰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팀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스템경영공학과 21학번 부도현입니다. 저희 ‘북흐북흐’ 팀원들은 모두 35대 시스템경영공학과 학생회에서 만난 인연들입니다. 35대 학생회 기획부 맏형이었던 서현범 팀장님을 필두로 부회장이었던 홍진화 팀원, 그리고 현재 학생회로 활동중인 36대 학생회장 윤채영, 부회장 장정인, 총 5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팀원 모두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시스템경영공학과 특성상 데이터 머신러닝, 딥러닝 관련 전공을 이수하였으며 관련 수상 경력과 학부 연구생 경험이 있어서 이번 대회에 충분한 자신감으로 참여했습니다. 저희 팀명은 ‘북흐북흐’인데요, 저희 팀이 가진 충분한 자신감이 지나친 자만심, 덤벙거림으로 이어지지 않고 꼼꼼하게 대회에 임하자는 의미입니다.


Q. 이 대회를 어떻게 알고 참여하시게 되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해요.

지난해 11월 말, 서현범 팀장님과 제가 ‘제조 시스템 AI 경진대회’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 발표까지 진행한 후에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중이었는데요,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서로 대회 복기를 해봤을 때 과정과 결과 성능 지표 모두 엄청나게 좋았어요.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대회 취지와 결과물이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가지던 도중 학교 게시판을 통해 이번 ‘북커톤 대회’를 접했어요. 마침 작년 입상자 중 저희 시스템경영공학과 학생회 선배님이 계셔서 조언을 듣고 그 조언을 기반으로 팀원들을 구했습니다. 이번 대회 팀원들 모두가 자연어 처리에 대한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팀을 구성할 때 자연어 처리 경험보다는 전공 과목, 딥러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끈기와 열정만을 기준으로 팀을 구성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전에 참여한 ‘제조 시스템 AI 경진대회’보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회 취지가 저희 결과물을 완전히 관통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희 팀은 이전 수상작들을 보며 ‘왜 AI가 모든 글쓰기를 도맡아 할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저희가 가진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주제가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취지는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이었거든요. 인간 작가의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문장 생성’입니다. 인간의 머리에서 다양한 문장을 창작하기는 너무 어려운거죠. 이 부분에 착안해서 시작한 저희 팀 취지의 핵심은 AI가 ‘다양한 문장들을 생성하여 추천하기만’하는 것이었습니다. 글쓰기의 전반적 과정, 그러니까 평가와 선택은 인간이 도맡아 하고, AI는 문장 생성만 하는,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이 저희 의도인거죠. 나아가 수필의 특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수필은 무형식적이고 개성적이라는 등 다양한 특성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고백적’이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AI를 생성할 때 고백적인 특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솔직한 표현이 많은 노래 가사를 데이터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저희 팀의 최종 결과물이 ‘솔직한 표현의 문장을 추천해주는 AI 보조작가’입니다. 이전 대회와는 다르게 이 결과물은 확실히 대회의 취지와 우리 문제의식을 관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번 결과물, 수필(에세이)의 내용에 대해 성균웹진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수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무기력하던 사람들이 대회를 접하게 되어 대회에 참여하겠다는 도전과 결심이 생기고 팀원을 구해서 결국 대회에 참여하고 대상을 받는 이야기에요. 일련의 과정 중 팀원을 구할 때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와 연락하고 팀원들과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희 수필의 내용은 ‘담대한 도전’으로 끝납니다. 대회에서 대상을 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라는 큰 무대를 향해 더 담대한 도전을 하는 스토리로 이어지거든요. 저희의 이야기와도 같은 솔직한 과정들이 모두 담겨있는 수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수필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저희는 공학계열 학생들이다 보니 확실히 문학적인 감수성이 적어요. 이번 대회 주제에 맞게 수필을 쓰려고 하는데 어떤 일을 지어내면서 글을 쓰려고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팀이 참여하게 된 계기, 도전, 갈등, 중재, 그리고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솔직히 담았습니다. 실제로 중간 발표를 할 때 저희보다 뛰어난 다른 팀들을 보면서 벽을 느끼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겠다는 저희만의 도전이 저희 수필 작품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거죠. 글을 쓸 때는 결과를 알지 못했지만 글에 대상을 탔다고 쓰기도 했어요(웃음).


Q. 공학계열 학생으로서 문학을 집필한다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문학적 자문이나 도움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저는 대회 직전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겨울 계절학기를 수강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팀플 수업이었는데 팀원들과 대화하다가 ‘글을 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팀원들이 디자인학과, 심리학과, 소비자학과 등 모두 인문계열 학생이라 그런지 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간이 글을 쓸 때 일단 글부터 쓴 다음에 첨삭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왔는데, 팀원들은 일단 머릿속으로 글감을 생각한 다음, 어떤 글을 쓸지 선택한다고 말했어요. 팀원들의 그 말에 착안해서 문학, 글쓰기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이번 대회에서 AI를 만들 때 활용하신 ‘구문론적 전처리’와 ‘의미론적 전처리’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구문론적 전처리는 컴퓨터가 정확히 시키는 일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고 보면 돼요. 가령 글의 내용 중에 욕설이 있다면, 컴퓨터에게 ‘해당 욕설을 모두 지워줘’라고 명령하고 컴퓨터가 그 명령을 정확히 이행하는 과정인거죠. 의미론적 전처리는 인간만이 하는 교묘하게 왜곡된 말들. 그러니까 반어적인 말투들 또는 혐오 표현들을 AI가 판단하고 없애주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자연어 처리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고, 공부가 필요하여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회에 임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연어 처리에서도 전이학습 등 다양한 학습 내용이 있습니다. 이러한 학습 분야를 팀원 각자가 한 파트씩 맡을 것인지, 아니면 모든 분야를 모든 팀원이 다 공부해서 맡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팀원 전부가 자연어 처리의 모든 분야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지라도 모든 팀원이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원활한 피드백이 가능하다보니 수월하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북흐북흐’ 팀만의 강점이 있다면?

저희 팀의 첫 번째 강점은 일단 팀 구성입니다. 대부분 팀을 구성할 때 철저한 분업을 통해 각 분야에서만 뛰어난 팀원을 뽑아요. 발표를 잘하는 사람 한 명, 자연어 처리에 능한 사람 한 명, 오픈 소스를 많이 활용해본 사람 한명을 뽑는 식으로요. 그런데 팀을 철저한 분업을 통해 구성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오히려 분업 없이 융합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발표, 자연어 처리, 오픈 소스 활용 모든 과정에 능한 팀원 5명을 구성하게 된거죠. 특히나 해커톤 대회에서 철저한 분업화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커톤 대회에는 시간 제한이 있어요. 제한된 시간 내에서 문장을 선택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만약 일을 완벽히 분업했다면 팀에서 한두 명 정도만이 일을 하게 되고 나머지 팀원들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이니 일을 하지 않게 됩니다. 해커톤 대회에서는 이러한 비유동성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팀원이 제한 시간 안에 함께 일을 해야하는 구조라서 한 팀원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팀원이 나서서 도와줄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차별화입니다. 이전 북커톤 대회 수상자들의 수상작을 보면서 솔직히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 팀은 안주하지 않고 작년 수상 팀들이 1년 뒤에 다시 도전하더라도 우리가 그 팀들을 압도할 정도로 준비하자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팀과의 차별화가 이루어졌고 저희 팀의 강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Q. 이번 대회의 결과물 그리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요?

가독성이 조금 아쉽습니다. 대회를 오래 준비하다보면 밤샘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피곤에 지치다 보니 가독성 부분에 크게 신경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다른 팀의 아이디어이기도 한데요, 데이터 수집에서 ‘좋아요 개수’를 활용했다면 가독성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좋아요’수가 많을수록 가독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정을 한 다음, 좋아요 수가 많은 해당 데이터들만 AI 에게 따로 학습 시켰다면 가독성이 더 높아졌을 것 같습니다.


Q. 대회 후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앞으로 ‘나라는 사람의 영향력을 최대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들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여러 분야로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저희 시스템경영공학과에는 학부생들의 한계를 알려주시는, 이호우 교수님이 계십니다. 앞으로도 이 교수님의 수업을 계속 들으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하며 어떤 것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해갈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시스템경영공학과 전공 진입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빛깔의 불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불씨를 성장시켜 아름다운 하나의 불꽃을 만들어주는 것이 불꽃 시스템, 시경입니다. 시경인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지닌 불꽃이니 같이 어울린다면, 최고의 순간인 불꽃놀이를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잊지 못할 순간인 불꽃놀이 속에서의 나라는 불꽃과 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주변의 불꽃들을 느낄 수 있을거예요. 시경을 선택한 순간 이미 시작은 경이롭게 담대한 도전을 하셨습니다. 주변 시경인들과 동행한다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담대한 동행을 응원합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대학생 AI X BOOKATHON 대회, 우리 대학만의 선도 AI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AI에 대한 흥미 및 관심이 유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커톤에 책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로 인문사회과학계열/자연과학계열 학생들의 융합 활동을 통한 창의적 인재 개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의 대회는 또 어떤 효과를 내고, 어떤 인재를 양성할까.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