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 473호
  • 기사입력 2021.08.09
  • 취재 이채림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5541

유학대학장 신정근 교수의 저서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가 ‘2021년 세종 도서 상반기 교양 부문’의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는 《대학》의 원문을 50수로 재구성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키워드로 분류하여 일상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어렵고 딱딱한 고전 원문을 붙들고 있을 필요 없이 하루에 한 문장씩, 50일간 이 책과 함께한다면 《대학》에 담긴 천년의 지혜가 내 것이 된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이번 커버스토리에는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의 저자인 신정근 교수를 웹 엑스로 만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대학 생활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Q. 교수님의 저서인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를 소개해 주세요.

1,700자로 구성된 《대학》이라는 고전에서 주제를 4글자씩 뽑아서 읽기 쉽게 만든 책이에요. 주제별로 분류된 《대학》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오늘날 행실과 연계시켜서 살펴볼 수 있게 집필했습니다. 보통의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독자가 관심 가는 주제부터 읽는 등 독자가 새롭게 읽는 순서를 편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요. 고전 같은 경우는 특히나 진입장벽이 높은 책인데 앞에서부터 막혀버리면 뒤에 내용은 읽고 싶지도 않잖아요(웃음). 그래서 이 책은 독자가 자신의 선호에 맞는 주제를 뽑아 읽을 수 있게 4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답니다.


Q. 책을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한문을 잘하는 사람이야 고전을 원문으로 보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고전을 다 읽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고전 전체를 읽기보다는 현대인의 관심사와 부합되는 방식으로 고전을 재편성하고자 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한문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고전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사서가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방법을 한참 고민해 보다가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Q. 수천 년 전 쓰인 ‘대학’이라는 고전을 오늘날 우리 학생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읽으면 좋으니까고요. 우리나라가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이라든지 대한제국 시대의 한일합방이라든지 현대사회의 IMF 구제금융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학에서 말하는 “내 주변을 탐구하려는 격물의 정신”을 알면 현대 사회의 지도자들이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요. 상황이 불리해지면 우리는 남의 탓을 많이들 하잖아요. 이렇게 남의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내용들이 《대학》에 담겨있어요. 누구든지 위기 상황에 놓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위기 상황이 우리를 극단적인 좌절로 이끄는 것은 피해야 하잖아요. 위기의 상황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의 지도자인 우리 학생들이 대학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 위기 상황들을 충분히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이 다른 고전들에 비해 분량이 작아서 아주 큰 부담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한번 읽어보신다면 각자 살면서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 “어떻게 하면 되겠다”에 대한 방향이 잡힐 거예요. 제 바람이야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이 살면서 위기 상항을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인간이라면 위기가 없을 수 없지 않습니까.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붙들어 줄 장치를 이 책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고전에 대해 완전히 생소한 사람에게 고전과 친해질 수 있는 팁이 있나요?

당연히 팁이 있죠. 제가 학교 다닌 시절에는 꼭 외국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오늘 5일이니까 5번 일어나서 이 문장 읽어봐”라고 말씀하셔서 국어시간에는 항상 고개를 들고 있지만 외국어 시간에는 고개를 숙였답니다. 예습을 해오지 않으면 발음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생소한 언어를 소리 내어 읽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과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핸드폰과 같은 전자기기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취득하다 보니까 소리 내어 읽는 것에 대해 많이들 낯설어 하고요.  현대인들은 받아들이는 정보를 어디서 보기는 봤는데 어디서 본지는 모르겠다고 하고, 어디서 듣기는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기억상실증 같죠. 


저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리 내어 읽으면 한 번에 한 글자씩 읽을 수밖에 없어서 텍스트를 더 짙게 만나게 되어 텍스트를 좀 더 가까이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자투리 시간에 카카오톡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 분이라도 고전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귀에 익으면 마음에 들어 온다”거든요. 자주 읽고 자주 듣고 자주 말하다 보면 그 내용이 자연스레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성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책 읽기를 애인 사귀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도 처음 볼 때는 보이는 부분만 보지만 자꾸 보다 보면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더욱 알고 싶어지게 되니까요. 우리 학생들도 고전을 애인 만나듯 상대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Q. 대학에서 꼭 해봐야 한다거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수업은 당연히 제 수업을 추천하지요. 참고로 저는 ‘동양사상입문’이라고 해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K-MOOC도 하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꼭 배웠으면 하는 것은 ‘최초의 생각’입니다. 요즘 AI 등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 새로운 생각도 누군가의 최초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직접 만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채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이 사람들로 하여금 컵에 실을 이어보게 만들고, 유선전화로 개발하게 하며, 나중에는 스마트폰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죠.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까?”를 고민하는 게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무인도에 착륙한다면 “어떻게 먹을까?”부터 고민하겠죠? 이렇게 간단한 생각이라도 계속 최초의 생각에 물음표를 던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지금 당장은 음식에 대한 걱정이 없지만 짜장면을 보더라도 “이 짜장면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와 같은 최초의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스스로가 남들이 하지 못했던 최초의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최초의 생각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서 그 생각이 여러분의 성공적인 삶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Q. 교수님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를 소개해 주세요.

수업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hand-out을 주기도 하고, ppt 같은 온라인 자료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그 위에 필기를 하잖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고개 숙여 필기 하려면 기필코 말리셨어요. 보통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말하고 학생들은 필기하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이 하는 말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바로 질문하고,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고 해요. 그 후 저는 “적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생님 말씀을 쭉 따라가면서 생각을 보태기도 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느꼈어요.  


저는 토론 수업을 선호하는데요. 시험 성적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수업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고, 생각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점도 매우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소통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꼈으면 해요. 바둑에서 복귀한다는 것처럼 굳이 필기를 하지 않아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그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교수로서 저 혼자 수업을 채운다기보다는 학생과 함께 수업을 완성시키는 것을 선호합니다. 제가 만약에 학사조직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다면 대학생 졸업시험을 즉흥 주제에 대한 즉석 5분 스피치로 바꿔보고 싶네요.. 토론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 쉬운 과제일테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험난한 과제가 되겠죠.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대학 생활에서 후회가 남거나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대학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여행과 같은 외국 생활을 좀 더 해볼 걸 싶어요. 저와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른 것들을 많이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은 외국 학자들과 많이 만나긴 하지만 대학 다닐 때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글을 통해서 밖에 만나지 못했던 게 아쉬움이 남고, 그 당시에 외국 사람들과 많이 교류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가 궁금하네요.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들에게 지금 주어져 있는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하여 외국에 나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Q.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역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던 경우가 있으신가요?

아주 많죠. 강사 시절에는 강의가 생활비를 버는 수단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강의를 하다 보면 같은 주제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 말에 맞장구쳐주는 사람이 기분 좋을 수는 있지만 자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기도 한답니다. 생각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 자체로 자기 생각의 깊이를 확장할 수 있게 돼요.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라 풍부한 것이라 생각해요. 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저는 “오늘은 어떤 새로운 소리를 들을까?”를 생각하며 설렌답니다.


Q.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를 5글자로 표현한다면?

“인생 교과서!” 어떤 상항에서 꺼내볼 수 있는 것이 한 두 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노래, 사진, 사람일 수도 있겠죠. 책에도 그런 것이 하나 있으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 삶에는 단계가 있는데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온 여러분들은 이제는 취업을 해야 한다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취직이 끝이 아니거든요.  오늘날 대부분 학생들의 목표가 취업에 있다 보니까 취업 다음 단계에 대해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취업 후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대학 시절에 취업과 관련된 활동들을 일정량 하면서도 삶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할 수 있고, 힘을 주는 활동들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행복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대학 시절을 너무 취업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자기 취미를 개발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혼자인 상태에도 심심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이 있어야 취업 이후에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해진 스케줄대로 하는 계획적인 것도 좋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할 일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있었으면 하네요.  저는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보는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