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 무명의 독립운동가 텀블러 프로젝트
- 자네도 함께할 심산인가?

  • 474호
  • 기사입력 2021.08.30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6902

76주년 광복절을 기념하며 모교의 학생들이 뭉쳤다. 무명의 독립운동가이자 성균관대학교 설립자 심산 김창숙 선생님과 유림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자네도 함께할 心山인가?’ 텀블러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본 캠페인은 학교는 물론 서울 지방 보훈청 등의 대내외적인 지원을 받아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되었다. 성균관대학교 기업가정신센터 공익 캠페인 MATCH 팀의 기획을 주축으로 성균관대학교 동문 가수 나비드(본명 박소연)의 홍보 음원, 성균관대 무용학과 및 댄스동아리 학생들의 홍보 뮤직비디오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 또 배우 구혜선(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이 이번 한정판 텀블러 제작, 디자인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심산 김창숙 에디션’ 텀블러의 앞면에는 구혜선의 드로잉이 있다. 3개의 드로잉은 각각 평화를 상징하는 새, 유생 심산, 서당개를 의미한다. 뒷면을 제작한 이지우 학생은 심산 김창숙 선생님의 얼굴, 참여하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YOU, 국가보훈처의 로고, 그리고 구혜선의 이름을 ‘콜라보레이션’을 의미하는 “X” 표시를 사용하여 표현했다.


Q. 특별히 ‘텀블러’ 펀딩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생활 속, 주변에서 많은 접점을 갖는 제품이 결국 공감대를 끌어내기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카페도 자주 가고, 텀블러 사용도 늘었다는 점에도 착안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으로 사회 기여 행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도 줄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반영해봤습니다. 실제로 구매 일부 대상으로 예상한 교내 설문에서도 텀블러 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 고남욱 단장

“무명의 독립운동가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까이하며 늘 기억할 수 있는 텀블러로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심산 김창숙 선생 정신을 함께 마십니다.”

MATCH팀은 3개월간의 사전 조사를 끝으로 모든 사람이 부담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독립투사들의 시대정신을 담은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Q. 심산 에디션 텀블러의 최종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초기 프로젝트는 학교 굿즈로 텀블러를 디자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에 초점을 맞춰 구혜선님과 여러 가지 컨셉을 논의했습니다. 여러 가지 시안들 중, 사전 조사를 시행했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디자인이 지금의 텀블러 앞면에 있는 이미지입니다. 그 후, 국가보훈처와 함께하는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텀블러의 뒷면을 디자인하게 되었는데 앞면의 심플하면서 귀여운 느낌과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심산 김창숙 선생님과 국가보훈처의 로고를 라인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이지우 학생

이 시대 학생들이 이어가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정신 - 시작은 ‘나’, 그리고 ‘우리’로부터


# 프로젝트의 시작

이번 캠페인은 성균관대학교의 “팀앙트레프레너십 SeTA”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SeTA’는 경영 대학의 이원준 교수와 코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공, 학번, 나이,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한 학기 간의 SeTA 프로젝트 이후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학교 굿즈를 제작하던 팀과 비대면 합창을 준비하던 팀이 뭉쳐 ‘MATCH’로 재탄생했다.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설립자 얘기 나눈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심산 김창숙 선생을 알고 있는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없더라고요. 명륜동과 율전동에 있는 동상이 무슨 동상이냐고 묻는 일도 있었습니다. 명륜당과 디지털도서관에서 밀리는 키워드였겠죠. 심산 선생님께서 온몸을 희생하며 정신을 오롯이 나누었던 시대가 오래되어서 많은 이들이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고남욱 단장 


# Player들의 진정한 팀 앙트레프레너쉽

인터뷰에 참여했던 모든 인터뷰이들은 하나같이 ‘함께 하는 것의 힘’을 강조했다. 모든 과정의 중심엔 학생들이 있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기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player들의 팀 앙트레프레너쉽은 빛났다. 모든 player들은 제작 과정 하나하나에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굉장히 다양한 전공을 가진 팀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팀원들이 대부분 전공과 상관없이 함께 기획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연락을 돌리고, 직접 발로 뛰며,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다양한 팀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팀으로 모여 진취적인 활동을 펼칠 기회를 얻었습니다. SeTA와 이원준 교수님, 저와 함께한 팀원들에게 소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 -이지우 학생


MATCH 팀과 마음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의 player이다. 약 15명의 무용수들은 서대문형무소와 심산 선생님의 혼이 담긴 곳에서 몸으로써 광복의 기쁨을 표현했다. 동문 배우 구혜선, 가수 나비드 박소연의 디자인 및 노래 재능 기부도 프로젝트에 큰 동력이 되어주었다. 바쁜 개인 일정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며, 단순한 재능 나눔을 넘어 성균 공동체와 사회의 선순환을 위해 힘썼다.


*뮤직비디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Mvvuh5iyD_M&t=96s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추모의 방식이 축제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국가보훈처, 팀원들, 제작사와 합의점을 이뤄낸 부분이었고 춤으로 재해석을 한 셈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기억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탄생을 했습니다.”


텀블러 제작을 맡길 공장을 고를 때도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고급 텀블러를 납품했던 전문가 그룹을 찾아 세 달간 자문했다. 가성비 좋고, 안전한 제품도출에도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player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창업지원단, 대외협력팀, 보훈청 등 학내외의 이해관계자들은 학생들, 젊은 세대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성대한 ‘판’을 깔아줬다. 국가보훈처 서울지방보훈청 및 성균관대 창업지원단 팀은(단장 김경환, 팀장 김승철, 성균관대 캠퍼스타운사업단 국장 이현정) 심산 김창숙 선생의 재조명 프로젝트에 물적, 심적 지원에 앞장섰다. 고남욱 단장은 국가보훈처 서울지방보훈청 김다래 주무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프로젝트 수행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보훈청 관계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 성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정신

학교 굿즈 제작, 비대면 합창 두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공동체 재생’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성균 공동체, 성균관대를 중심으로 사회 선순환 메시지를 지역 사회에 MATCH(매칭하자)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성균 공동체’란 단순히 성균관대 재학, 졸업생으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교직원, 교수, 성균관대를 아끼는 복사 집 사장, 학교 주변 상권에 있으며 학생들을 반겨 주는 고마운 분들 모두가 ‘성균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그들은 ‘성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심산 김창숙 선생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아무리 바빠도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 정체성과도 맞물려 있다고 여겨집니다. 가령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님의 헌신이 그렇겠죠. 헌신하면서 살자, 그것이 정답이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성균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그분의 진정성. 그것 덕분에 우리도 여기 있다 정도는 기억하는 것이 도리 같았습니다. ” – 고남욱 단장과의 인터뷰 中


Q. 이번 캠페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 내 구성원으로서, 이번 프로젝트 단장으로서 생각하는 ‘헌신’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아요.

헌신의 하위 키워드에는 협업, 팀플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헌신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공동의 목표 아래 이뤄진 모두의 헌신이니까요. 그러니까, 헌신의 본질도 분명 우리의 삶의 어느 지점과 연결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기왕이면 의로운 방향이고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매개가 되면 좋겠습니다.


# 더 넓은 세계와의 연대를 꿈꾼다

MATCH팀에 따르면, 텀블러 판매 수익금은 독립유공자 손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9월 내 장학금 지급 행사 예정) 이렇게, 앙트레프레너십의 정신을 통해 이 시대의 학생들은 사회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더 큰 세계와의 연대를 꿈꾼다.  


“시대에 맞게 문화를 하나, 둘씩 만들다 보면 그때쯤에는 학교의 다른 캠페인과도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부심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계, 재계에 있는 선배님들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많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속 가능하도록 더 확장하자는 의견도 주셨고요. 이걸 계기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고남욱 단장


“주저하지 마세요. 교실에서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삶의 주인이 돼서 운전석에 앉아서 일 하는 것, 그렇게 느끼는 것이 이 시대 교육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이원준 교수와의 인터뷰 中


애벌레들은 조금씩 꿈틀거리며 껍질을 깨고 나와 비로소 나비가 된다. 학생들은 교실, 학교라는 틀에서 나아가 보다 나은 사회 공동체를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껍질 밖으로 나와 세상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정신이야말로 심산 김창숙 선생님이 후대에 바라는 바람직한 ‘헌신’의 자세가 아닐까.     


*본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텀블벅)와 서울지방보훈청 유튜브를 통해 13일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질 예정이다.*

- 펀딩 사이트: https://tumblbug.com/simsan/story?ref=dis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