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덕질을 훔쳐보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기획전《벽치광작(癖痴狂作); 수집과 컬랙션》

  • 기사입력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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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아이돌 굿즈인 인형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사람부터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 프로 야구 구단의 로고가 그려진 폰 케이스를 끼고 다니는 사람까지 다양한 ‘덕후’를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덕후’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며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특이한 사람 취급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덕업일치(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성덕(성공한 덕후)’ 등 다양한 파생어가 나오고, ‘덕후’, ‘덕질’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는 등 긍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옛 시대에 벽(癖)의 의미가 변한 것을 상기하게 한다.

우리 선조들의 벽의 흔적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 12일부터 우리 대학 박물관은 수집의 기원과 컬렉션의 원류를 조명하는 제44회 기획전《벽치광작(癖痴狂作); 수집과 컬랙션》을 개최하고 있다. 벽(癖)·치(痴)·광(狂)은 본래 과도하게 쓸모없는 것에 집착하는 이들을 의미하지만, 18세기부터 몰입하는 천재라는 의미로 변형되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무언가에 몰두한 선대 천재들의 작품과 소장품,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진 호작(好作)의 정신을 가진 이들의 작품을 공개했다. 우리 대학 박물관이 소중히 담은 벽치광작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 기획전 정보

제목: 《벽치광작(癖痴狂作); 수집과 컬랙션》

일시: 2025년 6월 12일 ~ 2026년 3월 31일

장소: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기획전시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 600주년기념관 지하 1층)

관람 시간: 월요일~금요일 10:00~17:00 (입장 마감: 오후 4시 30분) *공휴일 제외


| 벽(癖): 박물관의 벽, 그리고 부자(父子)의 벽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癖)과 관련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벽은 무언가에 미쳤다는 뜻으로, 전통 시대에는 인간의 결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무언가에 몰두하고 탐구하며 수집하는 행위로서 벽을 긍정하게 되었고, 이는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시의 서문에서는 우리 대학 박물관의 벽을 알 수 있다. 〈공자사구상〉부터 시작해 〈공자사구상의 탁본〉, 공자의 행적과 가르침을 그림으로 풀이한 〈공자성적도〉는 박물관의 공자벽을 보여준다.



사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오경석 오세창 부자(父子)와 「천죽재차록」이다. 위창 오세창은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한국의 인물 1,137인의 친필로 이루어진 시와 간찰을 묶어 『근묵』이라는 이름으로 편찬하였다. 이런 그의 수집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 역매 오경석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오세창이 편찬한 대부분의 수집 서첩은 자신이 수집한 유물, 그리고 아버지 오경석이 수집한 유물을 정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핵심인 「천죽재차록」은 오경석이 남긴 메모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오경석은 자신이 수집한 유물에 관한 이야기를 메모로 남겼는데, 이가 바로 「천죽재차록」이다. 「천죽재차록」은 아들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 인용되기도 했으며, 부자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알게 해준다. 전시실에는 「천죽재차록」을 비롯하여 오경석이 정리한 서적 목록인 『천죽재서목』, <역매부채 컬랙션>, 위창이 개화파를 구성한 주요 인물들의 휘호를 모은 첩인 『교영홍설』, 유명한 서화가들이 위창의 환갑을 맞이해 선물한 작품 등 수많은 수집품이 줄지어 있어, 이들 부자의 소름 돋을 정도로 굉장한 수집벽을 엿볼 수 있다.


| 치(痴): 간서치(看書痴) 이덕무

전시장 한편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서책 여러 권이 놓여 있다. 이는 조선 후기 정조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던 천재 이덕무가 읽고 집필한 책들이다. 그는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불렀다. 치(痴)는 어리석다는 뜻일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한 취향이 병적일 정도로 빠져들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덕무가 자신을 간서치라 부른 것은 일종의 겸손한 자기 능력 평가였다.



이덕무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논어』를 읽었을 정도로 책을 유별나게 사랑했다. 하지만 생활고는 그가 사랑하는 책을 200전(錢)에 팔고야 말게 했다. 전시장의 유리관 속 『맹자집주대전』 위에 올려진 돈 200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그가 귀한 책을 팔 수 있었던 것은 책 내용을 모두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매우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덕무의 책 사랑은 그가 18~19세 때 살던 집의 이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 집의 이름은 구서재(九書齋)인데, 구서란 책과 관련한 아홉 가지 활동을 말한다. 구서로는 독서(讀書, 책을 읽다), 간서(看書, 책을 보다), 장서(藏書, 책을 간직하다), 초서(抄書, 책에서 뽑아 쓰다), 교서(校書, 책을 바로잡다), 평서(評書, 책을 비평하다), 저서(著書, 책을 쓰다), 차서(借書, 책을 빌리다), 폭서(曝書, 책을 관리하다)가 있다. 이런 의미를 지닌 구서재는 이덕무가 책과 관련한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 광(狂): 독서광(讀書狂) 김득신

간서치 이덕무가 읽고 집필한 서책 옆에는 독서광(讀書狂) 김득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 중기 시인인 김득신은 독서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부족한 재능을 다독으로 보완한 노력형 인간의 표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독서에 대한 집착은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김득신이 스스로 책을 읽은 횟수를 기록한 『독수기』에 따르면, 그는 『사기』의 「백이전」을 1억 1만 3천 번 읽었다고 한다. 당시 1억은 지금의 10만이기에 현대 값으로 환산하면 약 11만 3천 번 읽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백이전」을 11만 3천 번이나 읽었을까? 우리 대학 박물관은 조선 후기 선비들의 일과, 백이전의 글자 수, 읽는 속도 등을 조사해 그가 과연 그만큼 읽었는지 그리고 몇 년이 걸렸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김득신은 「백이전」을 4년 동안 하루 12시간씩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라 우리 대학 박물관은 김득신이 『사기』, 『한서』, 『사기영선』을 읽는 데 얼마나 소요했을지 등을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내용은 『근묵』에 수록된 김득신 간찰이 비치된 곳 벽면에 설치된 텔레비전으로 송출되니, 꼭 놓치지 말고 보길 바란다.



| 작(作): 덕질의 다른 언어, 호작(好作)

최근에는 덕질의 양상이 소비뿐 아니라 제작의 형태로 뻗어 나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을 그리거나, 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인형 등 다양한 형태의 덕질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직업 외 취미로써 오직 즐거움을 위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을 호작(好作)이라고 한다.

기획전의 마지막 장에는 각자 분야에서 최고인 전문가들이 호작한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다. 능화판과 목판부터 인형 한복, 뜨개 인형, 화관, 달이와 댕기, 바늘쌈지까지 우리나라 전통을 사랑하는 전문가들의 호작은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깊이 있는 애정이 느껴진다. 전문가들의 작품 옆에는 그들이 호작에 빠지게 된 계기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둘 읽다 보면, 그들의 감정과 애정이 온전히 전해져 심장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자신이 무언가에 몰두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들의 작품을 감상하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완물상지(玩物喪志)가 아닌 완물상지(玩物尙志)로서의 벽(癖): 학예사 인터뷰

이번 기획전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의 김대식 관장과 학예사들의 노고가 들어간 전시이다. 이 전시를 직접 기획한 소감을 듣기 위해 우리 대학 박물관 지요환 학예사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서 조선 초기 정치사를 공부하고 있는 박사수료생이자,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유물 수집·보존·관리·연구, 전시 기획, 교육 등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사 지요환입니다. 저는 역사학자로서 학계에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남기는 것,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학예사로서 일반 대중들이 우리 박물관을 계기로 문화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의 역사 연구와 박물관 활동이 보다 나은 사회, 그리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통찰력이라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보통 기획전 주제 선정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은 기획 전시를 준비할 때 아이데이션 회의를 오랫동안, 자주 합니다. 이때 나온 발상과 키워드를 토대로 학예사들은 전반적인 연구를 검토하는 학습을 하고, 학습한 결과물을 발표하여 공유합니다. 이 과정과 함께 현재를 이해하는 문제의식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시의성이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이 과정은 최소 4~5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Q. 그렇다면 이번 기획전의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게 되셨나요?

올해는 박물관 개관 60년 이후 처음 전시를 개최하는 해이기 때문에, 앞으로 형성해 나갈 박물관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해 다루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박물관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취향과 취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고, 이런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하는 발표와 회의를 거듭 진행했습니다. 우리 박물관 구성원 모두는 취향과 취미의 개념 정리부터 산업 사회와 취향의 관계, 새로운 소비 경향인 하비슈머(Hobby + consumer) 등을 학습하던 중, 『사기』 「백이전」을 11만 3천 번 읽을 만큼 독서에 몰입한 김득신을 주목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그가 실제로 「백이전」을 11만 3천 번 읽었는지 검증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저희는 무언가에 빠진 사람들을 주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근대에 통용되었던 벽(癖)이라는 개념과 이와 비슷하게 사용되었던 치(痴), 광(狂)을 중심 소재로 결정하였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애호와 취미가 직업이 된 덕업일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취미가 즐길 거리를 뛰어넘어 일종의 자본과 문화를 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벽, 치, 광은 현재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와 같습니다. 전근대에도 지금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고 몰입하고 즐겼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 내재해 있지만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벽, 치, 광, 작을 소재로 한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의 벽(癖)은 무엇인가요?

수집과 몰입은 박물관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김득신의 독서 횟수를 검증한 것, 개관 이래 한 모든 유물 수집과 전시 기획 모두 박물관의 벽입니다. 박물관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한 수집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 박물관은 한국 유교 문화의 상징인 성균관의 정신을 이어 유교 문화의 보존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에게 몰두하여 다양한 유물을 수집했습니다. 이런 유교벽과 공자벽이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의 정체성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박물관은 수집벽으로 유명한 역매 오경석과 위창 오세창 부자의 관련 유물을 꾸준히 수집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서화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실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천죽재차록」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진실을 알게 된 후, 역매 오경석과 위창 오세창의 수집 정리벽을 저희가 추구해야 하는 벽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박물관의 유물에 대한 탐구와 몰입에 대한 벽은 이번 전시를 개최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Q. 기획전을 준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에서 신경 쓴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김대식 관장님이 몰입하여 연구 및 발굴하신 역매 오경석의 유물입니다. 다수 전문가가 책으로 예상한 「천죽재차록」은 사실 역매 오경석의 메모입니다. 그는 자신이 서화와 탁본, 유물을 수집하게 된 이유와 그것을 얻었을 때 감정,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의 수량 등을 메모로 남겼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목록을 꼼꼼하게 정리했던 오경석의 수집벽과 정리벽은 아들 위창 오세창에게 이어졌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벽으로, 맥이 끊길 수도 있었던 한국서화사와 예술사를 오늘날까지 이해하고 직접 볼 수 있도록 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천죽재차록」은 위창 오세창이 이룬 업적의 숨은 공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시 주제 중 작, 호작(好作)에 해당하는 작가님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저희가 소장한 작품들 전시는 늘 해왔던 방식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손쉬웠지만, 작가님들 작품은 달랐습니다. 이분들이 취미로 만든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최대한으로 즐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였습니다. 어떤 작가님부터 시작할지, 어떻게 작품들을 전시할지 학예사끼리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도록 구성 역시 이분들이 호작에 빠지게 된 에피소드와 가치관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서, 작가님들이 문화 생산자로서 누군가의 삶에 영감을 주는 선순환으로 작용한다는 저희의 입장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벽의 형태는 다르겠지만, 이를 이해한다면 사람들이 어떠한 계기로 수집을 시작하더라도,

어떠한 목적으로 무언가에 몰입하더라도, 수집의 경우 박물관 기증과 공공문화재에 대한 관심으로,

벽이라면 문화 창작자로 그 결과물이 완물상지(玩物喪志)로 남는 것이 아니라 완물상지(玩物尙志)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논고 <우리 안의 벽癖·치痴·광狂> 中


Q. 학예사님의 이번 기획전 논고에서 위 구절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학예사님께 완물상지(玩物尙志)는 어떤 의미인가요?

완물상지(玩物尙志)는 제가 포착한 오늘날의 다양한 수집 문화와 몰입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키워드였습니다. 장난감, 사물, 굿즈 등 물(物)을 수집하고 소비하는 행위는 우리가 가진 뜻이나 의지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수집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박물관의 탄생과 연결되고, 가치와 경험의 보존에 이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꼭 수집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빠진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리도 누구나 잠재적인 수집가이자 벽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를 완물상지(玩物喪志) 중 상의 한자를 잃을 상(喪)에서 오히려 상(尙)으로 바꿔서 표현하였습니다. 흔히 수집에 대해서 값이나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고 가치가 없는 물건들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값비싼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하여 물건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얻듯이, 아무것도 아닌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가치를 물건에 부여하여 새로운 가치를 얻습니다. 이제 우리의 시대는 금전적 가치를 초월하여 각자가 가진 가치에 대해 주목하고, 그들이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며 만드는 문화에 이끌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언가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자기 뜻과 의지를 드높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학예사님께서도 무언가에 몰입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구기 종목을 좋아했는데 그 중 농구를 가장 즐겼습니다.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매 순간을 새로운 과제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재미에 몰입했습니다. 이러한 몰입은 운동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몰입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저는 이제 평범하게 농구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반면 제가 오랫동안 몰입하고 있는 대상은 지금 제가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전공 분야이지만, 조선시대 역사는 공부하면 할수록 난해하고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궁금해서 참을 수 없으니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파고들다 보면 본래 가졌던 궁금함과 다소 멀어진 분야까지 도달하게 되고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멈춰서 다시 돌아오는데, 고지도와 지명에 몰입하다 최근 다시 돌아와 본래 해야 하는 공부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학예사로서 유물에 관한 공부도 지속적으로 몰입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없이 넓고 방대해서 헤어 나오지 못하겠습니다. 처음엔 관심과 흥미 정도였는데, 오랜 기간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더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니 지금은 몰랐거나 오인했던 정보를 알아가고 수정하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많은 학생이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 대해 더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학교 소속 기관이자 일원인 만큼 학생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의미 있는 문화생활에도 보탬이 되도록 박물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벽(癖)은 단순히 개인의 취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선대와 후대를 잇고, 사람과 세상을 잇는 다리이기도 하다. 역매 오경석과 위창 오세창 부자의 벽은 후대가 과거를 잊지 않게 해 주었다. 박물관의 벽은 모든 사람이 선대의 흔적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박물관의 벽으로 수집한 유물들 옆에는 학예사들의 애정이 꾹꾹 담긴 부연 설명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유물은 어렵다는 이유로 박물관에 오기를 망설이지 말고, 벽(癖)의 의미를 곱씹으며 이번 기획전《벽치광작(癖痴狂作); 수집과 컬랙션》을 감상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