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의 축제 ‘영화제’

  • 505호
  • 기사입력 2022.12.14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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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영화인의 뜨거운 열정일 것이다. 이때 영화제는 이들의 관심과 열정을 모으는 장의 역할을 한다. 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며, 영화인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창조의 발판을 제공한다. 이 점에서 영화인의 축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영화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영화제를 다뤄보았다.



▷ 영화인의 축제, 영화제란?

영화제는 일정기간 영화를 수집해 상영하는 행사이다. 영화 상영 외에도 토크, 필름 마켓, 영화교육 프로그램 등 영화제마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필름 마켓은 각국의 영화 콘텐츠를 거래하는 콘텐츠 시장으로 영화 판권의 판매와 투자가 이루어진다. 또한, 영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배출하고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영화제는 세계적인 영화의 제작과 유통을 장려하고, 숨겨진 영화인의 재능과 작품을 발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영화제는 영화인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축제인 셈이다.


영화제는 상영하는 영화의 범위에 따라 국제 영화제비국제 영화제로 나뉜다. 국제 영화제는 전 세계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고, 비국제 영화제는 특정 국가의 영화만을 다룬다. 시상 여부에 따라 경쟁 영화제비경쟁 영화제로 나뉜다. 영화를 상영하고 시상하는 경쟁 영화제로는 세계 3대 영화제칸 영화제, 베니스 국제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있다. 경쟁 영화제도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구분해서 상영하는데, 비경쟁 부문에서는 영화의 상영만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특정 장르만 다루는 영화제, 상업 영화를 다루지 않는 영화제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 세계 3대 영화제: 칸 영화제, 베니스 국제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가장 대표적인 국제 영화제로는 세계 3대 영화제가 있다. 프랑스의 칸 영화제, 이탈리아의 베니스 국제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국제 영화제다. 이들 모두 경쟁 영화제이며, 영화제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다.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는 매년 5월, 2주 동안 프랑스의 도시 칸(cannes)에서 개최된다. 칸 영화제는 1938년 베네치아 영화제의 시상에 반발해 기획됐다. 최고상인 무솔리니 컵 시상에 정부가 개입하자 프랑스의 문화부 관료가 정치적 색을 배제한 자유로운 영화제를 주장하며 등장한 것이다. 이후 1946년에 정식으로 시작되어 올해 제75회를 맞는 칸 영화제는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영화제다. 칸 영화제의 주요 섹션은 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단편 영화가 있다. 경쟁 부문은 20편 내외의 작품을 초청하고, 이 중 한 작품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한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는 색다른 영화 20여 편을 두고 수상이 이루어지며 젊은 감독들이 초청된다. 비경쟁 부문은 경쟁 없이 상영만 이루어진다. 단편 영화 안에서는 다시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뉘며, 경쟁 부문에서는 단편영화 황금종려상이 수여된다. 한국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장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입지를 보여주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Mostra Internazionale d’Arte Cinematografica)는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도섬에서 개최된다. 올해 개최 90주년을 맞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최초의 국제 영화제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베니스답게 영화제의 상징은 사자이며,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함께 사자 모양의 트로피가 수여된다. 3대 영화제 중 유일하게 한국 상영이 있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과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베니스 인 서울’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을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올해 10회를 맞이한 베니스 인 서울에서는 특히 이탈리아의 영화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2020년,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마지막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Internationale Filmfestspiele Berlin)는 매년 2월 중순 독일의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공식 경쟁 부문과 포럼 부문, 포럼 익스텐디드 등 별도의 섹션으로 나눠지고, 경쟁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이 수여된다. 2022년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는 카를라 시몬 감독의 ‘알라카스’가 황금곰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가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독일과 유럽 영화관의 문화적 다양성 증진을 목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를 꼽자면 단연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일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부문 경쟁)로 매년 10월 초, 약 10일간 부산에서 진행된다. 1996년 ‘작지만 권위있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목표로 등장했고, 현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다. 초청작은 부산의 해운대구와 중구의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덕에 부산은 영화의 바다라고 불리고, 해운대구의 영화의 전당은 부산의 명소가 되었다. 영화제의 프로그램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뉴 커런츠, 월드 시네마 등이 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상영하고, 내한한 감독이나 배우와 만나는 섹션이다. 뉴 커런츠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선도할 신인 감독의 장편 경쟁 부문으로 뉴 커런츠상이 수여된다. 월드 시네마는 비아시아권의 중견 감독들의 작품과 국제 영화제 수상작을 초청해 세계 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섹션이다.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총 353편의 영화가 초청되었다. 올해는 특별히 영화 예술인과 관객이 팀을 이뤄 영화에 대한 깊은 토론을 나누는 시네마투게더를 부활시켜 관객과 영화 예술인 사이의 교류를 증진했다. 개막작은 이란의 ‘바람의 향기’, 폐막작은 일본의 ‘한남자’이다. 동시대의 거장 감독의 신작을 다루는 아이콘 섹션에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가 초청되었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도 초청되었으며, 공개 이후 많은 화제와 호평을 불러일으켰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면,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 소개된 초청작을 살펴보고 개봉하면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개한 영화제 외에도 전 세계에는 다양한 영화제가 있다. 영화제는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가치 있는 영화를 초청해 세계에 소개한다. 영화인의 축제, 영화제는 영화인이 꿈과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동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