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모습을 갖는 책,
더불어 풍성해진 독서 문화

  • 463호
  • 기사입력 2021.03.12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5028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해 정보를 얻고 올릴 수 있는 현재는 정보 홍수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정보만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과 영상 콘텐츠 등의 엔터테인먼트도 온라인상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길고 짧은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들의 종류가 상당히 많아졌으며 글보다는 그림이나 영상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아져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유행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문화 변동의 흐름이 가속화되었다. 형태가 고정되어 있고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종이책은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체가 됐다. 종이책이 제공하는 고정되고 제한적인 정보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시대다. 책은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를 이용해 종이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이와 더불어 책을 즐기는 새로운 독서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번 문화 읽기 섹션에서는 새로운 책의 형태와 독서 문화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종이책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 책의 형태 중 하나로 최근에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휴대폰으로 재생시킬 수 있어 시공간 제약이 적을뿐더러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운전, 통학, 집안일 등 다른 일을 하는 도중에도 들을 수 있어서 따로 독서 시간을 마련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오디오북 전문 업체 ‘윌라’에서는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했다. ‘밀리의 서재’는 저자나 연예인이 책 내용을 발췌해 30분 동안 낭독하는 오디오 북과 20분 만에 채팅 형식으로 책의 핵심 내용을 재구성해 읽어주는 챗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출간할 계획을 가진 출판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오디오 북의 사용자층은 팟캐스트에 익숙한 2030세대부터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스피커의 발전과 함께 커다란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 온라인 북클럽

오프라인 북클럽이나 독서 소모임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던 모임들이다. 하지만 요새는 온라인으로도 느슨한 연대와 함께 진행되는 온라인 북클럽들이 있다. 정해진 한 권의 책을 같은 기간 내에 읽으면서 온라인 홈페이지에 매주 하나의 큰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남긴다. 남긴 의견에 대해 댓글을 달면서 독서 내용에 대해 토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심화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다.


별도의 홈페이지가 아닌 라디오나 팟캐스트 형식을 빌려 온라인 북클럽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하 작가는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한 달 동안 함께 읽을 책을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한 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독자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감상을 나누며 북클럽을 진행한다. 독자들은 해시태그를 타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감상과 생각을 읽고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온라인 북클럽과는 다르게 회원들은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 해시태그로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나서 라이브 방송에 접속만 하면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 온라인 포스팅 #북스타그램, #북튜브

온라인 플랫폼에서 책과 독서생활을 언급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것은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알수있다. 시공간의 제약이 적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빠른 파급력으로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책에 대한 언급에 자주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NS 속 독서의 언급은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이끌어 간접적으로 독서 환경을 조성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진과 영상을 통해 책 제목과 표지와 같이 함축적인 내용을 공유하거나 책의 문구를 인용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하다.


- 색다른 큐레이션을 시도하는 오프라인 서점

아무리  다양한 형태의 책이 나와도 종이 책만이 가진 정서 때문인지 종이 책에 대한 수요는 죽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종이 책을 여전히 즐길 수 있다. 크고 작은 서점들은 ‘읽기’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는 방법으로 독자들이 서점에 발걸음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지 않고 작은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러 가는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온전한 독서를 위한 책 구매뿐만 아니라, 힐링과 기분 전환을 위한 책 구매 문화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서점에서 북토크나 저자 강연회,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등을 실시해 오프라인 서점으로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책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북 카페 형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분기별로 다른 테마를 주제로 한 큐레이션을 진행해 같은 서점이라도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며, 그때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소규모 서점 중에는 아예 서점 자체가 여행, 영화, 특정 나라 등의 커다란 테마를 가진 경우도 있다. 특색 있는 오프라인 서점을 직접 방문하면 서점 자체를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즉흥적으로 흥미가 생기는 책들을 찾으며 다채로운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에는 종이책을 읽는 것만이 독서하는 방법이라 여겨져 왔으며 10년 전에 처음 등장했던 전자책도 가지고 있는 장점에 비해 크게 상용화되지는 못했었다.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이를 통해 각자 상황에 알맞은 독서 경험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조용한 시간을 따로 내야 하거나 무겁고 부피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꼈던 책을 마음에 드는 방식을 골라 가까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각, 영상 매체가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