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를 여는 스핀의 비밀,
최경민 교수의 스핀정보연구실

  • 565호
  • 기사입력 2025.06.10
  • 취재 임지민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1141

성균융합원 에너지과학과 소속 스핀정보연구실(Spin Information Laboratory)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의 회전, '스핀(spin)'을 제어함으로써 차세대 메모리 기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전자의 스핀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는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넘는 미래 정보기술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실은 나노 단위의 박막 소자를 직접 제작하고, 전기·광학적 측정을 통해 스핀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이론과 실용을 아우르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연구실을 이끄는 최경민 교수와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재학 중인 김수민 원우를 만나, 스핀정보연구실이 펼쳐가는 연구의 방향성과 그 속에 담긴 연구자의 고민, 열정을 들어보았다.


| 연구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스핀정보연구실은 성균융합원 에너지과학과 소속으로 spintronics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Spintronics는 spin과 electronics의 합성어로써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Spin)이라는 고유한 양자역학적 성질을 전기적으로 제어하고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전자의 spin 제어가 요구되는 대표 예로는 자기코어 메모리가 있습니다. 자성체의 안정적인 자화는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로 활용되었으며 대표적으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로 대표되는 자기식 저장장치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 연구실은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MRAM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개발을 위한 다양한 spintronics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의 대표적인 최근 성과로 아래 2건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1.Spin-torque-driven gigahertz magnetization dynamics in the non-collinear antiferromagnet Mn3Sn

Journal: Nature Nanotechnology, volume 20, page 487 (202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5-025-01859-7


자성 메모리 동작의 속도는 자성 물질의 공명주파수에 의존합니다. 기존에는 강자성(ferromagnet)을 주로 사용했고, 이 물질의 공명 주파수는 수 GHz입니다. 위의 연구에서는 반강자성(antiferromagnet)을 사용해 70GHz (기존 공명 주파수의 ~10배 수준)의 고속으로 동작하도록 구현했습니다. 우리 연구실이 구현한 이러한 빠른 동작은 자기 메모리의 고속 동작에 응용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Observation of the orbital Hall effect in a light metal Ti

Journal: Nature, volume 619, page 52 (2023)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01-9


고체 내부의 전자는 스핀 각운동량뿐만 아니라 오비탈(orbital) 각운동량도 가집니다. 본 연구에서는 전기적인 방법으로 경금속(light metal)인 티타늄(Ti, Titanum)에서 각운동량을 생성하는 원리인 궤도 홀 효과(orbital Hall effect)를 규명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저전력 자기 메모리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우리 연구실은 spintronics 실험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크게 소자의 제작과 측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자 제작 과정은 스퍼터 장비를 이용한 자성 박막의 제작, 포토리소그래피 및 반도체 공정 장비를 이용한 소자 제작으로 이뤄집니다. 다음으로, 측정 과정에서는 전기적 측정법인 Hall voltage, magnetoresistance, spin-orbit torque 측정과 광학적인 측정법인 magneto-optical Kerr effect 측정을 이용해 스핀의 생성 및 전달, 그리고 자기 메모리 소자의 동작을 측정합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또한 본 연구실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우리 연구실의 연구들은 MRAM 개발로 이어졌으며 2019년에 삼성전자, TSMC, global foundry, everspin 등의 반도체 업체를 통해 상용화가 시작됐습니다.

https://semiconductor.samsung.com/kr/news-events/tech-blog/meet-the-brains-behind-mram-next-great-leap-forward-in-memory-technology/

상용화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동작 전력의 감소, 메모리 집적도 증대에 관한 연구를 회사 및 학계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연구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용화가 가능한 새로운 자성 재료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정밀도로 자성 및 스핀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장비를 개발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모리에 사용되기 위한 자성재료의 요건은 높은 자기저항(magnetoresistance) 그리고 높은 자기이방성(magnetic anisotropy)입니다. 이 특성을 동시에 얻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재료공학 기술이 요구됩니다. 새로운 연구 장비의 개발은 과학 분야의 혁신을 견인합니다. 저는 전기적 자기 측정장치인 vibration sample magnetometer 및 광학적 자기 측정장치인 MOKE microscopy를 직접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장비 제작은 높은 수준의 물리, 전기공학, 및 기계공학 기술이 요구됩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소자의 제작에서 측정까지 할 수 있는 소재 성장, 반도체 공정, 전기 측정, 광학 측정 장비가 구축되어 있고, 모든 학생이 각자 독립적인 연구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 출신 학생들의 대표적 진로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Manh-Ha Doan 박사는 연구실에서 포닥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에서 조교수로 부임해 2차원 소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최영관 박사는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뒤 지금은 독일 Max Planck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스핀 양자 측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규회 학생은 석사 과정을 거쳐 미국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과정으로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공학 및 이과 계열의 학사 학위 소지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필요한 배경지식으로는 전자기학, 광학, 고체 물리 등이 있습니다. 비록 학부 때 이러한 과목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연구에서 중요한 자질은 논리적 사고력과 자기 주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공학 및 자연과학을 공부한 많은 학생이 연구원을 꿈꾸리라 생각합니다.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학원 과정이 필요하며, 이때 연구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웁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본인이 어떤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흥미가 있다면 대학원 진학에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최경민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소속으로, 나노스케일에서의 전자 및 스핀 제어 기술, 즉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전자의 고유한 양자역학적 성질인 '스핀(spin)'을 활용한 정보 저장 및 처리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그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MRAM(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연구를 선도하며 학계와 산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반강자성체를 기반으로 한 고속 자화 동역학 구현, 오비탈 홀 효과 관측 등 첨단 연구 성과를 Nature, Nature Nanotechnology 등의 세계적 저널에 다수 게재하며 그 우수성을 입증해 왔다.

무엇보다도 최경민 교수의 진정한 강점은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부여하는 자율성과 도전 정신에 있다. 전기적·광학적 측정 장비를 직접 설계하며 장비 개발까지 겸하는 실험적 역량, 그리고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주제를 부여하고 주도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운영 방식은 많은 후학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첨단 기술의 실용화를 향한 집념과 더불어, 독립적 사고를 존중하는 그의 연구 철학은 지금의 스핀정보연구실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다음으로는 본 연구실에서 석박사통합 과정으로 재학 중인 김수민 원우를 만나 연구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스핀정보연구실 생활을 물어봤다.



| 연구원의 입장에서 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은 전기적, 광학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물질에 존재하는 자성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Picosecond라는 아주 짧은 순간부터 운동이 끝나고 평형상태에 이르는 영역까지 넓은 범위의 자성 동역학을 물리적, 소자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만큼, 우리 연구실은 학생들이 스핀트로닉스 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은 소양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점이 우리 연구실의 주요 매력 포인트입니다.


| 연구원으로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거나 뿌듯했던 기억에 대해 알려주세요.

연구가 마무리되어 논문으로 출판될 때 가장 기뻤습니다.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치고 비로소 완성한 논문이 저널에 출판됐을 때,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인정받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하게, 누군가 제 논문을 읽거나 인용하면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 연구자로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다른 무언가를 주제로 삼기 때문에 항상 모르는 것투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또 하나의 논문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MRAM을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R&D연구원이 되고자 합니다.


|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거나 꿈꾸는 학부생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은 대학원생이 되는 것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서 매우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필요한 역량이나 자질이 무엇인지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몇몇 진로에 있어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대학원은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어집니다. 때문에 여러 단점을 감수할 만한지 자신의 진로나 성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대학원 생활이 항상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고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으니 이 점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