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교수의 정서신경과학 연구실

  • 573호
  • 기사입력 2025.10.11
  • 취재 임지민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1766

성균관대학교 정서신경과학 연구실(HumAN Lab, Human Affective Neuroscience Lab)은 정서라는 비가시적 세계를 과학으로 탐험한다. 인간은 살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지만, 그 실체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김민우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은 fMRI를 비롯한 인지신경과학적 방법을 활용해 감정이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불안과 같은 심리적 상태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나타나는지를 추적한다.

이번 연구실 탐방에서는 김민우 교수가 이끄는 정서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와 향후 비전을 들어보았다. 김민우 교수는 불안의 뇌인지과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성과로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최근에는 APS Janet Taylor Spence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더불어 대학원 과정에 있는 이서현 연구원을 만나, 연구 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연구자로서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서신경과학 연구실 HumAN lab (Human Affective Neuroscience Lab)에서는 감정의 뇌인지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감정은 어린아이들이 경험하고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고 직관적이지만, 그렇다고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감정이라는 개념은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운 정의가 내려지지 못했기에 그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난해하면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나아가,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 동시에 개인별로 상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굉장히 예민해지고 긴장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느긋하고 의연한 친구도 있습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보이는 이러한 차이는 랜덤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미 있는 특성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합니다. 이에, 저는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뇌를 연구하여 이를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렇듯,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감정의 실체를 인지신경과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며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다양한 정서 정보가 통합되고 처리되는지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서 정보의 역동적인 처리 과정에 대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fMRI(기능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하여 통합적으로 연구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예를 들자면, 1) 영화 시청 시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감정의 종류 및 시간에 따른 변화를 뇌신경 네트워크의 반응으로부터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2) 타인의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낼 때 정서 정보의 불확실성은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며, 이러한 과정은 뇌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 3) 불안한 사람들은 어떠한 뇌기능적, 뇌구조적 특성을 보이는지 등 뇌와 감정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임상심리학, 정신의학 전문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과도한 불안이나 정서조절의 만성적 실패 등 정신병리와 직결되는 심리적 특성의 뇌인지과학적 기반을 밝혀내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연구는 우선 관심 있는 현상이나 주제에 대한 관련 분야 논문들을 읽으며 큰 흐름을 공부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논문부터 학계의 최신 트렌드를 담은 논문까지 읽다 보면 현시점에서 해당 주제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검증을 해봐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른바 ‘내공’이 쌓이는 건데, 이를 위해서는 읽고 또 읽고 정리하고 공부하는 것이 왕도입니다. 대학원생들이 논문 읽기를 PT 받는 것처럼 꾸준하고 묵묵하게 훈련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연구 질문이 정해지고 나면 가설 검증을 위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실험을 설계하게 됩니다. 이때 적합한 방법론의 적용, 가용한 자원 파악, 현실적인 제약 고려 등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감안해야 하며, 통상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이후 빈틈없는 연구가 설계되었다면,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입니다. 그동안 지도교수 및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세웠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단계로, 우리 연구실의 경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 및 뇌영상실험이 주가 되기 때문에 행동 데이터와 fMRI를 비롯한 뇌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사전에 준비했던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통계적 검정 절차를 거치게 되며, 분석 결과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 및 정리가 뒤따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모든 부분들을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게 되는 결과물이 논문입니다. 논문은 일상적인 글짓기와 다른 과학적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논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본적으로 나의 연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정리해서 알리는 소통의 기능이 그 본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연구 질문과 결과에 대한 맥락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내 연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수의 후속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됩니다. 새롭게 등장한 질문들을 답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수행을 위해서는 상기 기술한 과정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되며, 이러한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대학원 생활의 정수이자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우리 연구실 특성상, 연구실에 이루어진 연구들의 결과가 곧바로 실생활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실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이나 의료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임상 연구에 귀중한 토대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과 정서의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편도체 구성의 개인차에 따라 개인이 평소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다르다는 저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후 비침습적 자극술을 비롯한 뉴로모듈레이션 기술을 통해 편도체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불안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최근 수행한 실험에서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영화 시청시 얼굴 표정 근육 움직임의 시간에 따른 변화만으로도 우울증 환자를 72~90%의 정확도로 구분해 낼 수 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를 통해 추후 의료현장에서 우울증을 진단하는 데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본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의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해당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고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은 본 연구실의 목표가 있을까요?

우리 연구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감정의 실체를 인지신경과학을 통해 밝혀내는 것입니다. 감정이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하는 시도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데, 우리 연구실에서 이 수수께끼를 푸는데 일조함으로써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해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들을 특히 힘들게 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우리의 뇌를 통해서 그 원리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든 실체만 정확하게 알아내고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희망의 싹이 틀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 정서신경과학연구실에서 학생·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가치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학생 주도로 진행되는 탄탄한 과학을 하는 것이 제가 중점을 두는 연구 철학입니다. 화려하거나 눈길을 끄는 결과를 보이는 연구도 좋지만, 과학은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기반 위에 빈틈없이 설계된 연구를 통해 고심 끝에 설정한 가설의 지지 여부를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소 수수한 연구 주제나 결과라도 진리 탐구를 위한 여정에 힘을 보태는 소중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해석할 때, 본인들이 먼저 스스로 그 결과에 납득이 가는지, 설득이 되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연구를 주도한 학생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만의 자랑거리라면 감정과 뇌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목표하에 하나의 팀을 이룬 과거와 현재의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일궈낸 연구실 문화입니다. 지도교수인 제가 하향식으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문화가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상향식으로 이룬 자연스러운 문화로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게 사고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게 됩니다. 그 결과 저도 학생들로 인해 항상 지적 자극을 받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자 하며, 이는 제가 더 나은 지도교수로서 발전하는 데에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 간에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지도교수로서 매우 자랑스러우며, 이러한 연구실 문화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명예와 실적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필요한 자격이나 특별히 요구되는 능력은 없습니다. 누구나 학생 신분으로 시작하며,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부터 첫걸음을 떼게 되니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구를 업으로 삼는 진로에 관심이 있다면, 연구 주제 및 연구 활동 그 자체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연구실의 경우에는 감정과 뇌라는 키워드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이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특히 뇌영상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는 우리 연구실 특성 상, 수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하게 되나, 이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도전 정신과 끈기가 있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구하는 사람들을 모험가나 탐험가로 비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연구원들은 진리 탐구라는 목표를 마음속에 품은 채 지도에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들처럼 한평생을 연구에 바치는 분들이 없었다면 이토록 눈부신 문명의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미래의 탐험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수수께끼를 다 풀고 더 이상 탐험을 할 곳이 남지 않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과에 지나치게 조바심 내지 않고,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보람을 느끼며 희열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밟아보지 않았던 새로운 대륙을 찾아내고 탐험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위대한 탐험에 동참하실 분들은 주저 말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김민우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소속으로, ‘불안의 뇌인지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집중해 온 신진 심리과학자이다. 최근 김 교수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미국심리과학회(APS)에서 수여하는 Janet Taylor Spence Award for Transformative Early Career Contributions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심리학 분야의 미래를 이끌 창의적이고 유망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영예로, 김 교수는 국내 대학 교수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가 주도한 연구는 정서적으로 모호한 단서를 해석할 때 뇌가 보이는 불안 특유의 반응을 규명하며, 병리적 불안을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교수님께서는 불안의 뇌인지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속해 오셨습니다.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연구 초기 단계에서 가장 고민하셨던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였고, 석사학위논문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fMRI 실험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불안이 극도로 심해진 환자분들의 뇌를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불안과 감정의 뇌인지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기초과학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인지신경과학 분야, 특히 감정과 정서를 연구하는 박사과정과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치면서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로 오게 되었습니다.

연구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은 불안과 감정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 그 자체에서 오는 도전이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왔으나 근원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메우기 어려운 간극이 있기 때문에, 인지신경과학의 힘을 빌려 끊임없이 도전해서 돌파구를 찾고자 합니다.


| 2025년 APS Spence Award 수상은 국내 대학 교수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의 소감과, 국제 심리과학계에서 우리 대학의 연구 위상을 어떻게 넓혀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Janet Taylor Spence Award for Transformative Early Career Contributions는 APS 초대 회장의 이름을 딴 상으로, 심리학 분야의 미래를 이끌 창의적이고 유망한 연구자에게 수여됩니다. 쟁쟁한 해외 명문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수상을 하게 됨으로써 성균관대학교의 이름을 심리학계에 널리 알리게 되어 뿌듯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며, 역대 수상자 중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많은 교수님들께서 계신다는 사실이 큰 영광입니다. 이 상은 여러모로 저에게 과분하나,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좋은 연구를 통해 국제 심리과학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입니다.


| 앞으로 5~10년간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나 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향후 10년간 이루고 싶은 목표는 우리 연구실을 정서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를 배출하는 양성소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미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우수함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하며, 앞으로 더욱 우수한 연구지도와 교육을 통해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정서신경과학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는데 힘닿는데 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더불어, 연구자로서 꼭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불안한 사람들의 뇌의 총체적인 특징을 꼼꼼하게 밝혀내고, 뇌영상 데이터만으로 불안을 정량화하고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원리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감정이라는 심리적 개념의 실체를, 인지신경과학을 통해 밝혀내는 것 또한 앞으로 남은 교수 생활 동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다음으로는 본 연구실의 이서현 원우를 만나 연구원의 입장에서 HumAN Lab 생활을 물어봤다.


| 연구원의 입장에서 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Human Lab석박통합과정중에 있는 이서현입니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HumAN랩 (휴먼랩)은 Human Affective Neuroscience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름 그대로 인간의 정서를 신경과학적 방법으로 탐구합니다. 주로 fMRI를 활용하여 사람의 정서와 관련된 다양한 심리적 상태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저는 교수님께서 학교에 부임하신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연구실에 학부연구생으로 처음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구성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다수의 구성원이 농담 삼아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집단에나 빌런이 있기 마련이라는데, 우리 연구실엔 없는데... 그럼 혹시 내가...?!” 이렇듯, 저희 연구실은 서로를 존중하고 즐겁게 협력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었기에 우리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원으로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거나 뿌듯했던 기억에 대해 알려주세요.

대학원에 들어와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논문 투고까지 거의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첫 프로젝트였던 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고 부담감도 커서,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는 신경 쓸 부분이 워낙 많아 늘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기간 동안 프로젝트에 몰두해 있다 보니, 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애정도 커졌지만, 한편으론 빨리 끝내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데이터 수집을 완전히 마치고 함께 고생해 준 연구실 분들과 맥덕스에서 피자를 먹었던 때가 가장 후련하면서도 보람을 느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연구자로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저는 개인 간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불안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 특성이 제 생각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왔습니다. 학부 1학년 때 <심리학입문>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심리학에 빠지고, 이후 지도교수님의 <뇌와 마음> 수업을 들으며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공부를 하면 왜 나는 불안 수준이 높은지,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로 인한 개인의 차이를 연구한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서부터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저는 각 개인의 심리·행동적 차이를 뇌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그 기초 연구가 응용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거나 꿈꾸는 학부생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우선적으로, 궁극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구체화해 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각 개인의 심리행동적 차이를 뇌를 통해 이해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입니다. 연구 목표나 주제가 명확해질수록 그 연구를 위해선 어떤 도구와 분석 방법이 적절한지 알 수 있게 되고, 연구실과 지도교수님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대학원 생활을 이어가는 원동력도 됩니다.

사실 저는 연구란 좋아하는 공부를 더 깊게, 알고 싶은 부분을 직접 고민하는 것이기에 연구 자체에서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학원생이 되니 제가 생각한 바와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코드가 돌아가지 않거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처럼, 작거나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곤 했습니다.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그게 연구 외의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가 일상까지 침투하지 않도록, 연구 외적인 삶을 지탱해 줄 건강한 교우관계와 취미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강제로 연구와 분리되는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 과정은 길기 때문에, 빠른 성과가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 외적인 영역에서 성취감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뜨개질인데, 연구와는 다르게 내가 어디까지 했는지 성과가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해서 성취감이 즉각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것이 제가 성취감을 얻는 저만의 비법입니다. (웃음)

첨언하자면, 사회성이 줄어드는 것은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친한 친구들은 그 사회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이니, 연구만큼이나 소중하게 관계를 지켜 나가시길 바랍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