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위의 과학,
김영독 교수의 계면물리화학연구실

  • 563호
  • 기사입력 2025.05.08
  • 취재 임지민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2963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소속 계면물리화학연구실(Interface Physical Chemistry Laboratory)은 표면 위에서 대기오염 및 여러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고체와 기체, 고체와 액체가 맞닿는 ‘계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화학 반응들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며, 이론과 응용을 아우르는 첨단 연구를 펼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물리화학이라는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서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영독 교수와, 연구원 지위징 원우를 만나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의 연구 방향과 철학, 그리고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구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를 소속으로 하여 물리화학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은 고체 표면 위, 고체·기체, 고체·액체의 계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 환경 연구와 관련해서는, 고체 표면 위에 흡착된 대기오염물질 분자들이 표면 위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변환되어 탈착되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은 대기 오염물질들을 제거하는 데에 효과적인 표면 구조를 찾아내고 그 표면구조와 화학 반응성의 상관관계 규명, 표면 화학 반응의 경로에 대한 분자 수준의 경로를 연구합니다. 다음으로 최근 관심을 가지고 진행 중인 연구는 이산화탄소를 포름산 등으로, 전기화학적으로 재자원화하는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빛을 이용하여 고체 촉매 표면과 전해질의 계면에서 이산화탄소가 환원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중간체의 구조를 규명합니다. 최근 연구를 시작한 만큼, 현재 연구실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대기오염물질 제거 연구를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타겟으로 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연구자가 원하는 조건에서 최대로 높은 효율로 제거할 수 있는 촉매 소재와 실험 조건을 찾아내는 연구를 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무조건적인 시행착오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연구실에서 얻은 결과들과 문헌의 이론 및 결과들을 바탕으로 타겟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촉매 후보군과 실험 조건을 논리적으로 찾아냅니다.


타겟 물질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알려진 대기오염물질 중 임의로 선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함께 일하는 기업의 니즈에 따라 선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촉매 후보군들을 이용한 연구에서 기존의 촉매보다 더 높은 활성을 보이는 촉매가 발견되고 우수한 내구성까지 확인이 되면 촉매 구조와 반응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와 더불어 표면 위에서 화학 반응 중 형성되는 반응 중간체 (대기오염물질이 무해한 물질로 바뀌는 과정 중 짧은 시간 동안 표면 위에 존재하는 구조체)의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표면 화학 반응의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자원화와 관련된 연구도 이와 비슷하게 촉매 후보군에 대한 활성 및 선택적 연구, 구조와 활성의 관계 연구, 표면 중간체 분석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연구실에서 고안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고체의 표면을 변형하여 기능성을 향상하고 해당 현상의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기능성 물질을 대량으로 제조하여 이러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하는 물리화학자로서 기술 사업화에 대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연구실에서는 “온도조절 기상 증착법”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1나노미터 미만의 크기를 가지는 산화철 입자를 다양한 다공성 물질의 기공 내부에 골고루 깊숙이 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이 방법으로 제조된 촉매의 대기오염물질 제거 활성에 대한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물질 제거용 촉매로 사용되는 물질들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매우 비싼 금속들이지만 우리 연구실의 기술을 이용하면 가격이 매우 저렴한 철을 이용하여 매우 미세한 기공 안에 골고루 뿌리는 방식을 선택하여 철의 비표면적과 활성 자리 수를 극대화하여 값이 싸면서도 활성이 높은 대기오염물질 제거용 촉매를 개발 및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이 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두 개의 기업에 이전되었습니다. 그중 한 기업은 해당 기술을 이용하여 축사 악취 제거 장치를 개발하였고 다른 한 기업은 대형 조리실의 연기와 냄새를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특히, 대형 조리실의 경우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가 종사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그 제거 장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실에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클린룸에 사용되는 화학필터를 개발하는 연구를 기업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더욱 미세화됨에 따라서 클린 룸의 공기질 관리도 그만큼 더 엄격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분야에 우리 기술이 향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올해에 들어서는 다공성 물질을 이용한 광촉매 기술을, 공기청정기를 제조하는 기업에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궁금합니다.

연구실의 업적에 대한 자랑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연구실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제자들 중 2명이 현재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어 재직 중이라는 것입니다.


제1호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상명대학교 서현욱 교수는 제가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던 2007년에 학부 3학년이었는데, 서 교수는 제 연구실에서 학부생,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모두 거치며 제 연구실의 거의 모든 장비를 주도적으로 셋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Global Ph.D Fellowship을 받아,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는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있기도 했으며 박사 취득 후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현재 상명대학교에 부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제가 교수가 되고 난 뒤 기쁠 때나 슬플 때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라기 보다는 동료라는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올해 3월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임용된 차병준 박사 역시 학부생 때 제 연구실에 들어와 석사, 박사 과정을 함께한 후 미국 라이스 대학교의 연구원 생활을 거쳐 올해 귀국했습니다. 올해 초 서현욱 교수, 차병준 교수와 셋이 저녁 식사를 하며 술도 한잔 먹은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순간 너무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제 연구실에서 학위를 받은 제자들이 이렇게 학계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대기업에도 굉장히 많이 취업했습니다. 교수로서 어떤 연구 성과보다도 졸업생들이 사회 곳곳에 진출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우리 연구실이 기초부터 응용까지 넓은 폭을 아우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물리화학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기환경과 관련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제 연구실이 물리화학과 큰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 연구실에서 다루는 분석 장비들과 데이터의 해석은 모두 물리 화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화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아무래도 연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합성하는 것보다는 장비를 다루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물리화학이라는 과목은 굉장히 공부하기 까다롭습니다. 제가 화학과에서 물리화학과 관련된 강의를 하는데, 그중에는 코어 과목도 있고, 심화 과목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 강의를 먼저 한번 들어보세요. 그래도 물리화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러면 정말 제 연구실에서는 흥미를 못 느끼실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간 물리화학 강의들은 어렵다고 느꼈는데 제 강의는 들을 만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연구실에서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어떠한 분야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수업만 들어봐서는 이 학문이 나와 잘 맞겠다, 안 맞겠다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과목에서 내가 좋은 학점을 받았으니 이 학문의 연구가 나와 잘 맞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단 연구실에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이 분야의 연구가 나와 맞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우수 학부 연구생, 팀 연구 프로젝트 등 학부생들이 연구실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고 그런 기회들을 통해서 내 적성이 어떤 분야와 잘 맞겠다는 것을 찾아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남들처럼 큰 꿈이 없다고, 목표 설정이 없다고 너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연구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원대한 꿈을 가지고 그 목표를 위해 설정해 놓은 로드맵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니 뛰어난 연구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내가 무엇에 도달해야 할 것인지 막막하기는 한데, 그래도 내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또 내일은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꽤 높은 곳에 내가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너무 지친다 싶을 때, 좀 쉬어도 괜찮습니다. 가끔 어르신들께서 비가 오려나 하면서 날씨가 좀 안 좋아지기라도 하려면 허리며 무릎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한 번 그렇게 망가진 신체적 건강은 회복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정신건강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 스트레스와 걱정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상처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옆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내는데, 나는 결과를 내지 못할 때 초조해하지 말고, 좀 쉬고 싶다면 쉬어가기도 하세요. 연구하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습니다. 연구에서 누군가를 승자로, 누군가를 패자로 정의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연구하고, 또 때로는 열심히 후회 없이 놀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많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았냐고요? 제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저는 좀 더 정신적인 여유를 가지고 살지 못한 것이 아쉽고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김영독 화학과 교수는 계면물리화학 분야의 연구를 선도해 온 국내 대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표면 과학과 물리화학을 융합한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지금까지 다수의 SCI급 저널에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다. 특히 고체 표면 위에서 일어나는 대기오염물질의 흡착 및 반응 기작,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전환 메커니즘 규명 등 기초과학과 응용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영독 교수의 진면목은 사람에 있다. 학생 한 명 없는 시절부터 묵묵히 연구실을 일구어낸 그의 연구 인생은 그 자체로 성실함과 책임감의 표본이 된다. 지금까지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의 연구 내용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그 중심을 지키고 있는 김영독 교수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 교수님께서 책을 출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교수님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나를 의심하는 과정의 연속” 또는 “외로움”


| 위 질문의 답에 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교수가 된 이후로, 내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넌 정말 그걸 제대로 알고 설명하는 거니? 라는 물음을 많이 던졌습니다. 내가 설명하는데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라는 의심을 계속 했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지적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못 알아듣는다면 그건 교수인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설명하는 방식이 정말 남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방식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수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터득한 물리화학에 대한 개념들에 대한 설명들을 모아 제 강의에서 부교재 정도로 쓸만한 물리화학 입문서를 한 권 쓰고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물리화학 3주만 공부하면 화학과 교수만큼 할 수 있다”로 하려고 했는데, 출판사 에디터분께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 수긍하기 어려운 제목이라고 해주셔서 제목은 수정하려고 합니다.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성균관대학교 출판사를 통해서 제 책을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위와 같이 제 연구원의 삶을 짧게 표현한 이유는, 연구하면서도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사고 실험이나 실험 데이터의 해석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수정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은 과학자가 성격이 좋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평생을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되묻는 과정을 반복해 온 사람의 성격이 무던하고 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빌려, 대학원생들은 간혹 지도교수의 성격이 괴팍하다고 느끼더라도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제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 1억에 가까운 기부를 하셨습니다. 또한, 학부, 석사과정을 성균관대학교에서 마치셨습니다.

그만큼, 교수님께 성균관대학교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 성균관대학교란 어떤 존재인가요?

학부, 대학원 그리고 교수 19년, 제 인생의 꽤 오랜 시간을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보냈습니다. 지금은 화학관에 있지만, 학부생과 대학원생 때는 흔히 이야기하는 벤젠고리관에서 공부했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독일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과 독일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2006년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2007년부터 다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율전 캠퍼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대학교 1학년이었던 청년이 50이 넘은 중년의 교수가 되어 있고, 이젠 저에게 대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군대를 간 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성균관대학교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그 당시 제 또래의 아들이 있는 것이죠.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가족들과 함께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성균관대학교가 항상 저에게 큰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간 성균관대학교로부터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다시 학교 구성원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5년 전쯤 제가 기업으로부터 기술 이전료를 받게 되었을 때, 기술 이전이 된 특허의 발명자들이 모두 졸업하고 취업한 상태에 있어, 그들의 동의를 얻어 해당 금액을 모두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기부를 더하여 지금까지 7000만원 조금 넘게 기부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그 기부금으로 화학과 학생회 임원들에게 리더십 장학금을 수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많은 기부를 하는 동문들이 계시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 약소합니다.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무난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부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본 연구실에서 석박사통합 과정으로 재학 중인 지위징 원우를 만나 계면물리화학연구실 생활을 물어봤다.


| 연구원의 입장에서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2021년에 한국에 와서 현재까지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계면물리화학연구실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는 외국에서 온 연구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 연구실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물리화학 지식뿐만 아니라, 분자적 관점에서 현실적인 환경 및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교수님께서는 "물리화학의 사명은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물질과 기능을 개발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러한 연구 철학 아래, 우리는 고체 표면 및 그 계면에서의 흡착 및 반응 거동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며,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기체들을 무해한 물질로 전환하는 촉매 반응 메커니즘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 분야가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CO₂ 전환)으로까지 확장되었으며 첨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주목받고 있는 주제이며, 우리 학생들에게는 in-situ 분광 분석, 전기 촉매 실험 등 다양한 첨단 분석 기술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학생들은 탄탄한 연구 역량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탐구 과정에서 과학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실험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로 대기질을 개선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은 이론의 깊이와 실용적 응용을 아우르는,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주는 연구실입니다.


| 연구원으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거나 뿌듯했던 기억에 대해 알려주세요.

제가 외국인 학생이지만 교수님은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아낌없는 존중과 지원을 해주신다는 점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학문적인 연구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실험 수행에 있어서도 교수님은 항상 공정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지도해 주시며, 인내심 있게 가르쳐 주시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 주십니다.


실험 측면에서는 교수님께서 다양한 분석 장비를 아낌없이 제공해 주실 뿐만 아니라, 각종 실험 장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주십니다. 덕분에 저희는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연구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실험 과정에서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교수님께서는 가장 먼저 조언과 도움을 주시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함께 모색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은 학문적 교류의 중요성도 크게 여기시며, 저희가 다양한 국제 학술 교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십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에 교수님이 전체 랩실 멤버를 데리고 중국으로 학술 방문을 다녀온 것입니다. 그 소중한 기회를 통해 저는 여러 연구 기관의 연구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며, 새로운 연구 방법과 사고방식을 접하게 되어 학문적 시야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이 경험은 제 연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으며,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계면물리화학연구실’은 단순한 실험 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교류와 발전을 이루는 하나의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과학 탐구의 진정한 즐거움을 체감하고 있으며, 교수님의 아낌없는 지도와 따뜻한 배려 속에서 의미 있는 연구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거나 꿈꾸는 학부생이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시작이 느리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빠른 결과를 기대하며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연구는 시간과 인내,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특히 우리 연구실처럼 개방적이고 신뢰 기반의 환경에서는, 여러분이 의지만 있다면 공정하게 기회를 얻고, 다양한 시도를 장려받으며, 책임감을 가지고 실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국제 학술 교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잡길 바랍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는 직접 저희를 이끌고 중국에 학술 교류를 다녀왔는데요, 이러한 직접적인 교류의 자리는 학문적 시야를 넓혀줬습니다. 즉, 연구란 단순히 연구실 안의 일이 아니라 문화를 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세계적 언어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결국, 여러분이 어떤 주제에 진심으로 궁금증을 느낀다면, 용기 내어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연구에 발을 들여보세요.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도 괜찮습니다. 배우고 탐구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 과학은 반드시 그에 대한 보답을 줄 것이며, 여러분도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