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 야구의 시작

  • 471호
  • 기사입력 2021.07.12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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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의 무대,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하 MLB)에서 최근 ‘파인타르’와 관련해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파인타르란 타자들이 배트가 미끄러워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트에 바르는 물질로, 최근 몇 년간 대다수의 투수들이 손에 파인타르를 발랐다는 것이 현 부정투구 논란의 내용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반칙으로 지정됨에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공의 회전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에 회전을 많이 주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이번 학술 섹션에서는 야구에서 공의 회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공의 회전은 많을수록 좋은가?

파인타르와 같이 공에 이물질을 묻히거나 흠집을 내서 투구하는 경우는 야구 초창기부터 존재해왔다. 현대 야구와 달리 표피에 흠집이 나도 공을 교체하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일부러 공에 흠집을 내, 흠집이 난 방향으로 공을 휘는 기술이 있었다. 이를 통해 투수들은 타자가 예상하기 힘든 불규칙한 궤적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공을 ‘스커프볼(Scuff ball)’이라 불렸다. 반대로 공에 땀, 침, 바셀린, 파라핀과 같이 공에 마찰을 줄이는 기술 역시 존재했다. 마찰력이 떨어지면 회전이 줄어 속도나 궤적에서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는 ‘스핏볼(Spit ball)’이라고 불렸다. 스커프 볼의 경우 1915년 야구공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교체하는 규칙이 도입되면서, 스핏볼의 경우 1920년 금지 조항이 생기면서 금지됐다. 스핏볼이 금지된 1920년부터 야구공 내부에 코르크심이 들어가 반발력이 높아진 공인구가 등장하며 이른바 ‘라이브볼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라이브볼 시대가 개막되며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는 로진백을 제외한 이물질을 바르지 못하게 됐지만, 중계 기술이 발전한 1990년대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행위는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었다.


이렇게 공에 변형을 주는 부정투구는 공의 회전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자행된다. 투수들이 야구공에 파인타르를 바르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줄 수 있다. 첫 번째로, 끈적거리는 파인타르를 바르면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른 나라 리그와 국제 공인구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미끄러운 MLB의 공인구는 제구력이 좋기로 유명한 일본 투수들도 제구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파인타르는 마찰을 늘려 투수들의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준다. 두 번째로는 높아진 마찰력은 공의 회전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의 회전수가 높으면 일반적으로 공의 구위는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큰 무기로 작용한다. 2018 시즌 MLB 내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구종인 포심 패스트볼의 메이저리그 평균 초당 회전수(rpm)는 2264회라고 한다. 평균보다 적은 회전수인 2000rpm 미만의 경우 피안타율이 0.309로 굉장히 안 좋은 수준이다.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2300rpm 미만의 피안타율 역시 0.281로 좋은 수준은 아니다. 2300rpm과 2600rpm 이상의 경우 피안타율이 각각 0.253, 0.213로 우리는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피안타율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헛스윙률 역시 2000rpm 미만의 경우와 2600rpm 이상의 경우를 비교하면 각각 13.1%와 27.5%다.


그렇다면 공의 회전은 많을수록 좋은가? 위의 지표들을 통해 우리는 회전수와 구위가 비례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단순히 비례 관계에 있지는 않다. 구위는 단순 회전수가 아닌 공의 움직임을 뜻하는 무브먼트와 연관이 있고 이는 ‘유효 회전(effective spin)수’에 따라 결정된다. 유효 회전은 공의 회전축이 진행 방향과 수직을 이루는 회전으로, 공이 덜 가라앉아야 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같은 구종은 유효 회전수가 높아야 타자에게 치기 어려운 공이다. 그러나 같은 패스트볼 계열이라도 투심 패스트볼의 경우 공이 가라앉는 움직임보다는 좌우 움직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효 회전수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실제로 투심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과 달리 공의 회전축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 이렇게 공의 움직임과 회전축의 방향에 따라 공의 회전은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고, 적을수록 좋을 수도 있다. 공의 회전수는 높아야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회전수를 통해 공의 궤적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회전은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돌연변이와 같은 존재, 너클볼

위에서 알아본 회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회전이 적은 구종도 존재한다. 위아래의 움직임보다 좌우 움직임이 중요한 변화구들은 유효 회전수가 적고 그와 반대인 자이로 회전(Gyro spin)이 많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종들은 어느 정도의 회전수를 기록하기 마련인데, 회전수가 거의 없는 구종도 존재한다. ‘너클볼(Knuckle ball)’이라 불리는 구종은 1rpm에서 1.5rpm을 기록한다. 너클볼의 극단적으로 낮은 회전수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 다른 구종들과 달리 실밥의 위치에 따라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으로 타자 바로 근처에서까지 춤추듯이 변화한다. 前 MLB 심판 론 루치아노는, ‘드물게 살아남는 소수 컬트 종교처럼, 최소한 한 명에서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소수의 투수들만이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을 던져왔다. 투수는 제구를 할 수 없고, 타자는 칠 수 없고, 포수는 잡을 수가 없다. 코치들은 가르칠 수 없고, 대다수의 투수들은 배울 수가 없다. 완벽한 구종이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너클볼의 속도는 약 70마일대의 구속으로 매우 느린 편이지만 끝까지 변화하는 궤적이 특징이다. 이러한 너클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구종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던져야 한다. 다른 구종들은 흔히 ‘공을 긁다’, ‘공을 채다’라는 표현의 투구법으로 회전을 가하는 방식이라면 너클볼은 손톱으로 공을 밀어서 던진다. 너클볼러들은 회전을 거의 주지 않기 위해 어깨와 허리, 하반신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체 힘만으로 던진다. 따라서 너클볼을 주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다른 구종을 포기하고 오직 너클볼만을 연마하는 투수들도 존재한다.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날아가는 너클볼은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아무리 너클볼을 연마하더라도 완벽하게 제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클볼을 즐겨 던지는 투수들도, 타자들도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어디로 날아갈지 확신할 수 없고 배트에 정확히 맞히기도 어렵거니와 정확히 맞혀도 좋은 타구를 만들기 힘들다. 돌연변이와도 같은 너클볼은 구사하기 매우 어렵지만 간간이 너클볼을 섞어 던지는 투수들에 의해, 마치 자신의 느리고 변화무쌍한 궤적처럼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는 진행되지 않으며 확률적으로 투수가 훨씬 유리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야구공의 회전은 야구 경기의 시작이자 경기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야구 경기를 보고 기록을 확인할 때, 공의 회전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내용 출처:

https://www.mbcsportsplus.com/msp/index.php?mode=view&cate=17&b_idx=99870509.000#07D0

https://www.mbcsportsplus.com/msp/index.php?mode=view&cate=17&b_idx=99850563.000#07D0

https://newyork.sbnation.com/new-york-mets/2012/7/3/3134637/the-top-5-knuckleball-quotes-ra-dickey-bob-uecker-jim-bouton-willie-stargell-jason-varitek

사진 출처:

대표이미지:https://theathletic.com/player/mlb/yankees/gerrit-cole/

사진1:https://www.mentalfloss.com/article/56398/what-pine-tar-used-outside-baseball

사진2:https://www.npr.org/sections/thetwo-way/2013/08/13/211667018/the-knuckleball-can-devastate-so-why-dont-all-pitchers-throw-it

사진3:https://www.mlbtraderumors.com/2016/11/braves-sign-r-a-dicke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