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열광하거나, 아니거나
– 올림픽으로 사회 바라보기

  • 474호
  • 기사입력 2021.08.24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4738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8월 8일 폐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개막이 1년 늦춰진 도쿄 올림픽에 사람들은 일찍이 크게 우려했다. “이 시국에 무슨 올림픽이냐” 하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여전히 강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생겼고 국민들은 승리 소식에 기뻐했다. 건조하고 각박했던 코로나 일상에 희망과 열정을 던져준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지금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올림픽 풍경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그리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계속됐던 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다 같이 모일 수 없어서 – 거리두기가 바꿔 놓은 올림픽 풍경

올림픽 하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술집이나 치킨집 등에서 경기를 보며 응원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다 같이 응원하는 풍경 자체가 올림픽의 특유한 즐거움이었지만 작년 말부터 지속된 거리두기 방침 때문에 이 풍경이 완전히 사라졌다(심지어 올림픽 시즌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화된 거리두기 방침이 시행되었다). 이것이 가져오는 논의점은 사람들의 연대와 결속을 유발하는 집단 행위 부재에 따른 변화다.


랜달 콜린스의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2장을 보면 집합적 결속 및 유대를 창출하는 사회적 의식(儀式)의 기본 모델이 나온다. 요약하자면 집단 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집단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 있는 상징적 대상을 향해 특정한 의식적 행위를 해야 사회적 의식이 사회적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집단의식이 행해지면 다양한 개인들은 집단적 자아에 몰두함으로써 공동의 정서를 얻게 되고 이는 다른 곳에서는 전혀 얻을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에너지와 자기 확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올림픽에 한번 대입해 보자. 일단 기존 취지에는 맞지 않겠지만 올림픽은 국가 대항전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올림픽을 응원하는 어떤 집단이든 간에 상징적 대상은 대한민국 국가 자체다. 문제가 되는 건 ‘한자리에 모여’ 인데 거리두기 방침은 이를 없애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올림픽을 시청했고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건 통상 가족뿐이지만 가족이 거실에 다 같이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풍경은 근래 들어 많이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거리두기 방침 이전의 월드컵, 올림픽 축구 경기 당시의 거리 응원이나 치킨집이나 술집에서 손뼉을 치고 함성을 지르는 등의 단체 응원도 불가능했다. 치킨집에서 월드컵 축구를 응원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골을 넣고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을 때 느꼈던 특이한 감상이 있을 것이다. 무엇인지 표현할 순 없지만 그게 집단적 의식이 가져온 공동의 정서일 공산이 크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얻을 수 없는 성취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 올림픽은 어떠했을까? 상징물만 존재할 뿐 의식은 존재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집합적 의식 못지않은 공동의 정서를 느꼈다. 여느 올림픽보다 더 큰 응원과 관심이 모아졌다. 이것의 밑바탕에는 무엇이 깔려 있는 걸까? ‘감정의 전이’가 아닐까 싶다. 올림픽을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와 열정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이전의 관중은 의식적 측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다면 코로나 이후의 관중은 경기 자체에 집중하여 경기가 가지는 에너지를 온전히 전해 받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해줬던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온라인 세계에서 만났다. 해시태그와 인스타 스토리, 댓글 등을 통해 선수들을 응원하고 친구들과 메신저를 통해 경기를 함께 시청했다. 직접 만나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만큼은 아니겠지만 올림픽을 통하여 거리두기로 억압돼 있었던 유대와 결속감이 일정 부분 유발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물어가는 ‘메달 집착증’ – 올림픽의 메달 서열화와 도쿄 올림픽의 ‘4등’

한국 사회는 서열화에 취해 있다. 생활 속에서 서열에 집착하는 풍경을 찾아보기엔 그리 어렵지 않다. 금수저 흙수저, 서연고, 전문직 공무원 대기업 등 계층의 범주화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문화다. 올림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검색창에 올림픽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정보가 ‘메달 순위’다. 국민들도 메달로 순위를 매기는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노메달’보다는 동메달이 낫고, 동메달보단 은메달이 낫고, 은메달보단 금메달이 낫다는 인식이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메달이 성과를 입증하는 건 맞지만 메달에 집착하는 건 낡은 문화임이 분명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영국의 전 조정 국가대표 캐스 비숍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성공 기준에 관해 말했다. 비숍은 “나 역시 메달을 거머쥐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결승 경기에 임했던 마음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그 순간 내가 느끼고 경험한 일이 중요하다. 나는 메달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가지고 다닌다. 메달이 금인지 은인지, 우리가 3위인지 4위 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서 느끼고 배웠던 것들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숍은 그러면서 “성공 기준의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의 목적은 메달과 순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는 공동체를 연결하고, 인간, 육체, 정신의 끝과 경계를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지점으로 돌아가 성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의 새로운 발견은 이 낡은 문화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계체를 위해 경기 직전 머리를 삭발하는 투혼을 보여줬지만 32강전에서 패하고 "아쉽지만 주저앉지 않는다"라고 말하던 강유정 유도 선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했지만 수많은 찬사를 받은 여자 배구팀,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마지막 시도에 실패해 4등에 그쳤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우상혁 선수가 대표적이다. 경기에서 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인식, 이것이 바로 확산되고 각인되어야 할 올림픽 정신이 아닐까 싶다. 메달 서열화도 그만두고 말이다.


 올림픽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스포츠와 세금,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 변화

예전에는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것이 국위 선양이라는 인식이 당연했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점점 더 다양한 분야의 개인들이 세계에서 이름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두 유 노 클럽’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 예다. 물론 ‘두 유 노 클럽’에 운동선수들이 많기는 하지만 근래 들어 문화예술인(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 윤여정 배우 등)도 많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들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그 지원에 국민들의 세금이 쓰인다는 말이다. 이 세금에 대해 국민 일부는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서 운동하다 1등을 한 건데 그게 왜 국위 선양인지 모르겠고 그것 때문에 병역 면제, 포상금, 연금 등 혜택을 왜 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심리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취업 절벽 등으로 노력을 해도 성과를 못 내는 절박한 지금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성공에 따르는 결과물에 대해 도리어 박탈감을 느끼고 반발심을 갖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배영 종로구청 역도 감독은 “안타까운 것이 올림픽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희망을 느끼고 하는 정서적 가치는 이득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다. 스포츠를 통한 정서적 혜택을 누리지만 이 가치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산 문제와 관련한 논의점도 있다.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엘리트 체육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접하는 운동은 생활 체육이다. 둘이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메달 서열화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금메달을 따기를 원하면서 메달 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순을 지우기 위해서는 생활 체육이 엘리트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 무엇도 아닌 상황이다. 생활 체육은 턱없이 부족하고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줄고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공생, 국민과 국가 차원에서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재현 한국체육 지도자연맹 이사장은 이 문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스포츠로 국위선양을 했고,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는 스포츠를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광고 이상의 도구로 스포츠를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투자를 했는데 지난 정부 문제와 대기업이 엮이면서 스포츠에 대한 후원은 위축되고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대한체육회 예산이 약 4000억 원이다. 많은 예산 같지만 엘리트 선수 발굴 및 육성, 생활체육 활성화 등 스포츠의 다양한 현장에 예산이 지원된다고 했을 때 아직 부족하다. 교육부 전체 예산 중 초중고 체육 예산으로 배정된 것은 0.04%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포츠 영재를 발견하겠다는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대한체육회가 함께 국민의 건강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후략)”


 마치며 –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

올림픽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오는 선물 같다. 이 선물은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도쿄 올림픽도 그러했다. 오랜 거리두기와 여름의 극심한 더위로 지친 사람들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채워줬다. 동시에 올림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회의 단면이자 선물인 올림픽,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소중한 행사가 아닐까.



<참고 자료>

김무환, “[매경춘추] Z세대의 올림픽”, <매일경제>, 2021. 07. 29(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7/730589/, 2021. 08. 19)

박민기, 「”메달 따도 나 힘든건 똑같아”…올림픽, 달라진 시선도」, 『뉴시스』, 2021. 08. 03(https://newsis.com/view/?id=NISX20210803_0001535896&cID=10201&pID=10200, 2021. 08. 19)

박병률∙김찬호, “우리가 알던 그 올림픽은 끝났다”, <경향신문>, 2021. 08. 14(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8140954001, 2021. 08. 19)

박해옥, “[박해옥의 나이스한 세상] 아직도 국뽕 올림픽 놀음인가”, <나이스경제>, 2021. 08. 01(http://www.nice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866, 2021. 08. 19)

서지수, “올림픽 성공의 기준=메달? 올림픽의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 <일간스포츠>, 2021. 08. 02(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119684, 2021. 08. 19)

이석무, “[도쿄올림픽]갈등∙분열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깨우친 ‘원팀정신’”, <이데일리>, 2021. 08. 09(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079126629145680&mediaCodeNo=258, 2021. 08. 19)

장희준, 「코로나19 확산에 묻혀버린 올림픽 열기…”축제보다 생존 먼저”」, 『경기일보』, 2021. 07. 26(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3721, 2021. 08. 19)

채혜선, “김연경∙우상혁∙황선우…국민들은 ‘국뽕’ 대신 ‘4등’에 열광했다”, <중앙일보>, 2021. 08. 09(https://news.joins.com/article/24123651, 2021. 08. 19)

랜달 콜린스, 진수미 옮김,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사회학적 통찰)』, 대구: 경북대학교출판부,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