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명운을 가르는 선택,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알아보기

  • 475호
  • 기사입력 2021.09.12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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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치러진 2022 한국 프로야구(이하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본교 주승우 학우(스포츠과학과 4학년)가 키움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이번 드래프트를 끝으로 1차 지명 제도는 중단되고 다시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된다. 1차 지명은 무엇이고 전면 드래프트는 무엇일까? 이번 학술에서는 KBO의 신인 드래프트의 변천사와 프로야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드래프트들을 둘러보려고 한다.


 1차 지명과 2차 지명? 전면 드래프트? 

먼저, 1차 지명 제도가 시행되는 마지막 드래프트인 이번 2022 KBO 드래프트를 살펴보려고 한다. 2019년 개정된 2021 야구규약 제109조의 내용을 보면 ‘1차 지명은 구단이 배정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신인 선수 중에서 1명의 선수를 지명하여 총재가 지정한 특정일에 지명한 선수의 명단을 KBO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실시한다.’고 나와있다. 배정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예정인 선수란, 각 구단의 연고지 내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생 중 대학 졸업 학년인 선수를 의미한다. 1차 지명을 받은 선수 중 고졸 선수가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졸업하는 시기까지 해당 지명권은 효력을 유지한다. 다만, 지난해 하위 3개  구단은 구단이 희망할 경우 1차 지명일의 1주일 이내에 연고지와 관계없이 1차 지명이 가능하다. 1차 지명에서 각 구단은 자신들의 연고지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를 뽑게 되므로, 지역 아마추어 및 학생 야구에 대한 지원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대표적인 예시는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지명을 받은 원태인으로, 삼성은 연고지 대구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하며 야구 신동으로 주목을 모은 원태인을 선발했다. 원태인을 지명하며 홍준학 단장이 남긴 ‘삼성 라이온즈 2019년 1차 지명은 10년 전에 결정됐다.’라는 말이 1차 지명의 목적이자 효과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차 지명은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모든 구단이 참여해 연고지와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지명 대상의 선수들을 뽑는 방식이다.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되며, 한 라운드에 구단별로 한 명씩 지명하며 총 10라운드로 진행된다.


전면 드래프트란, 2010 KBO 드래프트부터 시행된 방식으로 1라운드부터 드래프트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이 연고지와 무관하게 구단의 지명을 받는다. 2차 지명과 동일하게 총 10라운드로 진행되며, 홀수 라운드에는 직전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하고, 짝수 라운드에는 직전 시즌의 순위대로 지명한다.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할 당시 지역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줄어드는 부정적인 현상이 예측 됐으나, KBO는 전면 드래프트를 2010 드래프트부터 2013 드래프트까지 시행했다. 2014 드래프트부터 중단된 전면 드래프트는 내년에 진행될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부터 재개되며, 특이사항으로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와 마찬가지로 얼리 드래프트가 적용돼 4년제 대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이라도 졸업하지 않고 2학년 이상이면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다.


 역사적인 드래프트들

- 1989 드래프트

1989 한국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는 구단의 1차 지명권이 3장인 마지막 드래프트였다. 다음 해 치러진 1990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권은 2장으로 줄었고, 이듬해 1991 드래프트부터는 1장으로 줄었다. 2007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지 문제를 이유로 한시적으로 2장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올해 드래프트까지 1장으로 유지됐다. 이해 1차 드래프트에서는 동국대학교의 이강철을 지명한 해태 타이거즈가 성공을 거두었다. 이강철은 2005년 은퇴할 때까지 152승을 기록하며 해태의 4번의 우승에 일조하고, 10년 연속 10승과 100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군산상고와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정명원을 태평양 돌핀스가 지목했다. 정명원은 1차 지명에서 연고지 구단인 해태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1994년 기록한 40세이브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40세이브이고, 1996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현재까지도 유일한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을 자신의 고향팀 해태타이거즈를 상대로 기록하며 한국 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다.


- 1993 드래프트

1993 드래프트는 40년의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고의 드래프트로 평가받는다. 이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수혜를 입은 팀은 삼성 라이온즈로, 해당 시즌 신인왕이자 구단의 두 번째 영구 결번이자 양준혁을 1차 지명으로 얻었고, 2차 지명에서 박충식과 김현욱이라는 우수한 사이드암 투수를 지명했다. 양준혁은 자신이 남긴 기록 이외에도 드래프트 제도를 바꾸는 영향을 남겼는데, 전년도에 치러진 1992 신인 드래프트에서 쌍방울 레이더스의 2차 지명을 거절하고 상무 야구단에 입단한다. 양준혁 파동으로 인해 타팀의 2차 지명을 받은 선수는 이후 연고 구단의 1차 지명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양준혁이 입단한 삼성 라이온즈와 지역 라이벌 해태 타이거즈는 1차 지명에서 이종범을 지명했고, 이종범은 양준혁과 함께 90년대를 양분하며 마찬가지로 해태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2차 지명에서는 진흥고의 이대진을 지명하며 삼성과 마찬가지로 드래프트에서 큰 수확을 거두었다. 빙그레 이글스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구대성을 지명했고, 구대성은 ‘대성불패’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고 특히 1996년에는 다승, 평균자책점, 세이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다. 


- 1995 드래프트

1995 드래프트는 1차 지명과 2차 지명에서 이전만큼 눈에 띄는 선수들이 지명되지 않았다. 이 드래프트는 고졸 연고 자유계약 제도가 시행된 마지막 드래프트로, 고졸 연고 자유계약은 구단별 연고지 내 고교 3학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절차 없이 계약만으로 입단이 가능한 제도다. 고졸 연고 자유계약 제도는 이 드래프트를 마지막으로 고졸 우선 지명제도로 전환됐으며, 1999 드래프트까지 유지된다. 고졸 연고 자유계약에서 프로야구를 뒤흔든 신성이 등장했고. 1993 드래프트와 마찬가지로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가 각각 이승엽과 임창용을 지명하며 최대 수혜를 입었다. ‘국민타자’라 불리는 이승엽은 입단 후 3년 차부터 홈런왕에 등극하며 일본 진출 전까지 홈런왕과 MVP를 5회 수상하고, 현재까지도 KBO 통산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다. 2017년 은퇴 경기에서까지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국민타자로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임창용은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뱀직구’라 불리는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고,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는 전천후 자원으로 활약한다. 1999 시즌을 앞두고 임창용은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 입단했고 삼성에서 역시 엄청난 이닝을 소화하며 ‘애니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통산 1004 경기에 등판하며 동양인 투수 1위의 기록을 남긴다.  


- 2012 드래프트

2010 드래프트를 앞두고 프로야구 신인 지명 방식은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었고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참여한 첫 번째 드래프트인 2012 드래프트에서는 NC 다이노스 특별 규정으로 진행됐다. 신생 구단에 대한 전력 지원을 목적으로 NC 다이노스는 드래프트 1주일 전 우선 지명권으로 2명을 먼저 지명했고 2라운드가 끝난 뒤 5명을 추가적으로 지명했다. NC 다이노스는 1라운드 전체 9번과 2라운드 1번으로 각각 박민우와 나성범을 연속해서 지명하며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얻는다. 나성범은 2008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지명을 포기하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면서 1라운드에서 지명이 불가능했고 NC 다이노스는 전면 드래프트 방식을 통해 구단을 대표하는 강타자를 얻었다.


- 2017 드래프트

2017 드래프트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3팀이 가장 큰 수혜를 얻었다. 두산 베어스는 1차 지명에서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최원준(당시 개명 전 이름은 최동현)을 지명했다. 최원준은 메디컬 테스트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악재를 겪으며 데뷔도 약 1년가량 늦춰졌지만, 2020 시즌 재능을 꽃피우며 두산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며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도 소집됐다. 키움 히어로즈(당시 구단명은 넥센 히어로즈)는 1차 지명에서 휘문고등학교의 이정후를 지명했다.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는 최초의 부자 1차 지명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데뷔 시즌부터 드래프트 동기들과 압도적인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179안타, 111득점으로 신인 최다 안타와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하며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며 신인왕을 수상한다. LG 트윈스는 충암고등학교의 고우석을 1차 지명에서 지명했다. 고우석은 데뷔 전부터 시속 151km의 강속구를 뿌리며 기대를 모았고 3년 차인 2019 시즌에 KBO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기록하며 LG 트윈스,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았다.


신인 드래프트는 그 구단의 한 해 농사를 넘어, 향후 10년까지 결정지을 수 있다. 다시 전면 드래프트로 회귀하는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은 다시 운명을 결정할 선택을 내리게 된다. 변화하는 내년 드래프트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어떤 선수를 지명할지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 출처: 

스탯티즈-신인지명: http://www.statiz.co.kr/draft.php

사진 출처:

대표 이미지 - http://m.inews24.com/v/1381176#_DYAD

사진 1 - https://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b_idx=99997185.000#07D0

사진 2 -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170415/838682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