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균_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1)
- 항생제를 탄생시키고, 마이클 잭슨을 감염시킨 세균

  • 543호
  • 기사입력 2024.07.16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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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관수 의학과 교수

 


마이클 잭슨 슈퍼 박테리아 나도 감염될까?
- <파이낸셜뉴스> 2009년 2월 16일


최근 마이클 잭슨이 코 성형수술을 받는 동안 슈퍼 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타입 감염증에 걸렸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이 질환은 박테리아가 살을 파 먹으며 몸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보도해 국내에서도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도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남학생이라면 한 번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흉내 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거다. <드릴러(The Thriller)>의 음산함과 화려함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물론 고색창연한 ‘라떼’ 얘기 같지만, 마이클 잭슨은 당시부터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세상을 떠난 지금도 ‘팝의 황제’다. 그에 관한 소식은 언제나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인용한 2009년 2월의 뉴스 역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물론 그해 6월 25일 석연찮은 처방에 이은 심장마비로 사망한 충격적인 소식 때문에 이 뉴스는 뒤로 밀렸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마이클 잭슨을 감염시킨 세균보다 ‘성형’에 집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슈퍼 박테리아’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거머쥔 세균에 대해서도 얼만큼은 눈길을 갔을 것이다.


이제 얘기하려는 세균이 바로 그 세균,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다. ESKAPE에서 두 번째 자리의 ‘S’에 해당하는 세균이다. 병원에서 대장균(Escherichia coli)과 함께 가장 많이 분리되고, 가장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세균이 바로 황색포도상구균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알렉산더 오그스턴(Alexander Ogston)이다. 1880년 그는 수술을 하던 중 농양에 차 있는 고름에 세균 무리를 발견하고 이것이 상처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포도송이 모양으로 뭉쳐 있는 세균을 보고 포도상구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Staphylo-’말이 그리스어인 ‘staphylē’, 즉 "포도송이"에서 온 말이다.


4년 후 독일의 내과의사 프리드리히 로젠버그(Fridrich Julius Rosenbach)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했는데 두 종류의 콜로니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한 종류는 하얀색이었고, 다른 것은 노란색이었다. 그는 하얀색 콜로니의 세균을 Staphylococcus albus라고 했고, 노란색 콜로니의 세균을 Staphylococcus aureus라고 했다. ‘albus’는 흰색을 의미하고, ‘aureus’는 황금을 의미하는 라틴어 aurum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까 Staphylocuccus aureus는 학명 그대로 ‘노란색을 띠는 포도송이 모양의 둥근 세균’이라는 의미가 된다(참고로 S. albus는 나중에 S. epidermidis로 이름이 바뀐다. 주로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그러나 황색포도상구균을 액체배지나 고체배지에서 배양한다고 해도 노란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고체배지에 배양된 콜로니를 면봉 등으로 묻혀서 보면 노란색이란 걸 알 수 있다. 비로소 ‘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는 것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엄청난 발견에 기여(?)하기도 했다. 바로 인류를 살린 약, 항생제 발견이다.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실험을 하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간 세균 배지에 푸른곰팡이가 날라와 세균을 죽인 것을 보고 페니실린을 발견했다는 바로 그 유명한 이야기에 나오는 세균이 바로 포도상구균이다. 1929년에 발표한 플레밍의 논문에는 단지 Staphylococcus, 즉 포도상구균이라고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황색포도상구균일 가능성이 무척 크다. 페니실린은 플레밍이 황색포도상구균을 연구하는 가운데 나온 뜻밖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페니실린 발견 당시에는 황색포도상구균을 죽이는 항생제였지만, 페니실린을 본격적으로 임상에 사용하기 시작한 지 1~2년 만에 내성을 갖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등장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황색포도상구균이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다.


▲ Staphylococcus aureus



그럼 글머리에 인용한 기사의 ‘메티실린 내성’은 뭘까?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등장하자 과학자들은 페니실린 분해효소에도 안정적인,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메티실린(methicillin)이었다. 하지만 이 메티실린에 대해서도 1년도 안 돼 내성을 갖는 세균이 등장했고, 이것이 바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 aureus), 약자로도 유명한 MRSA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를 사용하기 한참 전 이미 피부사상균에 감염된 고슴도치에서 MRSA가 있었고, 이후로 항생제 사용과 함께 가축과 인간을 포함한 2차 숙주에게 퍼졌다고 한다. 이런 MRSA는 SCCmec이라고 하는 외부로부터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전달된 것으로 여겨지는 부위 때문에 생긴다. 나중에는 반코마이신 중동도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ancomycin intermediate resistant S. aureus, VISA) 균주도 처음으로 발견한 일본의 히라마쓰 게이치가 밝혀낸 사실이다. 이 SCCmec이라고 하는 부위에는 유전자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ccr(cassette chromosome recombinase) 유전자와 함께 mecA라고 하는 유전자가 있어 메티실린이 작용하지 못하는, 변형 세포벽 단위체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 MRSA가 메티실린에 대해서만 내성을 갖는 게 아니라 beta-lactam 계열의 항생제 대부분에도 내성을 갖는 것이었다. 더더욱 문제는 1980년대 들면서 MRSA가 병원 내 감염의 주요한 원인균(HA-MRSA)으로 등장했고, 이 병원 내 감염 MRSA는 또 다른 항생제에도 내성을 획득하기 시작해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MRSA는 병원 내 감염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균이면서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 골치 아픈, 아니 아주 위험한 세균이 되었고, 지금도 그 위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참고문헌>

고관수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계단)

Chambers HF, DeLeo FR. Waves of resistance: Staphylococcus aureus in the antibiotic era. Nat. Rev. Microbiol. 2009; 7:629-641.

Larsen J et al. Emergence of methicillin resistance predates the clinical use of antibiotics. Nature 2022;602:135-141.

Keiichi H et al. The emergence and evolution of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Trends Microbiol. 2001;9(10):486-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