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간직해야 할 가치에 대한 질문,
김준녕 작가의 『별보다도 빛나는』

  • 528호
  • 기사입력 2023.11.28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인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의 저자 김준녕 작가가 약 1년만에 『별보다도 빛나는』으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2400년대, 지구 이주민이 정착한 새로운 터전인 여름성에서 시작된다. 다이아몬드로 가득한 여름성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비가 생명을 위협하고 휴봇에 대한 인간의 혐오가 만연하다. 주인공 은하는 자신을 위해 휴봇이 된 할머니와 함께 산다. 엄마와 아빠는 그녀가 어렸을 때 화물차 운전을 하다가 사건의 지평선에 갇혀 실종됐다. 은하에겐 자신의 꿈이 없다. 오직 할머니에게 인간의 몸을 되돌려주고, 엄마, 아빠를 찾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녀는 화물차 기사일을 하며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직장 동료인 형태와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만 휴봇인 상태로 엄마가 돌아온다. 휴봇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디스플레이로만 감정 표현하는 엄마와의 만남은 은하에게 혼란을 주지만 동시에 부모의 사랑을 깨닫도록 한다.


| 욕심의 연장선, 휴봇


“우주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나누어 가진다. 그러나 인간들은 끝없이 살아남고 가지려 했다. 욕심이었다. 휴봇이 되는 것도 이러한 욕심의 연장선상일까 싶었다.”


여름성 내부는 지옥과 비슷하다. 하늘에는 자주 먹구름이 끼여 우중충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다이아몬드 비가 내린다. 다이아몬드 비는 맞으면 머리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위험하다. 또한 여름성이라는 이름답게 매일이 여름이다. 이런 혹독한 환경 탓에 병에 걸린 이들이 속출했는데 그들은 망가진 유기체 몸을 버리고 휴봇에 의식을 이식하는 전뇌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메모리 칩에 인간의 의식만 이식할 뿐, 겉모습은 일반적인 로봇과 비슷하다. 이들이 바로 ‘휴봇’이다. 휴봇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은 드러난다. 많은 돈을 들인 몸은 사람의 것과 같은 피부와 장기를 가지고 있으나 돈을 들이지 않은 몸은 내부 전선과 배터리 팩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종의 ‘원시적인 로봇 형태’다. 디스플레이에 표출되는 감정도 돈을 더 지불해야 다양해지며 무료로 제공되는 감정으로는 인간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 목소리도 가격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다.


은하의 할머니는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지구에 묻히고 싶었지만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될 손녀가 걱정되어 전뇌화 수술을 선택했다. 돈이 없어서 가장 저렴한 메모리 칩과 초기 버전 몸체를 쓴 할머니의 몸은 녹이 슨 철골 구조물이었고 센서로는 개와 고양이 구분조차 못했다. 은하에게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할머니를 흉내 내는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휴봇이 본래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은하만이 아니었다. 사회에 만연해진 휴봇 혐오는 많은 사람들 눈에 휴봇이 인간과 다른 존재로 보인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사람들은 휴봇의 전선을 끊고자 칼을 들고 다녔으며 길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휴봇을 바라봤다. 그래서 은하는 자신을 위해 휴봇이 된 할머니에게 인간의 몸을 되돌려주고자 열심히 돈을 벌었다. 또다른 행성에선 인간의 몸을 되찾는 게 가능하단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은하의 할머니는 휴봇 혐오자에 의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됐다. 저렴한 메모리 칩이어서 다시 복구할 수도 없었다.


<별보다도 빛나는>에 등장하는 휴봇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휴봇을 통해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을 마주할 수 있으며, 휴봇이었던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차별과 혐오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가상현실 세계가 오더라도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며 여전히 자신과 다른 이를 향한 차별은 존재할 것이다.


| 별보다도 빛나는 사랑


“엄마는 나를 구출하기 위해 지난 15년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엄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를 사건의 지평선 바깥으로 보냈다.”


은하의 엄마와 아빠는 화물차 기사였다. 2400년에 트럭은 우주선이다. 트럭은 우주로 나가 다른 은하계로 화물을 나르는데 이때 블랙홀의 중력을 이용하여 속도를 높이는 이른바 블랙홀 스윙바이를 통해야만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다. 은하의 엄마와 아빠는 스윙바이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사건의 지평선에 갇혀 버렸다. 부모님 없이 자란 은하는 학생이 된 후 엄마와 아빠를 찾기 위해 화물차 기사로 일하며 몰래 우주선에 탑승했다. 은하의 노력 덕에 마침내 엄마를 찾는 데에 성공하지만 그렇게 마주한 엄마는 긴급수술로 전뇌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은하의 엄마는 사고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현실을 부정했고 은하를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은하는 휴봇이 된 할머니의 상태를 말해주지도 아빠의 행방을 묻지도 못한 채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엄마에게 ‘가정부 로봇’이라고 말했던 할머니의 죽음은 은하와 엄마의 사이를 다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은하는 엄마를 사랑했고 계속 자신의 옆에 있길 바랐기에 엄마를 인간의 몸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돈이 필요했던 은하는 회사에서 제안한 위험한 비행에 시도한다.


비행 중 은하는 사고를 당해 사건의 지평선에 갇힌다. 그곳에서는 되감기를 하듯이 모든 것이 반대로 흐른다. 그리고 은하는 자신이 태어나 처음 빛을 봤던 순간을 그리고 젊은 엄마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현재 모습의 엄마를 발견한다. 그 모습은 자신의 딸을 사건의 지평선 바깥으로 보내고자 블랙홀에 뛰어 든 엄마였다. 지구에서 깨어난 은하는 엄마가 남긴 영상을 통해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은하의 엄마와 아빠는 은하를 그만큼 사랑했다. 자신이 가진 어떤 것을 포기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였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밤하늘에서 별보다도 빛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임을 알 수 있다.


김준녕 작가의 『별보다도 빛나는』은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휴봇과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이들에게 향하는 혐오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지 않는다. 반면에 사랑은 한 사람이 성장통을 겪고 이겨내는 데에 버팀묵이 되어 줬고 이것이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덜 발전된 세계라고 하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 은하의 할머니는 과거에는 인간이 발전을 해도 지구라는 커다란 공 위에서 모두가 영향을 받으며 어우러져 살았다고 말하며, 현재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다르게 나아가고 있음에 슬퍼했다. 또한 은하는 지구에서 만든 SF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멋들어진 가상현실 세계 속에서 살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은 자유로웠고 그들의 영화에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비록 지금이 덜 발전된 세계라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사랑을 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이미 행복한 세상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미래의 가상세계를 가정함으로써 사랑과 인간성에 대해 깊이 살펴본다. 인간이 어떤 가치를 잃지 말아야 행복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김준녕 작가의 『별보다도 빛나는』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