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물드는 부처의 통찰,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
- 563호
- 기사입력 2025.05.11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984
『초역 부처의 말』은 아이브(IVE)의 장원영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일하다 힘에 부치는 순간이 올 때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화낼 일이 없다”고 추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역 부처의 말』은 부처가 고대 인도에서 활약했을 당시, 그가 남긴 다양한 어록 중 작가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선별하여 초역*한 도서이다. 부처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을 보존하면서도, 딱딱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 초역(超譯): 원문의 의미와 의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역 대신 더 효과적으로 의역하는 작업.
작가인 코이케 류노스케는 야마구치에서 태어나,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야마구치의 쇼겐지와 세카가야구의 쓰쿠요미지의 주지로 일하며 절과 문화센터 등에서 좌선과 명상 지도, 상담을 하고 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총 1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부에는 일상적인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후반부에는 인간 중심의 평범한 관점을 초월하는 구절이 담겨 있다.
| 1부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고, 감정에 기대어 선택하곤 한다. 특히 분노나 불쾌감처럼 날카로운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 마음속 깊이 머물며 우리를 흔든다. 언쟁이나 갈등의 순간이 닥치면, 문득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충동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마음이라는 차의 운전자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저 감정이 이끄는 대로 핸들만 쥐고 있으면 마음은 곧 폭주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조종당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우리는 내면의 운전석에서 스스로를 제어해야 한다. 들끓는 노여움을 잠재우고 차분함이라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야 한다. 화를 끊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감정을 내려놓는다면 삶이라는 고통의 굴레에서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무슨 일에도 동요하지 않고 어떠한 상대를 만나든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는 자가 진정한 강자이다.
“적을 고민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화내지 않고 온화하게 있는 것,
단지 그뿐입니다.”
| 2부 - 비교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삶이 눈에 밟힌다. 친구의 성공,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칭찬 한마디에도 마음이 갈대같이 흔들린다. SNS에 올라온 화려한 일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다가와 비교의 잣대를 들이민다. 그렇게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감정은 때로 달콤한 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불안과 열등, 그리고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진다. 타인의 평가로 만들어지는 쾌감과 불쾌감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환영에 불과하다.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온을 불러온다.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자연스레 상대의 허점을 들추고 트집을 잡게 되며, 이는 갈등과 고통을 부른다. 마음을 단련해 승부를 신경 쓰지 않고 오만한 우월감이나 투덜대는 열등감 없이, 의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다.
| 3부 - 바라지 않는다
누구나 더 멋진 옷을 입고 싶고, 더 나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으며, 사랑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연인을 갖고 싶은 욕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욕망은 하나가 충족되면 곧 또 다른 욕망이 피어오르며 끝없이 반복된다. 한없이 만족하지 못하고 결핍 속에서 메말라간다. 결국 나를 옭아매는 번뇌가 스스로를 질식하게 만든다. 이 번뇌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혜라는 무기를 들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지혜로운 시선을 가져야 진정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 손에 쥔 것은 보지 못하고 타인의 손에 있는 것만 바라보다 보면, 마음의 고요함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설령 내가 가진 것이 보잘것없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기쁨과 충족감을 찾을 수 있다면 마음은 정화되고 맑아진다. ‘있다’에 집착하지 않고, ‘없다’에 슬퍼하지 않는 자세를 함양한다면 마음이 무적과 같은 상태가 된다.
| 4부 - 선한 업을 쌓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은 과거의 내가 생각하고 느낀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쌓이고 섞인 결과물이 현재의 ‘나’를 이룬다는 개념이다. 나는 과거의 모든 마음의 조각보로서 여기에 서 있다. 그러나 업은 정해진 운명이 아니다. 가변적인 성질을 지니기에 지금 이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면 그 감정이 마음에 스며들어 고통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반복해 쌓아갈 때 마음은 점차 고요함과 편안함을 향해 나아간다. 업은 물방울과 같다. 한 방울씩 떨어질 때는 작아 보이지만 그 물방울들이 모이면 결국 큰 흐름을 이룬다. 순간순간의 선택은 눈에 띄게 우리를 바꾸지 않지만, 그 선택이 쌓였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불러온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이 스쳤을 때 망설이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 말, 행동과 같은 작은 선행들이 모여 선업이 되고, 그것이 곧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이끈다. 행복한 인생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긍정의 힘에서 비롯된다.
| 5부 - 친구를 선택한다
마음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함께 마음의 성장을 격려하는, 서로의 결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야 한다. 진짜 우정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는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성격상의 결점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다. 나의 단점마저 꿰뚫어 볼 만큼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나의 곁에 두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 반대로, 언제나 나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기만 하고, 공허한 말로만 관계를 유지하며, 듣기 좋은 말만 반복해 주는 사람은 오히려 내 마음의 중심을 흐리게 만든다. 그런 인연은 결국 내 시간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삶의 자원을 줄어들게 한다. 나와 어울리지 않은 친구를 억지로 사귀려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혼자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것이 상쾌하다. 참된 우정은 수량이 아니라 방향이고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런 벗이 없다면, 혼자 걷는 고요함이 오히려 더 맑고 자유로울 수 있다.
| 6부 - 행복을 안다
마음이 편안하고 평온하다면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삶에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은 외부 조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잡음을 줄이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에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자극들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쁜 말을 들었을 때,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집중력과 자기 관찰력을 키워 몸과 마음에서 고통이 발생하는 구조를 꿰뚫어 보고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 나간다면 고통은 점차 줄어든다. 이러한 반복적인 내면 훈련이 쌓이면 마음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깊고 고요한 평온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초역 부처의 말』은 주제별로 구성된 각 장을 통해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부처의 지혜를 마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현대인의 일상에 맞게 재해석한 덕분에, 철학적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음의 방향을 잃었을 때, 동양 철학의 정수를 담은 이 한 권의 책이 고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내면의 시야를 넓히고자 하는 이에게 『초역 부처의 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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