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마음의 문 두드리고, 안녕, 인사 건네는 책
『안녕이라 그랬어』
- 596호
- 기사입력 2026.09.24
- 취재 김한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 조회수 1442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도 그의 마음속까지 온전히 알기는 어렵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고, 타인의 삶을 바라보다가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바로 그 ‘무지’에서 출발한다. 집과 이웃, 가족과 관계, 그리고 삶과 고통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다. 타인을 이해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안녕이라 그랬어』를 펼쳐보자.
| 사람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포착해 마음으로 그려내는 작가, 김애란
김애란은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비행운』,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순간과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감정과 관계를 포착하는 것이 김애란 소설의 특징이다.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도 가족과 이웃,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따라가며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곧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일일까. 우리는 가족의 하루를 알고, 친구의 마음을 알고, 매일 마주치는 이웃의 사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홈 파티」에서 연극배우 이연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연기에 대해 생각한다.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우리는 완벽하게 서로를 알 수 없다.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낯설다. 김애란은 이러한 관계의 간극을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 속 인물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관계와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관계에 관한 질문은 가족이나 친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와 사회, 그 안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까지 시선이 넓어진다.
「좋은 이웃」에서는 집과 재산, 그리고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품 속 인물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우리는 작은 선의를 실천하는 것만으로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내가 반대편에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묻게 한다.
그리고 결국 작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이웃’이라는 단어는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도 낯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순간은 계속된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 학교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 고통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곁에 있는 것들
이 책 속 이야기는 삶의 고통을 쉽게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숲속 작은 집」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며 잠시 고통에서 벗어나지만, 결국 자연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다시 자연을 찾는다.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오히려 안도하기 때문이다.
“그러곤 이미 아는 걸 한 번 더 깨달으려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간다. 내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이상하게 안도한다.”
모든 것이 나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나의 고통을 해결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곁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힘이 될 수 있다. 이 책 속 인물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있다.
|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
이 책은 결국 ‘살아감’으로 돌아온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아니요.”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
“예”
「레몬케이크」속 짧은 설문 답변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인생이 언제나 즐겁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하는 것. 『안녕이라 그랬어』가 이야기하는 삶은 마냥 밝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지도 않다.
“다들 대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어쩌면 다들 날마다 아무 내색하지 않고 일터에 나와 있는 걸까?’ 맨정신에, 취기 없이.”
누구에게나 각자의 숙제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럼에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김애란이 바라보는 ‘안녕’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인지도 모른다.
| 다시, 서로에게 “안녕”
『안녕이라 그랬어』 속 인물들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도, 이웃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서로를 다 알 수 없어서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때로는 묻고, 또 인사를 건넨다. 책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집과 이웃, 자연과 가족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누군가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 아니다. 끝내 다 알 수 없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일에 가깝다.
| 오늘, 누군가에게 건넬 “안녕”을 생각하며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정작 서로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다. 바쁜 일상에 치여 가족의 하루를 놓치기도 하고, 가까운 친구의 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나 역시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짐작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하루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질문을 조용히 꺼내놓는다. 나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당신, “같이”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싶은 당신, 그리고 평범한 오늘의 의미를 잠시 돌아보고 싶은 성균인에게 『안녕이라 그랬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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