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민주주의다-김비환 저

  • 503호
  • 기사입력 2022.11.16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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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탕과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마주치는 각종 장애물을 걷어찰 힘과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사회 속 우리 대다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다수결의 원칙’을 떠올릴 것이다.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실제 민주주의 속에는 더욱 깊은 정의와 역사, 갈래가 있다. 예컨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정치가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고 국가와 국민은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한다. 이번 이 한권의 책에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이것이 민주주의다’ 속 챕터 몇가지의 내용에 대해 요약하여 소개하려 한다.


- 피할 수 없는 운명, 정치의 매력


정치계를 불신하는 경향은 언제나 존재했다. 이러한 불신은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와 한 사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정치가 우리 사회의 일부로 기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예컨대,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안전 유지의 측면에서 경찰과 정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는 경찰과 정부의 운영비용 지출에 동의한다는 것이고, 관련 의무들 또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정치의 부작용보다 정치가 없을 경우에 발생할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여긴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곧 정치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정치가 개인 목표 성취의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성취할 순 없기에 정치는 경쟁적 특성을 띠며, 이 특성은 폭력, 위선, 권모술수로 이어져 마키아벨리즘과 같이 대중들이 가진 정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정치공동체 참여를 통해 도덕적 잠재력을 실현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을 ‘본질적인 정치적 동물’로 규정했다. 그는 정치의 이상적 의미만이 일반적인 정치형태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권위주의적 수단과 비교했을 때, 정치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한 사회에서 함께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정치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악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정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큰 매력을 지니는 활동이다.


- 권력, 두 얼굴의 야누스


권력은 갈등과 동시에 통합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권력과 폭력은 그의 정당성에서 차이가 있어야 한다. 권력에 정당성이 없다면, 권력의 강제력은 폭력과의 구분이 어렵다. 이때, 권력은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들을 갖도록 돕는 강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에 사람들은 권력을 탐하게 되고, 결국 권력투쟁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권력은 갈등과 지배, 투쟁과 연관된 이미지를 갖는다.

이처럼 권력은 사회에 큰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꾸준히 제도적 장치들이 고안되어 왔다. 삼권 분립, 선거제도, 교육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권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권력은 공동체의 평화, 국민 통합, 도덕적 발전을 이룩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결국, 정치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에 비유된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이 국민의 지지를 요하게 되는 민주주의와 정치 권력을 결합하여 권력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 권위와 권위주의 사이


우리나라는 군부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를 거쳐 민주주의의 공고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이때, 상명하복의 권력 구조를 지닌 권위주의는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체계에 따르면, 정치는 투입과 산출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의 관점에서, 투입과 산출의 흐름으로 정치가 행해지는 민주주의와 달리 권위주의는 국민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결정과 집행 과정만이 확대되어 있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권위주의적 정신이 바로 민주화의 큰 걸림돌이다.


이때, 권위를 무력 혹은 권위주의와 같게 보는 시각은 민주화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된다. 권위는 국민의 자발적 지지에 의해서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는 이와 달리 강제성에 기초하여 국민의 복종을 얻어낸다.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가 필요한 권위를 권위주의와 동일시하지 않고, 그 권위의 정당성을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책임 및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역주의, 공멸에 이르는 병


자신의 출신 지역에 더 큰 애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감정이 다른 지역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질 때, 이는 지역 우월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홀로코스트의 원인이었던 나치의 인종 우월주의 또한 지역감정과의 유사성을 가진다. 지역감정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가 강조되는 곳에서는 부정적, 배타적 감정이 원인이 된 극단적 공격 행동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서양의 민주화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민족’의 개념을 강조하기보단 국가의 법체계 속에서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개념이 강조됨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나친 지역감정을 경계하고 모두 우리 한국 국민이라는 인식을 지니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것이 민주주의다’에는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여러 민주주의의 갈래, 법과 유교와 민주주의 등 민주주의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민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 한권의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