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 밖의 세계가 펼쳐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 507호
  • 기사입력 2023.01.12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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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바야흐로 ‘펫코노미(Petconomy)’ 시대. ‘펫코노미’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일컫는 신조어다.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최근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도 급증했다. 특히 ‘개는 훌륭하다’처럼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존’, ‘반려동물 관점에서의 공감’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공개된 TVING 다큐멘터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사전’도 이에 속한다. 2018년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이라는 독특한 발상이 담긴 ‘고양이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고양이』에서 『문명』으로 또 『행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드러낸다. 지금부터 SF소설 『고양이』가 던지는 질문들을 소개하려 한다.


▲ 사진 출처 (교보문고)


케이지에 갇힌 고양이

“개는 백스무 가지 인간의 어휘와 행동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 개는 열까지 셀 줄 알고 더하거나 빼기 같은 간단한 셈도 할 수 있다. 다섯 살짜리 인간 아이와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반면 고양이는 숫자를 세거나 특정한 말에 반응하거나 인간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게 가르치려 들면 즉시 쓸데없는 짓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한다. 인간으로 치면……쉰 살 성인과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 에드몽 웰즈 교수 (인간 과학자이자 고양이 소유자)


책의 시작은 이렇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은 웰즈 교수가 말하는 전형적인 고양이가 아니다. 아니, 더 이상 아니다.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집사인 나탈리와 함께 사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케이지 밖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으며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하는 것은 모두 자신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복잡한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알기란 그녀에게 너무 어려웠다.


“나는 검은색 판으로 시선을 돌려 반짝거리는 색점들을 관찰한다. 어 베이지색 동그라미 속에 인간의 얼굴이 들어있네. 이 베이지색 점들과 걸어 다니는 인간과 자동차가 들어 있는 색점들이 번갈아 검은 바탕에 나타난다.”



바스테트 입장에서 관찰한 ‘텔레비전’의 모습이다. 이렇게 저자는 참신한 시각에서 인간의 문물과 행동을 관찰하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 신선함은 ‘고양이 유니버스’ 이야기의 원동력이 된다. 바스테트의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소통에 대한 갈망은 한때 실험 동물이었던 옆집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면서 비로소 충족된다.



‘제3의 눈’과 케이지 밖의 세계

피타고라스는 그의 정수리에 붙은 연보라색 판을 ‘제3의 눈’이라 불렀다. 제3의 눈은 USB 단자로 컴퓨터에 접속해서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바스테트는 매일 밤 피타고라스에게서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며 자신의 이름인 ‘바스테트’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된다. 이집트 문명은 사자 머리가 달린 ‘세크메트’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를 만들었으나 사자들이 그들을 키우던 사제들을 자꾸 잡아먹자 이집트인들은 머리가 고양이처럼 생긴 ‘바스테트’ 여신을 만들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바스테트는 이렇게 말했다.


“배움은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무지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 안타깝고 불쌍할 뿐이다.”


피타고라스를 만난 이후 바스테트는 교육과 지식의 중요성을 느낀다. 어느 날 파리에 큰 테러가 발생하고 내전으로 이어진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피타고라스와 바스테트는 집과 주인을 잃고 도시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도시를 구하려면 이들은 인류와 반드시 소통해야 한다. 이 두 고양이가 케이지 밖의 세계에서 인류와 소통에 성공할 수 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유니버스’에서 그 결말을 확인하길 바란다.


편안하고 혼란스럽지 않은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바스테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 그녀의 선택들이 묘생(猫 生)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삶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바스테트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아주 많다. 그녀의 용기와 지성 또 호기심과 리더십을 배우고 싶은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