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 ②

  • 508호
  • 기사입력 2023.01.26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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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에 대한 인터뷰 내용의 연장입니다. 아토피, 알레르기 환자 부모에게 도움되는 내용과 성균관대학교 학생에게 전하는 말을 담았습니다.


Q. 교수님께서 강조하고 싶은 잘못된 치료법은 무엇입니까?

안타깝게도 음식 제한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에게 몇 년 이상 음식을 차단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는 검사를 통해 괜찮은 걸 확인하고 다시 먹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우선 아이 피부에 무언가 생겼다면 음식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피부에 나타난 증상이 음식 때문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피부 발진의 원인이 음식이 아닌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어떤 음식을 먹고 하루 정도 지나서 증상이 생겼다거나 피부 증상에 일관성 없이 어떨 때는 붉어지고 또 어떨 때는 먹어도 괜찮다면 이때는 발진의 원인으로 음식보다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연관성이 애매한 경우라면 피부단자시험이나 혈액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는데요. 돌 이전의 아이에게도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서 알레르기 항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가 필수적입니다. 간혹 혈액 검사로도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식품 일지나 식품유발검사로 원인 음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와 의사는 병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잖아요. 전문가의 조언 없이 느낌만으로 음식을 제한하지 말고 원인 음식만 찾아서 제대로 차단하는 게 중요한 이유지요.


Q. 스트레스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아토피피부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팁이 있을까요?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는 아이의 병이 자기 탓인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죠. 저 역시 임신 중에 심정지 환자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큰아이를 일찍 낳았는데요. 이때 아기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힘든 시기를 거칠 때 세상이 끝난 것 같고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자라면서 아토피에 천식에 발달 문제까지 겹쳐 육아가 별로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아니어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쉬운 부모님은 없어요. 다른 집 아이들도 모두 아프면서 자라지만 우리가 모를 뿐이죠.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해결되어도 새로운 문제가 항상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부모 마음이 씩씩하고 불행하지 않아야 이 예민하고 특별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토피와 알레르기 관리는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랜 기간 힘을 내야 하는 치료에서 짧은 호흡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면 그다음은 뛸 수가 없어요. 어릴 적 하던 두더지 게임처럼 빵 치면 내려갔다 올라오고, 빵 치면 사라졌다 다시 튀어나오는 그런 병이니까요. 피부가 조금 나아져도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의사도 부모도 아이도 숨을 잘 고르고 긴 호흡으로 함께 가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이 특별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습니다.


저는 알레르기만이 아니라 호흡기질환 환자들도 진료하는데요. 만성호흡기질환을 앓거나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달고 지내는 아이들입니다. 인공기도를 통해 기계를 연결하여 호흡이 잘 되고 있는지 부모님은 항상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나면서 아이의 병이 심각하면 부모님이 지치고 서로 싸우고, 아이의 컨디션이 괜찮으면 부모님이 힘을 내는 게 아니란 것을 배웠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고 안정적인 부모님은 아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늘 기운을 내고 부부 사이도 서로 친밀하고 존중한다는 거죠. 부모님과 가족에게 잘 맞는 좋은 주치의를 찾아서 의사를 믿고 병과 관련된 모든 일을 상의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이럴까 저럴까 헤매지 않고 오히려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마음이 너무 괴롭고 우울할 때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도 도움이 되죠.


학업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피부 증상 악화로 연결되던 제 환자 역시 긍정적인 기운과 회복탄력성으로 사회 생활도 잘 하고 피부염도 극복했습니다. 만성 질환의 관리에서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멋지게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좋은 기운으로 아토피와 알레르기를 잘 극복한 부모님이 다른 부모님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함께 만성 질환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만나면서 젊은 생각을 나누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학생들이 많은 학교인 것 같아요. 들어올 때부터 ‘인의예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지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살면서 보니까 일부러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생각해요. 하지만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삶의 그릇을 크게 만들고 알알이 채워주는 존재 같기도 하거든요. 저는 오른쪽 둘째 발가락이 두 개이고 서로 뭉뚱그려져서 어릴 때 수술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때 수술방에도 들어가고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큰아이를 조산으로 출산하고 많이 아파 힘들 때 그때는 몰랐는데 아픈 아이를 키웠던 경험으로 지금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에게 더 많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교수 발령을 빨리 받지 못해 마음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죠.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교수가 되고 나서 만나는 젊은 선생님들의 힘든 상황을 정말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었을까요?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중간중간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피치 못할 상황으로 실험 쥐가 모두 죽어버리거나, 연구 환자가 제대로 등록되지 않아 힘들었거나, 중요한 샘플 분석 결과가 기계 오류로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외국에 보냈던 중요한 샘플이 모두 망가지거나 했던 일들이죠. 


그 당시는 많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지만 결국 이런 일들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쌓고 리더십도 생기는 것 같아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는 나만 힘든 것 같고 해결책이 없을까 봐 막막하지만 결국 이런 일들이 모두 내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되어 나를 더 키우고 내 마음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30대까지의 힘들었던 제 청춘이 대견하고 지금 제 인생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굳이 억지로 힘든 길을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지금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반드시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잘 이겨 내기를 바랍니다.




☞ 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