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안온한 날들 – 남궁인 작가

  • 448호
  • 기사입력 2020.07.27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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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인들의 일상과 노고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 오늘은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이자 수필가로도 활동 중인 남궁인 작가의 2020 상반기 신작 『제법 안온한 날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조용하고 편안하다는 의미의 ‘안온하다’는 단어가 품고 있는 따뜻함이 이 책과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와 같은 작가의 이전 산문집과의 차이를 넌지시 말해준다. 전작들은 일반적으로 응급실을 직접적으로 관찰해 그 근거리에서의 생생한 모습을 주로 전해왔다면, 『제법 안온한 날들』은 이러한 병원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 개개인의 감성과 사랑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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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방적으로 불행하지 않다.”

 

 세상에는 얼마나 셀 수 없이 많은 사랑이 있는가. 연인의 설레는 사랑,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사랑, 세상 끝에서 나를 기다린 사랑 등. 이 책의 부제는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흔히 함께 생각하는 행복과 설렘이 가득한 사랑 이야기는 오히려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고통, 그럼에도 끝내 찾아오는 기적 같은 회복 등 그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에는 우리가 결국 지금, 여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생생히 확인시켜주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응급의학과가 너무나 익숙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을 의사 남궁인이 전해주는 메시지이기에 우리에게 더욱 생생히 와닿는다. 청소차에 깔려 응급실로 들어온 청소부, 빙초산 한 병을 전부 마시고 결국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해 응급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남자...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연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의 입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응급의학과 의사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종종 일상으로 물러나 고통 이후 찾아오는 인간의 회복을 멀리서 바라보고 이를 담담히 기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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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침범할  없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장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는 순간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 사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으로 겪어보았을 깨달음이다. 비록 아직 사회적 상황은 각박한 시점이지만 이 한권의 책으로 잠시나마 조용하고 편안한 삶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랑임을 아는 하루하루의 원동력을 얻기를 바란다. 책에 대한 이슬아 작가의 추천사의 일부로 기사를 마친다.


이것은 끝내 단련되지 않을 마음에 관한 책일지도 모르겠다절망에 익숙해지지 않는 우리의 새살 같은 마음 말이다

응급실에서 쏘아올린 기도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안온한 날들을 수호하기 위해 움직인다

고통으로 풍성한 그의 삶은 나에게 두려움과 두려움을 이길  있는 힘을 동시에 준다

 마음은 그를 따라 약해지고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