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우리를 쇼핑하게 만든다?
코로나와 쇼핑 테라피

  • 465호
  • 기사입력 2021.04.13
  • 편집 김민서 기자

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이대호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가장 “핫”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코로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1년 6개월이나 되었는데도 이제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하루 확진자가 700명에 달하면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서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여러분의 기분을 조금은 좋게 만들어드릴 수 있는 힌트를 한 가지 드리고자 합니다.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 정확하게는 COVID-19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이 힘들어졌고, 5명 이상의 사람들은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COVID-19가 야기한 팬데믹 (pandemic) 현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과 함께, 일상 속에서 걱정, 우울감, 지루함, 두려움을 느끼며, 심지어 이것이 분노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서 휴리스틱 (affect heuristic)과 감정의 인지적 평가이론 (cognitive appraisal theory of emoti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에 대해 판단을 할 때 감정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이때 감정은 사람들이 위험을 판단하고 이에 반응하는 행동을 결정하는데 선행 요인으로써 작용을 하는데, 특히 사람들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 공포, 분노, 걱정,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배적으로 경험하며, 이 감정들은 사람들의 행동   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COVID-19가 야기한 부정적 감정들은 사람들의 일상 속 많은 행동들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소비 행동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COVID-19 사태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65%가 사람들과 함께 외식 즐기기를 꼽았으며, 그 뒤를 이어 58%의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외에도 야외 오락 (55%), 야외 운동 (53%), 여행 (45%) 등이 뽑혔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쇼핑입니다. 사실 쇼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주 좋은 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는 쇼핑 테라피, 즉, 쇼핑이 COVID-19 시대에 주는 장점에 대해서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어떤 소비자들은 억눌린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보복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물건들을 포함한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합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20년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중국 '618 온라인 쇼핑축제'에서 총 판매액이 1조 위안 (한화 약 170조 원)에 다다랐으며, COVID-19 발생 이후 가장 긴 연휴였던 10월 국경절 기간에는 중국 하이난성의 면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8.7%가 치솟은 10억 4000만 위안 (1,781억 1,040만 원)을 기록하여 작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요즘 국내 백화점 명품 매장에는 줄을 서지 않고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던데, 저는 제 아내가 이 사실을 모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상황에서의 급증한 쇼핑 행동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쇼핑을 통하여 전환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쇼핑 행동을 흔히 ‘보복 소비 (revenge spending)’ 혹은 ‘보복 쇼핑 (revenge shopping)’이라고 일컫습니다. 사실 보복 소비는 처음에는 부부 싸움 이후 화를 풀기 위해 배우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하는 쇼핑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COVID-19로 인해 생겨난 화를 풀기 위해 하는 모든 쇼핑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복 소비의 소비 대상 품목에는 당장 써야 하는 생필품이 아닌 당장 쓰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구매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이 포함됩니다.


혹자는 쇼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연구들을 통해 쇼핑이 우리에게 실제로 기분 전환 효과가 증명되어 왔습니다. 이를 쇼핑 테라피 (retail therapy)라고 하는데요, 쇼핑 테라피와 관련한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쇼핑을 통해 우울, 걱정,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한다고 합니다. 또한 Terror Management Theory (TMT)에 따르면, 개인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그에 대한 보상 동기가 커진다고 하는데, 쇼핑 테라피와 TMT에 근거한다면, 사람들은 COVID-19과 같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스 (SARS), 메르스 (MERS) 사태 당시에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온라인 쇼핑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쇼핑 하기 전에 망설이는 이유, 가끔 쇼핑하고 나서 바로 물건을 꺼내지 못하고 며칠 동안을 쇼핑백 안에 그대로 넣어두는 이유는 쇼핑이 가끔 우리에게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움츠렸던 어깨를 펴시고, 쇼핑에 대한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쇼핑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코로나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멋지게 도약할 우리 모두를 위해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