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6)

  • 562호
  • 기사입력 2025.04.24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2357

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호주에서 초등학교를 Primary School이라고 부르는데 한국 초등학교와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인상깊은 한 가지는 아이들이 야외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노는 자유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호주 초등학교는 수업시작 30분 전에 정문이 열린다. 한국에서는 등교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곧장 교실로 들어가는데 비해 여기서는 수업시작 5분 전 대기종이 울리기 전까지 교실로 가는 건물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학교 안의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학교가 시작되면 2교시 수업 후 50분, 점심시간 50분(실제 밥은 10분 안에 먹는다)에는 도서관을 가거나 야외 운동장에서 노는 시간이 있다. 가장 붐비는 놀이기구는 Monkey Bar(구름사다리)인데 놀이터에 3종류 정도 있다. 정말 놀란 것은, 3학년 여자아이가 한 번에 2칸씩 사다리를 잡고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왕복하였다. 키가 그리 크지도 않았고 팔도 길지 않았는데도 반동을 주어서 2칸씩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 칸도 힘들 거 같은데, 매일 연습해서 저렇게 되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호주 아이들의 표정에는 항상 생기와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하여 교수님께 어떻게 이메일을 작성하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글에서는 교수님과 면담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자.


적절하게 잘 구성된 대학원 진학과 관련된 이메일을 교수님께 보내면, 아마도 답장이 올 확률이 매우 높다. 이때 교수님의 답변은 여러가지로 올 수가 있는데, 크게 나눠보면 면담을 해보자는 경우, TO가 없어서 어렵다는 경우, TO 상황을 지켜보자는 경우, 무응답 이렇게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처음부터 바로 TO가 있으니 연구실에 들어와서 대학원 진학을 하면 좋겠다는 답장도 간혹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잘 작성된 이메일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얼굴을 보고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메일 답변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면담을 진행하는 것에 집중해보자.


교수님과 면담은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각 교수님들 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짧으면 5~10분 정도 일수도 있고 길면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부시절 교수님들과 하는 상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면담은 학과의 교수님 한분으로 지도학생들에 진로상담이나 학교생활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일반적인 상담을 진행한다고 한다면, 대학원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과의 면담은 짧으면 석사기간 2년, 길면 석박사기간 5~7년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라서 교수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면담이다. 각 교수님의 성향이 다르니 내 기준으로 어떻게 준비해서 면담을 준비한 학생이 기억에 남는지 이야기해보자.


1) 깔끔하게 옷을 입고 가자.

이렇게 말하면 정장차림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이렇게 생각 할 텐데 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격식을 갖춘 옷을 입고오면 부담스러워 하는 교수님들도 있을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차려입지 않기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깔끔하다는 것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나, 화려한 디자인이 들어간 옷, 매우 찢어진 청바지, 너무 헐렁한 후드 티 등을 배제한다는 뜻이다. 같은 학과의 교수님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처음 교수님을 뵙는 자리인데, 너무 자유분방한 옷을 입고 오면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적당하게 깔끔한 차림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면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패션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자료 검색을 통해 적당한 차림을 표로 정리해보았다.


구분

추천 복장

상세 설명

남성

셔츠 + 슬랙스

- 깔끔한 셔츠 (단색 or 얌전한 패턴)
- 다크톤 슬랙스 (네이비, 그레이 등)
- 자켓은 선택사항 (추울 경우 가벼운 재킷 OK)
- 운동화보다는 깔끔한 로퍼나 캐주얼화 추천

여성

블라우스 + 슬랙스 or 단정한 원피스

- 차분한 색의 블라우스 + 슬랙스
- 무릎 아래 원피스도 좋음 (너무 화려하지 않게)
- 니트/가디건도 가능
- 플랫슈즈나 로우힐 권장

공통

헤어/표정/자세

- 머리는 단정하게 정돈, 지나친 향수 X
- 밝고 진지한 표정, 눈 마주침, 예의 바른 태도 강조


2)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마이너스.

교수님과의 면담이 긴장 될 수도 있다. 솔직히 학부기간 동안 교수님과 1:1로 대화 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교수님이 어려운 분으로 인식되기 쉽다. 내가 대학원 진학관련 면담한 학생들 중에도 유난히 긴장을 많이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말을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와 심지어 손도 떨리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어렵거나 엄하게 보이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긴장을 풀기위해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매끄럽게 진행된 면담은 아니었다.


적당한 긴장감은 도움이 되지만, 너무 긴장하면 자신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도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대부분 교수들은 수업으로 다져진 언변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 과의 대화를 잘 진행하는 편이다. 상담 및 면담 경험도 많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너무 긴장 된다면 교수님께 솔직하게 지금 긴장된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도움을 주실 것이다.


3)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에 대해서 준비하자. 

물론 이메일을 작성할 당시, 지원동기와 자기소개를 했으나, 글과 말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느낌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같은 학교에서 지원했던, 다른 학교에서 지원했던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실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많은 호기심이 있다. 마치 새로 가입한 사이트에서 어떤 경로로 이 곳을 알게 되었는지 설문조사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학교라면, 어떤 수업을 듣고 알게 되었는지, 선배들을 통해 알게 되었는지 등이겠고, 다른 학교라면,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가져서 알게 되었는지, 인터넷 기사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는지, 혹은 논문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지 등이다. 나도 면담시간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꼭 물어보는데, 자세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면담시간의 분위기를 풀어주는데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스토리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바이오에 관심이 있었는데… 등의 내용을 시작으로 그래서 대학 때 무슨 전공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실습시간에 접한 바이오센서에 흥미가 생겨서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대학원 고민을 하던 중 박진성교수님 연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고 진행하는 연구 분야와 과제가 제가 하고 싶은 분야와 너무 일치하여 이렇게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 한다면 깔끔한 지원동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말하면 학생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대학원 가야지 하고 찾아온 게 아니라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 끝에 열정을 가지고 교수를 찾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간략한 자기소개를 덧붙이는 것도 좋다.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간략히 다시한번 언급하는 것이다. 무슨 대학에 무슨 과를 나왔고, 학점과 공인영어성적, 이력서 등 이메일 보낼 당시 첨부했던 서류를 인쇄해서 가면 좋다. 여기에 조금 더 잘 보이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한두 장 정도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서 가져가자. 그 정도로 준비한다면 교수님이 매우 흐뭇해 하실 것이다.


4) 적절한 질문 사항을 미리 적어가자.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대부분 학생들이 긴장해서 질문할 것들이 있었음에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도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고 나서 혹시 질문 있냐고 물어보는데, 몇 학생들은 휴대폰 등에 질문사항을 적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 훨씬 상세한 면담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원생 때의 이야기다. 한 학생이 대학원 면접 자리에서 처음보는 교수님께 ‘제가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 대학원 생활을 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심사위원이셨던 교수님들이 무척이나 당황하셨다. 면담도 아니고 공식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학생은 입학하지 못했다.

 

대학원 등록금이 학부보다 비싸고, 공립대와 사립대 등 차이가 많으니 인건비 등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 면담하는 자리에서 교수님께 직접적으로 여쭤보는 것은 비 추천한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연구실 선배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학부 인턴 연구생을 하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대학원에 오는 것은 대학과 마찬가지로 내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른 동기들처럼 취직을 하여 상당한 월급을 받을 수 있음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국가연구과제를 진행하는 연구실은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라 불리는 연구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연구실에서 주는 지원이 많을수록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수님들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경험했고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교수님이 연구과제를 많이 수주하여 지도학생들에게 여유롭게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하는 여부가 교수님과 연구실의 역량 뿐 아니라, 최근 급격하게 줄어든 국가 연구비 예산 상황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교수님들 에게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구나 하고 한 번쯤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는 교수님과의 면담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면담 결과 후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나누도록 하자.



▲ North Melbourne Primary School의 아침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