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2)

  • 554호
  • 기사입력 2024.12.27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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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설레면서도 약간 창작의(?)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서 사람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평온하고 즐거운 상태가 되어야 생각에 대한 정리가 잘 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시기는 글을 온전히 정리하는데 너무나 어려운 시간들이다. 언젠가부터 잘못된 일들을 잘못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사회가 되가는 것 같다. 하루빨리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고 나라가 정상화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지난 글에서 ‘기대수명의 증가’에 따라 전문성의 필요성이 높아져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어서 다음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 교수님이 대학원에 오라고 하는 이유 두번째는 바로 대학원 기간이 자신의 꿈을 펼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린시절 초등학생 때 ‘내 꿈은 000 가 되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이다. 내 첫째 아들은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축구 동영상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자기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말 멋진 꿈이라고 응원을 해주면서도 아빠의 운동신경이 탁월하지 못함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꿈들을 가슴속에 하나씩 다 품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 입시열차에 탑승하여 달리다 보면 어느새 꿈보다는 현실적인 여러가지 면을 생각하면서 수능점수와 내신등급을 고려해 나의 진로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바램과 타협의 어느 중간 지점에서 대학을 고르게 된다.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인생이 정말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물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부러워하는 명문대인 성균관대학교에 막상 입학하니 자신의 인생이 정말로 바뀌던가?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1학년 중간고사만 지나도 알게 된다. 물론 직업이 거의 정해지는 몇몇 학과를 논외로 하고,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면서 직업을 선택한다. 그럼 우리가 선택하는 직업들이 우리가 정말 바라던 꿈과 가까울까?


대학을 졸업해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진로를 선택하다 보면 내가 선택할 경우의 수가 엄청 다양할 것 같지만,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생각보다 선택의 폭은 좁다. 크게 나누면 취업, 대학원 진학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고시 준비나 창업 등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다. 물론 학과의 특성상 많은 학생들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과가 있기도 하다. 이중 대부분 취업을 목표로 하게 되는데, 그럼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교수님 졸업 후에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꿈을 이루는 것 아닌가요?’


당연히 맞는 말이다. 내 꿈이 ‘대기업 입사’라면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정말 원하는 회사에 취업한다고 해도 거기서 하는 일과 내가 바라던 일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업무일수록 자리는 적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일하는 시간 대비 연봉이 높고, 복지가 잘 되어있으며, 일을 하면서도 개인의 만족이 크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직무일 것이다. 막상 적어보면서 이런 직업이 있나? 혹은 이런 회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월급이 많고 적고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왜 대학원에 가는 것이 꿈을 펼칠 마지막 기회라고 하는가? 대학원은 일단 연구를 하는 곳이다. 연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다. 내 생각을 좀더 보태서 정리해 보면, 기존에 있던 학문을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전반적인 과정을 연구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것 같다.


그럼 이러한 진리를 추구하는 여행은 당연히 그 길이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겠다. 물론 대학원도 경쟁은 많다. 우수한 학교, 뛰어난 지도교수, 최근 각광받는 전공 등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원 연구실은 항상 TO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이 가지는 주제가 있다면, 어느 대학 어느 연구실에 가서도 그러한 학문을 배우고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꿈은 내가 하고 싶어했던 일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이유가 어찌되었든), 공부만큼 폭넓게 하고 싶은 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주제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내가 하고싶어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대학원은 이런 면에서 학부과정에서 부족한 깊이의 부분을 채워준다. 아무리 어떠한 전공을 졸업해도 배우는 과목이 다양하고 한 학기의 짧은 시간동안 그 학문의 참맛을 얼마나 알 수 있겠는가? 나 역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실제로 여러 역학과목에 대한 이해는 강의를 몇 년 동안 하면서 깊어지게 되었다. 학부 공부만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요약해보자면 두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학부만 졸업 후 취업 → 본인이 원하는 일에 대한 경쟁이 더 치열함 → 꿈을 이루기 위한 많은 에너지 필요

                                    vs

대학원 입학 → 본인이 관심있는 연구 진행 →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쟁력 획득 → 꿈을 이룰 가능성 높음


항상 말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녹아 있는 글이다. 나는 우리 연구실에 대학원 진학에 대한 문의를 받으면 그 학생에게 항상 2~3번씩 고민해보고 결정을 하게 한다. 면담 후에도 한번, 연구실 견학 및 선배와 이야기 후에도 한번, 학부연구생 중에도 한번 이렇게 3번 정도 대학원 진학에 대하여 진지하게 물어본다. 그만큼 대학에서의 선택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한번이라도 독자 여러분이 고민해본다면 내 글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하는지 세번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