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에 공부가 꼭 필요할까? (3)

  • 542호
  • 기사입력 2024.06.27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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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벌써 2024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주변 어르신들께서 입버릇처럼 시간이 빠르다 하시던 말을 이제는 내가 현실에서 조금씩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생 독자분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대학생활 4년은 어떻게 보면 꽤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 4년에 인생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선택해야 하는 기간임을 보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 일지 모른다.


생명공학대학에 위치한 내 오피스에서 창 너머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이나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보며 한 번씩 생각에 잠길 때가 있는데,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대답은 ‘안 돌아가고 싶다’이다. 물론 몇 가지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선택들은 있지만, 지금 돌아봐도 충분히 치열하게 미래를 위해 고민하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도 대학생활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이 되어 후회가 안 남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글에 나와 있듯이 2학년 시기도 그렇게 호락호락 하진 않았지만, 정말 3학년은 쉽지 않았다. 3학년 시기가 대학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우선 ‘전공과목의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는 것이다. 2학년까지는 전공의 기초를 쌓아 올리는 시기라면, 3학년부터는 이러한 전공과목을 바탕으로 응용과목을 듣길 시작하거나, 연계된 어려운 전공필수 과목을 들어야 한다. 당연히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들은 ‘여러분 2학년 때 다 배웠죠?’ 스킬을 패시브로 장착하고 계신다. 수업 진도도 2학년 때는 조금 친절하게 소개를 하면서 나간다는 느낌이라면 3학년이 되면 이제 몸 좀 풀었으니 뛰어볼까 하면서 전력질주를 시키는 느낌이랄까?


두 번째 이유는 ‘과목당 체감학점이 높다’는 것이다. 실험실습 수업을 들어본 학생들은 많이 공감할 텐데, 실제로는 1학점이라는 실험실습 수업이 왜 그렇게 시간은 많이 잡아먹는지 모른다. 일단 실험실습 수업은 기본적으로 예비리포트와 결과리포트를 쓰는데, 내가 3학년일 때는 워드프로세스를 이용하여 작업하면 남의 과제를 쉽게 복사하고 인터넷에서 내용을 쉽게 찾아서 붙여넣기 한다는 이유로 손 글씨로 예비리포트와 결과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한 학기에 실습과목이 1개 정도면 어떻게 해 볼만 한데, 수강신청, 교환학생, 복수전공, 이중전공 혹은 조기졸업 등의 이유로 꼬여서 2개를 듣게 되면 정말 리포트만 써도 몇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직도 기억나는 추억은, 모처럼 시간이 비어 있던 공강시간에 리포트를 쓰겠다고 앉아서 쓰다 보니 오전에 시작했는데 다 작성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던 경험이다. 아마 그때 결과 리포트 1개 + 예비리포트 2개를 썼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현재 내가 담당하는 실험실습 수업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제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세 번째 이유였다. 바로 ‘복’ ‘학’ ‘생’이다. 남학생이 유난히 많은 기계공학과의 특징 때문에(우리 학번에 125명 중 4명이 여학생이었다.) 2학년 마치고 군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말인즉슨 3학년 때 많은 학생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3학년 복학생 선배들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우리 때에는 그들의 무서움을 ‘복학생 파워’라고 불렀는데, 일단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출근 비슷한 등교를 한다. 그리고 공강시간, 수업시간 상관없이 밤 10시 도서관에서 퇴실해야 하는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심지어 선배들은 노는 것도 자는 것도 도서관 자리에서 해결했다. 거의 도서관 의자와 하나같다고 해야 하나. 2학년 수업 때는 전공과목 수업에 앞자리는 대부분 비어 있었으나, 3학년 전공과목 수업들은 매우 일찍 가지 않으면 앞자리에 앉기 힘들었다. 이미 선배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같이 공부하던 선배들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선배들은 몇 가지 이유를 말해주었다.


1) 근의 공식도 기억이 안 나는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2) 빵꾸 난 학점을 메우는 게 너무나 힘들다.

3) 적당히 놀다가 1학년 마치고 군에 갔어야 했는데, 2학년 마치고 가서 재수강이 너무 많다.

4) 내가 너무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군에서 알게 되었다. 공부 아니면 인생에 답이 없더라.


정리하자면. 한마디로 철이 무섭게 들어버려 온 것이다. 1학년 때 만난 선배 폼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2학년 선배들 느낌이 아니라, 인생의 무게를 알아버린 찐 선배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코로나 기간을 견디며, 최근 많은 대학들이 성적에 대하여 관대함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영어강의나 Flip Class같은 혁신강의는 심지어 절대평가도 가능하다. 너무 ‘라떼는 말이야’ 같은 어투지만 3학년 시절 전공과목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부분 A까지는 입력가능한 퍼센트까지 채워서 주시는 마음이 넉넉하신 교수님도 있으셨지만, A+는 본인을 감동시키는 학생만 주신다는 교수님들도 계셨다. 50~60명 듣는 전공과목에 A+가 3명이라니… 정말 잔인하지 않는가? 그때 강의하신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나에게 A+ 받은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 이제는 그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싶다. ‘교수님 그 자부심 필요 없어요! 아무도 그 과목 A+ 맞았다고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안해요! ㅠㅠ’ 그 당시 내 과목 등수는 4등이었다. (물론 최근에도 그 교수님을 뵈면 매우 반갑게 인사드린다.)


이렇듯 3학년 생활은 정말 쉽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3보다 바쁜 시간이 바로 3학년 시기였다. 학기 중에 무한루프 기간에 들어가면 정말 새벽 1시 반에 자는 것은 일반이었다. 내가 무척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매주 나오는 전공과목 숙제와 예비 및 결과 리포트, 몇 개의 조별 모임 및 발표준비, 다가올 시험 준비 조금 하다 보면 그 시간이 저절로 되었다.


그렇게 바쁜 3학년 일정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에게 큰 이슈가 생겼다. 바로 군 입영 통지서(군대 영장)가 나온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입영 통지서였다면, 대학원을 가고자 마음먹었기에 고민하지도 않고 입영 연기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보통 기회가 아니었다. 나는 나쁜 시력과, 초등학교 때 크게 다친 오른 손목으로 인하여 병역판정검사에서 3급을 받았는데, 이로 인하여 ‘상근 예비역’으로 입영통지서가 나온 것이다. 상근이라니… 더군다나, 고향이 지방이다 보니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군복무를 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온 것이었다. 주변의 몇 안 남은 친구들과 선배들은 물론 부모님까지도 군 입대할 좋은 시기라고 말씀하셨다. 멘토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특히 아버지의 권유가 강경하셨다. 내가 국내 이공계대학원에 진학하게 될 경우,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제도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자, 그런 방법이 어디 있냐고 하시면서 남자가 얼른 군대를 다녀와야지 뭐 하는 거냐며 다그치신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무 좋은 기회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데, 아들이 듣도 보도 못한 말을 하자 어이가 없으셨나 보다. 나 역시 군대 문제를 해결할 경우, 해외에서 공부를 할 기회나, 취업의 문까지 고려할 때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지기에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내가 지금 인생의 큰 갈림길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택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공부의 내용이 어렵고 숙제가 많고 등의 힘듦 과는 다른 선택의 무게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내 멘토이신 기독동아리 간사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기도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리를 했다. 결론은 ‘편안한 군 생활 및 취업과 대학원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 길’ Vs ‘빠른 대학원 입학과 학위취득을 위한 좁은 길’로 정리가 되었다.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기회였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했을 것 같은데 왜 안 했을까? 스스로 의아하다. 지금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당연히 그 당시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은 왜 좋은 기회를 날리냐며 답답해했다. 그렇다. 나는 입영 연기를 하고 대학원 진학의 뜻을 밝힌 것이다. 당시 나는 확률적으로는 낮을 수 있지만, 내가 열심히만 한다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22살의 젊은 나의 선택이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그 선택으로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용감한 결정을 내려준 22살의 나에게 엄지척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