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목표 달성을 위해 유념해야 할 두 가지 지혜

  • 485호
  • 기사입력 2022.02.16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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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재석 유학대학 및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어떤 일을 할 때 뜻한 바를 이뤄내면 스스로의 성취감에 뿌듯하고 남들의 인정에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다그치며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아마도 성과도 없고 방향도 잃어서일 것이다.


『논어』는 말한다. “빨리 이루려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빨리 이루려 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조그만 이익을 탐하면 큰일이 완성되지 않는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無欲速의 無는 금지를 뜻하는 ‘毋’와 같은 부정사로,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欲은 ‘~하려 하다’는 뜻이다. 速은 ‘빨리하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빨리 이룬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무욕속’은 ‘빨리 이루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無見小利의 見은 보다는 뜻으로 ‘탐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小利는 조그만 이익이다. ‘무견소리’는 ‘조그만 이익을 탐하지 말라’는 뜻이다. 不達의 不은 동사의 의미를 부정하는 부정사고, 達은 이룬다는 뜻으로 ‘목표를 이룬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부달’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大事不成의 大事는 큰일을 지칭하고, 成은 완성한다는 의미이다. ‘대사불성’은 ‘큰일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하가 노나라 지방 도읍 행정을 책임지는 지위에 오른 후 정치의 요법을 물어오자, 공자는 명분을 바로잡고 솔선수범하며 경제와 교육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 등 중요한 것이 많음에도, 원대한 포부를 지니지 못한 제자의 단점을 직시하고, 빨리 이루려 하거나 작은 이익에 연연해하면 성과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방향도 상실하게 됨을 경계하였다.


가시적인 성과에 주목하여 성급하게 결과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흉기로 돌변하듯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시종일관 원대한 시야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성과가 빨리 드러나지 않으니 답답하고 초조하다.


『관자』를 보면, “한 해의 계획은 곡식의 씨를 뿌려 수확을 기다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고[一年之計 莫如樹穀],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어 열매를 기다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十年之計  莫如樹木],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어 인재를 양성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終身之計,  莫如樹人.]”라는 말이 있다. 일을 도모할 때에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이 빨리 성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람을 교육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남들에게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일을 조급하게 추진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처럼 긴 안목을 가지고 본질에 힘쓸 필요가 있다.


물론 원대한 목표를 유념하고 있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이상 만을 바라보며 빨리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욕심 부리다 보니, 현실을 소홀히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현실 상황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할 수 있는 범위와 해야 할 목표를 엄밀하게 구분하여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또한 성급하게 성과를 내기 위해 과도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이익에 쉽게 노출되어 방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작은 이익이라도 단호하게 거부할 줄 알아야 큰일을 완성할 수 있다.


『맹자』에 ‘알묘조장(揠苗助長)’ 고사가 나온다. 송나라 어떤 사람이 모내기를 한 후 벼 이삭이 늦게 자라자, 조급한 나머지 논 속의 흙을 돋운 뒤 모를 뽑아 그 위에 다시 심었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벼 이삭이 빨리 자라도록 돕느라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큰소리쳤다. 아들이 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벼 이삭이 이미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는 벼가 자라는데 도움 될 것이 없다하여 버려두는 자는 돌보지도 않는 자이고, 억지로 조장하는 자는 벼 이삭을 뽑아 다시 심는 자이므로, 모두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자라고 비판한다. 그리고는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성과를 미리 기약하지 말고[勿正], 마음에서도 잊지 말며[心勿忘], 억지로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勿助長]고 경계한다.


빨리 이루려 욕심내거나 조그만 이익에 한눈팔면, 오히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 일의 방향성을 늘 유념하되,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벼 이삭이 뿌리내리는 시간이 필요하듯, 인내심을 갖고 본질에 힘쓰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 성과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앞서 조급해지고, 작은 이익에 한눈팔려 방황할 수 있다. 그럴수록 잠시 멍 때리듯 쉬면서 두 가지 돌아봄의 성찰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나 현실에 기반 하지 않은 이상을 성급히 이루기 위해 조급해 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빨리 이루려 욕심내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잔에 물이 차야 물이 넘치듯, 뚜벅 뚜벅 나아가야 한다.

둘째, 작은 이익을 쫓다 일의 목적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성과를 이루는데 조급해 하면, 작은 이익을 마주하더라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작은 이익을 쫓는 것은 처음엔 티도 안 나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근본적인 방향을 흔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을 도모하며 원대한 목표를 이뤄내는 것은 모두 바라는 희망일 것이다. 빨리 이루려 조급해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끊어내는 것이, 더디지만 그래도 위대한 성과를 이뤄내는 지름길임을 『논어』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