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법학과 교환 국비 장학생 ②

  • 510호
  • 기사입력 2023.02.27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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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서현 (글로벌리더학부 19)


◈ 조화로운 다문화 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대표적 다민족 국가다. 단일 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만 쭉 살아온 나는 싱가포르 곳곳을 다닐 때마다 다문화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호커센터였다. 호커센터는 공동의 식사 공간을 가운데 두고 가판형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식당가다. 각 지역마다 최소한 하나씩은 꼭 있는 지역 내 공동체 식사 공간이다. 호커센터는 한 공간에서 인도 음식인 프라타부터 말레이 음식 나시레막까지 싱가포르인 입맛에 맞게 약간씩 변형된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권의 식사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결속성을 강화하는 공간이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집주인 가족과 주말에 동네 호커센터에서 식사를 했다. 이러한 호커센터는 조화롭고 포용적인 다문화 사회를 견인하는 역할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까지 등재되었다. 집주인 가족을 포함한 많은 싱가포르인이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호커센터 이외에도 싱가포르 곳곳을 관광하면서 곳곳에 녹아있는 다문화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콴유 정부 때의 초대 도시계획정책으로 싱가포르에서는 각 민족 간 주거지역이 뚜렷한 경계를 보이지 않는다. 서로 융화되어 살아가지만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스트리트 등 각 민족의 주거 비율이 특히 높은 지역들이 존재한다. 이는 싱가포르 내의 주요 관광지이기도 하다. 한 국가 내에서 문화권 별로 두드러지는 건축 양식 및 종교 사원들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리틀인디아 역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인 스리마리아만 사원에서 십 분 정도 걸으면 이슬람교 사원인 술탄 모스크 사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지하철 10분 거리에 거대한 불교사원인 불아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우 놀랐다.


많은 다민족 국가들에서 민족 간 분열을 목격하기 쉬운데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와 개개인들이 다양한 문화들의 독자성을 인정하며 존중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4가지 언어가 모두 공용어로 공공시설에 병기되어 있으며 디파발리, 중추절, 석가탄신일 등 다양한 민족, 종교별 행사들이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고 있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의 명절인 중추절 때는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전역에서 중추절 음식인 월병을 팔고 야시장 등이 열렸다. 힌두교 명절인 디파발리는 국경일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 친구와 중국 본토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에게 각각 중국의 코로나 정책과 대만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고 서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친구들 의견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생기는 지점들에서 정치·문화적 요소들의 영향을 발견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문화권의 학생들에게서 직접 들으며 내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 교환학생이 가지는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왼쪽 : 이슬람 사원인 술탄 모스크, (가운데) 힌두교 사원인 스리마리아만 사원, 오른쪽 :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함께한 맥리치 등산



◈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맺은 여러 인연


CAMPUS Asia 프로그램의 큰 장점은 CAMPUS Asia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인 것 같다. 싱가포르 국립대 파견이 확정된 이후 파견 직전 학기였던 2022년 1학기에 우리 대학에서 비교정치론을 함께 수강했던 인민대학교 법학부에서 온 ‘일락’이를 만났다. 밥도 여러 번 먹으며 한국과 중국의 대학 생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락이는 한국어에 관심이 많고 나는 중국어를 배우던 참이어서 언어교류를 하며 친해졌다. 떠나기 전 일락이가 중국 전통 문양이 그려진 황금색 책갈피와 손편지를 깜짝 선물해주어 고맙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교환학기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2022년 2학기에 CAMPUS Asia 프로그램으로 성균관대에 파견된 싱가포르 국립대 법학과 학생들과 함께 친해지게 될 기회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싱가포르 국립대와 성균관대의 생활 전반 및 각자의 국가에서 생활하며 느낀 한국과 싱가포르의 법, 정치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에 대해 함께 공유하며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모두 법조인을 지망하다 보니 비슷한 진로와 가치관을 가져 더욱 이야기가 잘 통했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학교에서 교환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과는 아쉽게도 이때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이후 SNS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의 행정 처리 등과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고마운 인연이 되었다. CAMPUS Asia 프로그램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함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소속감 및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 고마운 CAMPUS Asia


국비 장학생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많은 동기가 CAMPUS Asia 프로그램에 관해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적극 추천하고 있다. 우선 장학금이 지원돼서 조금이라도 교환학생 생활을 풍족하게 했고 사업단을 맡고 계신 권철 교수님과 류일현 박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교환학생 생활 내내 심적으로 안정됐다.


우리 대학 CAMPUS Asia 사업단을 맡고 계시는 학장님, 교수님, 박사님들께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에 힘써주신다. 상호협력을 통해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점이 체감돼서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있는 나 역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싱가포르는 2022년 2학기 처음 합류해서 기존의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는 프로그램의 제도적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를테면 CAMPUS Asia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유스 코무네 (공통법 형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국·일본·중국에서는 CAMPUS Asia 학생들만을 위한 커리큘럼을 편성해 국가 간의 법제 사이의 비교법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커리큘럼이 없었다는 부분에서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 개설된 다양한 국제법 수업을 통해서 국제법이라는 큰 틀 안의 특별한 법들까지 세밀하게 공부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최고 명문대학의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견해를 나누어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4개월의 짧은 기간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점차 성장해나가는 나 자신의 모습에 계속 놀라는 하루하루였다. 이는 내 인생에서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고 자부한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법학과 교환 국비 장학생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