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삶이란? :
피터 싱어 교수의 토크 콘서트

  • 587호
  • 기사입력 2026.05.11
  • 취재 이서진, 류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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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인문사회과학캠퍼스 600주년기념관 5층 조병두홀에서 피터 싱어(Peter Singer) 교수를 초청한 <Living an Ethical Life(윤리적인 삶)>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인 피터 싱어 교수는 2021년에 ‘철학계의 노벨상’인 베르그루엔상을 받았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현대 실천윤리학자이다. 『Animal Liberation』, 『The Life You Can Save』와 같은 저서를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해 왔을 뿐만 아니라, 자선 단체 설립 등 윤리적 원칙을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해 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지범 총장은 환영사에서 “학생들에게 피터 싱어라는 이름은 이미 교과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익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행사 시작 훨씬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약 6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인 관계로 입석으로 강연을 듣거나, 줌 생중계를 통해 함께한 이들도 있었다. 개인의 삶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또 학문을 넘어 일상에서 ‘윤리적인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현장을 따라가 보자.



| 피터 싱어 교수가 말하는 윤리적인 삶


▲ 피터 싱어 교수의 질문에 손을 들고 있는 학생들



박수 속에서 무대에 오른 피터 싱어 교수는 “윤리적인 삶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라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윤리적 판단에는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윤리는 단지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과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하나요?” 대부분의 학생은 후자에 손을 들었다. 이에 싱어 교수는 학생들과 자신의 의견이 완전히 반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임마누엘 칸트의 상반된 관점을 소개한 뒤, 칸트의 말을 인용해 윤리는 ‘별이 빛나는 하늘’처럼 객관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리를 개인 취향의 문제로 보는 윤리적 주관주의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는 윤리적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을 덧붙여 설득력을 더했다.

싱어 교수는 윤리의 이러한 객관적 진리를 바탕으로, 윤리적인 삶이란 결국 고통을 줄이기 위한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이 적용되어야 할 현실적 문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극심한 빈곤 문제였다. 싱어 교수는 ‘연못에 빠진 아이’ 사고 실험 및 실제 통계자료를 통해, 단 한 번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동물의 고통 문제였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서 자주 사용해 온 단어인 ‘종차별(speciesism)’을 ‘고통의 양이 같음에도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물보다 인간의 고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라고 정의했다. 이어 인종차별,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종차별 역시 비판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장식 축산이 동물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쾌고감수능력*을 지닌 존재들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는 원칙을 강조하였다.

* 쾌고감수능력: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싱어 교수는 ‘잘 사는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과도한 소비와 끝없는 경쟁을 ‘쾌락의 러닝머신’에 비유하며, 그것이 결코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잘 사는 삶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며, 이는 우리 자신에게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라는 그의 결론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또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그치지 말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윤리적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웹사이트 ‘80,000 Hours’를 추천하며 1부 특강을 마무리했다.


피터 싱어 교수에게 묻다

이어서, 사전 접수된 130여 개의 질문 중 선정된 9개의 질문을 바탕으로 연사와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피터 싱어 교수는 각 질문을 들은 후,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그는 희생 제물로 바쳐질 양을 보고 어떤 군주가 연민을 표하자, 공자가 “너는 그 양을 아끼려 하느냐? 나는 그 예를 좋아한다”라고 답한 구절을 인용한 6번 질문을 좋은 질문이라고 언급했다. 6번 질문은 우리 학교 유학대학 학부생의 질문으로, 피터 싱어 교수에게 만약 그 순간 당신이 공자의 제자였다면, 어떻게 답했을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피터 싱어 교수는 공자에게 왜 의례가 그렇게 중요한지, 왜 연민보다 의례가 우선해야 하는지 질문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민을 강조하며 의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어떤 존재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난 후에는 현장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고통을 다룰 때 평가의 기준은 어떤 것이 있는가?’, ‘자본주의와 동물 해방이 공존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으며 피터 싱어 교수의 답변이 이어졌다.


피터 싱어 교수를 위한 선물과 사인회

강연 종료 후, 사전에 수집된 학생들의 메시지를 담은 책을 피터 싱어 교수에게 전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토크 콘서트 전, 메시지 작성 공간이 국제관에 마련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교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적어 남길 수 있었다. 피터 싱어 교수는 학생들이 메시지를 작성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학생들의 메시지가 담긴 책을 전달받았다.

마지막 순서는 사인회였다. 입장 선착순 200명에게 배부된 책 『The Life You Can Save』에 티켓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터 싱어 교수가 무작위로 티켓에 적힌 20개의 번호를 선정했다. 선정된 참석자들은 피터 싱어 교수에게 직접 사인을 받았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피터 싱어 교수의 철학을 직접 듣고 윤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 윤리적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