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알.쓸.학.잡> 토크쇼
'알아두면 쓸데 있는 학자의 길에 대한 잡학 사전'

  • 502호
  • 기사입력 2022.11.02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824

지난 10월 19일,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제4회 알쓸학잡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학자의 길에 대한 잡학사전) 토크쇼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학문후속세대의 진로에 대해 속시원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의도로 개최되었다. 작년 3회에 이어 이번 4회를 맞이한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성균에서 키운 꿈, 빛을 발하다.” 이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학위 과정을 끝마친 네 명의 교수들의 성공 스토리와 다양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눠보고, 또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알.쓸.학.잡> 토크쇼에는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백상열 교수,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김충섭 교수, 국립목포대학교 경제학과 정한나 교수,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자치행정학과 이대웅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유튜브 생중계 시스템으로 진행되었으며, 1부에서는 ‘성균관대 학위 취득, 그리고 학자가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2부에서 ‘학자의 길에서 마주한 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그 생생한 대학원 경험담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1부 첫 질문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였다. 김충섭 교수는 학부 시절 중 대학원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접하게 되었고, 자연히 대학원 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2학년 때 ‘기기분석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공부하는 랩(대학원 실험실)을 찾아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이대웅 교수는 우리 대학원이 행정분야에 있어서 최고 수준이라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학부시절 우리 사회의 공공시스템이나 운영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정부 조직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책학에 대한 공부를 지속하던 중 전공책에서 “정책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향한다”는 문장에 큰 감명을 받고 그 이후 그 책의 저자가 계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정한나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1학년 계열제 학부생 시절, 신문방송학과로의 진학을 희망했지만 생각보다 신문방송학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방향성을 잃었다는 자신의 경험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때 ‘경제학개론’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고, 교수님께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경험이 자신이 인정받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이후 노동시장에서 여성학자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노동경제학에 대해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모교 대학원에 진학을 결심했다. 더불어 BK장학금의 수상자가 된 것도 안정적 대학원 진학 결정에 한 몫을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백상열 교수는 개인적인 성향을 밝히며 답변을 시작했다. 본인에게 반골주의 성향이 있다고 말하며, 지인들이 해외 박사를 추천했지만 충분히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진학한 대학원이 ‘김박사넷’과 같은 연구실 평가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점도 대학원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덧붙였다.


1부 두 번째 질문은 국내외 대학원 진학의 차이점이었다. 정한나 교수의 답변으로 시작되었다. 정한나 교수는 과거처럼 무조건 유학을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와 해외 중, 학문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더 좋은 조건이 마련된 곳으로 진학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국외 대학도 좋지만, 자신의 경우 안정적인 환경이 더 좋았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백상열 교수는 국내와 해외 대학원의 차이는 ‘익숙한 문화 속의 기초 실력 키우기’와 ‘새로운 문화를 통한 시야 넓히기’의 차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원 생활은 이미 익숙한 문화이기 때문에 따로 적응이 필요하지 않다. 고로 이것이 기본적 실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되는 환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외의 경우 적응의 문제가 생기지만, 한편으론 국내보다 더 넓은 식견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대웅 교수는 스스로 결정하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의 학문 동향을 파악해서 해당 분야의 연구가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서 진행되는 것이 유리한지를 판단하고, 개인적 성향, 경제적 여건 등 자신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충섭 교수는 과거와 달리 국내도 단지 교수님을 돕는 수준을 벗어난 다양하고 적극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고 말했다.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로 답변을 마쳤다. 해설자인 백상훈 교수는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해외 포닥(post-doctor)과정을 밟는 하이브리드적인 과정도 나쁘지 않다고 전하며 두 번째 질문을 마쳤다.



1부 세 번째 질문은 성균관대 학위 취득이 주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김충섭 교수는 졸업 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성균관대학교 석∙박사 학위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교수는 박사학위 자체가 독립적 연구자로서의 자격 부여라는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대웅 교수는 학위수여식에 참여하여, 성균관대 학사 취득이 600여년의 역사의 일원이 되어 학문의 길을 여는 의미 있는 행위임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한나 교수는 박사 학위자에게 주어지는 역할이자 소명이 곧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 있는 결과와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소명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크게 느껴지게 되었기에,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몰입과 성취에 대한 갈망을 주는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백상열 교수는 모교에서의 학위 취득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었다는 감성적인 답변을 전했다.


1부 마지막에는 대학원생에 대한 패널들만의 정의, 그리고 대학원생이 가져야 할 역량과 태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대웅 교수는 대학원생을 ‘마라토너’에 비유했다. 실제로 마라톤 경험이 있는 이대웅 교수는 마라톤을 뛸 때마다 대학원 과정과의 유사성을 느꼈다는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마라톤에 신체적/정신적 역량이 모두 필요하듯, 대학원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도 자기주도적 연구와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호흡을 가지고 슬럼프를 겪고 뒤쳐지더라도 연구자로서의 올바른 방향성을 지켜야 한다는 조언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정한나 교수는 대학원생을 ‘학문에 대한 몰입과 성취에 대한 갈망’이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몰입을 위해서 기꺼이 다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며,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백상열 교수는 대학원생을 ‘종합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대학원 생활 중에 대학원생이 해야 하는 일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 운, 체력, 정신력, 근성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로 답변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김충섭 교수는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갖고 연마하는 사람’으로 대학원생을 정의했다. 그는 대학원생이 실험의 의미와 해석을 탐구하면서 생각을 하고, 실험 결과를 확증 편향 없이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하는 힘’과 ‘정직’이라는 역량을 통해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는 것이 대학원생이라는 김충섭 교수의 견해가 돋보이는 답변이었다.


이후 사회자 백상훈 교육학과 교수는 학위 취득에 여념이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학위 취득이라는 긴 여정에 이번 행사가 희망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백상훈 교수는 이후 ‘학자의 길에서 마주한 나’라는 주제로 패널 교수들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주로 다루는 스토리텔링형의 2부가 이어질 것을 예고하며 1부가 마무리되었다.


2부 첫 질문은 패널들의 대학원 시절 이야기와, 자신만의 경쟁력 향상 기법에 관한 것이었다. 정한나 교수는 연구실에서 힘들때 먹었던 박카스 사진으로 자신의 대학원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한나 교수는 시간 확보가 중요한 대학원 생활 특성 상, 자주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좋은 선배와 적극적 지도교수님의 지도, 그리고 몰입과 성취에 대한 갈망을 통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한나 교수만의 경쟁력 비법은 ‘대부분의 생활을 학교에서 하는 것’이었다. 집을 잠만 자는 곳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의 생활을 학교 연구실에서 하면서 많은 시간을 확보하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디고 말했다. 백상열 교수는 대학원 시절 첫 논문이 좋은 저널에 실리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형태의 마이크로패턴에 대한 연구 중 안에 생긴 이상한 돌기를 보고 실패하지 않은 실험이라고 여긴 지도교수님의 말을 듣고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실제 생물학적 실험 후 논문을 쓴 것이 좋은 저널에 실리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실패한 경험은 없으며, 버려지는 실험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백상열 교수의 경쟁력 비법은 ‘사적 친밀감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잃지 말 것’이었다. 꼭 연구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더라도 동료들과 즐기면서 사적 친밀감을 통해 즐거움을 키워야 연구 경쟁력도 생기는 것이라 덧붙였다. 세 번째로 김충섭 교수는 자신의 대학원 생활이 지도교수님과 아내라는 두 명의 인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2의 아버지와도 같은 지도교수님,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 덕분에 대학원 생활을 잘 버틸 수 있었다는 설명을 했다. 김충섭 교수의 경쟁력 비법은 ‘롤모델 설정’이었다. 김충섭 교수가 현재 우리 대학 교수로 재직하기까지 대학원 생활에서 동아리 선배를 롤모델로 설정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대웅 교수는 대학원 시절 동료들을 소중한 학문 공동체로 생각하면서 동료들과 협업하고, 때로는 비판과 토론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경험을 전했다. 이대웅 교수의 경쟁력 비법은 ‘연구 아이디어와 연구 노트’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연구 아이디어가 돌발적인 상황에 자주 떠오르는데, 그 때마다 연구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노트에 작성하여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2부 마지막 질문은 ‘대학원생의 성공이란?’ 이라는 질문이었다. 이대웅 교수는 이에 한 마디로 ‘Academic Puzzle의 발견이다’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이는 연구질문을 반드시 찾고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백상열 교수는 대학원생의 성공이 ‘최대 정지 마찰력을 넘어보는 것’이라 답했다. 최대 정지 마찰력이란 막 움직이기 직전에 가한 마찰력으로, 최대 정치 마찰력을 넘어서 힘을 가한 후에는 전 보다 훨씬 작은 힘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백상열 교수는 이를 대학원생에게 설명하며, 꾸준히 노력하면서 일단 최대 정지 마찰력만큼의 힘을 얻으면 어떤 일이라도 해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충섭 교수는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대학원생의 성공이라 답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고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여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 알게 되어야 대학원생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한나 교수는 ‘몰입과 성취에 대한 갈망, 지도 교수와의 협업, 다른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으로 대학원생의 성공을 정의했다.


2부 마지막 질문을 지나,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로 진행된 방송 채팅창에 올라온 청중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질문은 지칠 때의 학습 동기에 관한 질문이었다. 백상열 교수는 공부와 연구가 다르다는 점을 우선 상기했다. 연구를 통해 자신이 배운 것을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켜 새로운 지식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 지칠 때 좋은 학습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학습 동기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질문은 이대웅 교수에게 박사학위 취득 후 1년 만에 국립대학교 교수가 된 비결을 물었다. 이대웅 교수는 이에 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공공성을 공부하는 사람은 요행을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자신의 신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세 번째 질문은 국내 및 해외 대학원(박사 과정)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김충섭 교수는 다양한 학회에서 연구원들을 만나고, 연구원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좋은 연구실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백상열 교수는 연구실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실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볼 것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제시했다. 생각보다 연구원들이 친절하게 대답해주며, 가장 현실적이고 와닿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공부를 하다 찾아오는 힘들고 우울한 시기를 어떻게 견딜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충섭 교수는 ‘자신을 믿어라’라는 조언을 전했고, 백상열 교수는 ‘자신을 믿는 것을 가족과 친구에게 자신감 있게 말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한나 교수는 ‘인생의 바구니에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라’는 조언을 전하며 질의응답과 2부 강연이 마무리되었다.


연구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 이번 토크쇼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긴 터널을 지나 대학원생으로서의 성공을 거둔 네 신임 학자들의 이야기라고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전해 들은 네 패널들의 성공 스토리는 멀고 긴 길을 걷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희망과 믿음의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긴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 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알.쓸.학.잡>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