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피어’낼 수 있는 공간,
삼각지 클래식 바 ‘피어’의 임이준, 이수진 대표

  • 475호
  • 기사입력 2021.09.12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성균웹진 독자를 위한 피어의 event>

기사를 읽고 바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업로드 일자 기준 한 달간 (10월 15일까지) 웰컴드링크 제공

피어 Bar 위치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45-25 지하 1층 (삼각지역)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조차 알기 벅찬 세상 속에서 우리는 늘 고민하며 주저한다. 진정 가슴 뛰는 일이 있을지 언정 현실의 우리는 그 일들을 가슴 한편에 묻어둔 채 설렘 없는 안정감을 택하기도 한다. 오늘 만나 볼 ‘피어’의 창업자들은 가슴속 한편 묻어두었던 설렘을 마주하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들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피어’는 손님을 위한 공간이지만 그들을 ‘피어’내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 설명 : 왼쪽이 임이준 동문 오른쪽이 이수진 동문 ]

Q.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이수진: 안녕하세요. 인테리어 사업체를 4년간 운영하고 있고 현재 삼각지 위스키 바 '피어' 대표를 맡고 있는 건축학과 12학번 이수진입니다.

임이준: 안녕하세요. 저는 독어독문학과 원전공, 시스템경영공학과를 복수전공한 12학번 임이준이라고 합니다. 4년 차 직장인이기도 해요.


Q. 상호 ‘피어’는 무슨 뜻인가요?

독일어로 4라는 뜻으로 저희 4명을 상징해요. 술을 마시며, 내면의 나를 피어나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런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하기도 했고요.


Q. 4명은 어떻게 뭉치게 된 건가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준: 학창 시절 때부터 워낙 술을 좋아하기도 했고 언젠가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4년간 회사를 다니며 루틴한 삶에 조금 지쳐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금 일을 같이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게 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하게 됐답니다. (웃음) 그리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봤어요. 인테리어를 공부한 저의 오랜 동기 한 명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친구 두 명을 바로 섭외했죠.  저는 회사원이라 창업이 어렵다 보니 서브로 관여하고 있어요. 저희 4명의 MBTI가 모두 P거든요. 즉흥적인 4명이 모여 순식간에 바 하나를 차려버렸네요. (웃음)


수진: 저는 전공을 살려 관련된 일들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업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고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상업공간을 경영하고 경험해본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흔쾌히 같이 하기로 했던 것 같아요.


Q. 팀 내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요?

이준: 영업과 마케팅, 세부 브랜딩을 맡고 있어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창 시절 때부터 술을 정말 좋아했어요. ‘SKKiP’이라는 동아리를 하면서 술과 관련된 이런저런 경험도 많이 했고요. 독일어 전공, 시스템경영 복수전공,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중이에요.


수진: 저는 가게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공간 기획을 맡았어요. 네 명이 각자 그리고 있는 그림을 어떻게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죠.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지금의 멋진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인사 담당자 한 명, 전문적으로 주류를 다루는 친구 한 명. 저희 4명의 역할은 대략 이렇죠.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살려 시작해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이준) 특히 SKKiP 활동이 바 오픈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SKKiP은 SungKyunKwan in Party의 약자로 페스티벌/음악/디자인/영상 등을 접목한 대중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기반 유일한 중앙문화기획팀이다.)

1년 반 동안 SKKiP 활동을 했고 기획팀장까지 맡았죠. 기획팀장을 할 때, 8개 학교 대표들을 모아 대학교 파티 문화 연합동아리(UPA)를 만들기도 했어요. 8개 학교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수십 개의 학교가 있고 2,000명이 넘는 그룹이 됐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벤트 기획도 많이 하고 페스티벌 주류 스폰서 메일도 참 많이 썼었죠.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빛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Q. 바의 인테리어 컨셉이 궁금해요.

수진: 지하공간이기도 하고 위스키바 자체가 보통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분들이 많이 오시죠. 컬러는 분위기에 맞춰 블랙으로 잡았고 어떻게 하면 내면의 나를 피어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연의 분위기를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들어오실 때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입구나 벽면에 플렌테리어 장식이 되어있어요. 저희 로고가 표범이에요. 야생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 표범을 로고로 사용해서 밀림, 자연, 야생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이준: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그냥 표범이 아니라 정글북에 나오는 그런 흑표범이에요. 플렌테리어 가운데 4마리의 흑표범이 있는데, 그게 저희 4명이에요.


Q.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수진: 바 입구에서부터 계단을 내려와서 다리까지 이어지는 공간이에요. 손님들에게 새로운 공간에 왔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고 싶었어요. 다리를 넓게 만들고 식물, 돌, 조명을 활용했어요. 저는 다리에서 보이는 바 내부의 긴 바 테이블과 샹들리에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입구에 공간을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니냐며 굉장히 반대했어요. 하지만 저는 손님들에게 “내가 특별한 공간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그런 특별한 공간에 있는 특별한 사람을 만들어주고 싶었죠. 입구는 우리 바의 첫인상이잖아요. 그래서 끝까지 고집했어요. 손님들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 고집부리기 잘 했구나” 하고 생각해요.


Q. ‘피어’만의 아이덴티티 혹은 강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마실 것과 먹을 것이겠죠. 저희 4명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어요. 풀, 돌, 나무, 꽃 이렇게 자연을 상징하는 4가지 맛의 칵테일인데요. 실제로 맛을 보면 “이게 나무 칵테일이구나” 연상할 수 있는 맛으로 만들었어요. 실제 나무, 풀, 꽃등으로 장식했고요.  저희는 주방이 상당히 큰 편이에요. 다이닝에 힘을 많이 썼어요. 대충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전문 셰프에게 컨설팅을 받아서 메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술을 판매하는 단순한 바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즌별로 구상하고 있어요.


Q.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구상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번 추석에는 감, 송편을 이용한 메뉴들이나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일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곧 진행할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요. 삼각지 부근에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갔다가 술을 마시는 ‘데일리 삼각지’라는 프로젝트를 4개의 가게가 협업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전시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피어’가 다채로운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해요.  다가오는 할로윈에 엄청난 것들을 기획하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Q. 컨설팅을 거쳐 손님 상에 오르는 메뉴라면 굉장한 퀄리티일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 안주 메뉴가 궁금해요.

부동의 1위는 비프 부르기뇽과 돼지 볼살 스테이크입니다. 대개 돼지고기는 많이 익혀 드시잖아요.  저희는 신선한 돼지 볼살을 살짝 구워서 오버 쿡 되지 않게 요리해요.  고수랑 라디치오, 신선한 샐러드를 함께 곁들여 손님 상에 오릅니다. 매쉬포테이토도 저희만의 레시피로 직접 만들죠. 간단하게 드실 수 있는 비프 타르타르나 베지테리언 메뉴인 가지 라자냐, 감자튀김과 바나나 튀김도 있습니다.


Q. ‘피어’라는 공간이 손님들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면 하나요?

이준: 가게에 들어오시는 손님들의 첫마디가 “가게가 참 예쁘다.”예요. 예쁜 공간에서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는 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공간에서 피어날 수 있게요.

수진: 저희를 믿고 찾아 주시는 만큼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손님들이 들이는 돈,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곳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주시는 만큼 저희도 더 노력해야겠죠.


Q. 창업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중요한 마음가짐과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준: ‘추진력’인 것 같아요. 저희 나이쯤 되면, “~하고 싶은데”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이 없더라고요. 저희도 사실 엄청난 계획하에 시작하게 된 건 아니거든요. 술을 처음 마신 그날이 3월 3일이었고 바를 오픈한 게 6월 5일이에요. 즉흥적으로 시작했지만 일을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뭘 하든 추진력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야 중간이라도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수진: 두 번의 창업을 시작하며 일을 꼭 해내겠다는 오기와 의지가 제일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창업을 하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걱정이 너무 많았거든요. 물론 도움이 됐던 말들도 있었지만 “왜 다들 안 된다고만 하지? 내가 꼭 이루어내야지”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일을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당연히 따르기 마련이에요.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준: 좋아하는 일화 하나가 있어요. 스티브 잡스가 대학교 때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는데 그게 아이폰 감성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점 찍어 나가다 보면 그게 나중에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바를 하려고 학생 때 그렇게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고. (웃음) 그냥 저는 술 먹고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술을 다양한 곳에서 열심히 마셨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거든요. 그때 알았던 모든 인맥들이 이제 다 제 손님이 돼서 찾아오고 있고요. “내가 그렇게 술 먹고 놀았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수진: 대학교 4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잖아요. 다양한 경험들을 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를 정말 열심히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생이야말로 걱정 없이 마음껏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들 속에서 자신이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한 가지 능력은 꼭 꾸준히 키워나갔으면 해요. 그 무기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