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
– 조달정책 전문가 김지욱 동문 (정보공학과 90)

  • 541호
  • 기사입력 2024.06.10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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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고시는 5급 공개채용선발시험 과학기술직을 부르는 호칭으로 행정부 소속 5급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과학기술 직군은 전산직, 공업직, 방송통신직 등 일반적으로 이공계열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르며 선발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합격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김지욱 국장은 정보공학과(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 합격 후 조달청에서 물품 및 서비스 구매, 전자조달 및 조달품질관리 등 주요 업무를 두루 거친 조달정책 전문가다. 공직 생활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은 그를 모셨다.


Q. 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신 계기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처음부터 공무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건 아니었습니다. 복학 후 정보공학과에서 공부하면서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코딩이 저랑 맞지 않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군 제대 직전 같은 학과 선배님들로부터 기술고시에 대해 듣게 되었고, 공대를 나와 정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술직의 경우 일반행정직보다 인원을 적게 뽑아서 불확실성이 컸어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당시에는 1차 객관식으로 영어와 한국사 그리고 전공과목 두 개를 봤었고 2차는 전공 4과목으로 주관식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 첫 도전에 1, 2차를 합격하여 수험 공부를 빨리 끝마칠 수 있겠다는 기대와 달리 3차에서 떨어지면서 쓰디쓴 아픔을 맛봤습니다. 이후 4년 차에 학교 졸업과 동시에 최종 합격하며 고시원 생활을 마칠 수 있었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첫 도전에 바로 합격했다면 많이 자만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그때의 실패가 이후 공직 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기술고시에 합격하면 어떤 업무나 프로젝트를 맡게 되나요?


기술직이든 일반행정직이든 들어오게 되면 업무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본인 직렬을 살려서 관련된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허청, 병무청, 산림청, 행정안전부 등 모든 정부부처는 기본적으로 전산직이 필요해서 인원을 뽑지만, 이들이 항상 정보화 부서에만 있을 수 없어요. 그런 부처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체로 다양한 부서를 돌아야지만 국민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알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본인 업무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한 곳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전산직으로 들어오면 조달청은 전자조달기획과나 전자조달관리과 등 정보화 부서에 조금 더 머무르기는 하지만 결국 관리직 공무원의 소양은 다양한 부서의 일을 파악하는 것이라 다른 부서도 가게 됩니다. 정보화 부서에서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기획, 정보화사업 수행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Q. 공직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 있을까요?


사무관 시절에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시스템 구축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라장터는 사용자가 입찰공고, 업체등록, 계약 체결, 대금 지급 등 모든 조달 과정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 여러 가지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작업들이 많습니다.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기관과 협업하고 연계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업무가 수행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기획 관리했습니다. 새벽 3~4시까지 회의도 하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한국의 전자정부를 대표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이 나라장터를 팀원들과 함께 구축하였던 것이 뜻깊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 밖에도 주시카고총영사관에 주재관으로 나갔을 때 외교부 소속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국빈방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일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은 다른 부처로 발령받아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하기도 합니다.



Q. 공직 시작했을 때와 현재 하시는 업무


고시를 보고 처음 공직에 들어서면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시안을 완성하는 작업을 맡습니다. 실무자로서 여러 업무를 수행해내죠. 과장을 달고 나서는 과의 업무를 총괄합니다. 회의를 주재하고, 각 과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조율하는 것, 과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국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휘하고 기획하는 역할이 과에서 국으로 늘어난 것뿐이죠. 각 과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보고받고 회의를 진행하며 다른 사업국 혹은 다른 청이나 부처와 협의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출장도 많이 다녀야 하지요.


국장으로서 필요한 소양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고 큰 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직원들이 바라는 관리자의 모습입니다. 실무자로서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힘들 때도 있습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래에서 잘 해결하지만 위로 올라오는 문서는 대부분 쟁점 사안이나 고민해 봐야 할 안건을 가지고 옵니다. 같이 머리를 싸매고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리더여야만 아래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대전정부청사 전경 (출처: 정부청사관리본부)


Q. 공직 생활을 오래 하신 국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공무원 생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공무원의 장점으로 워라벨은 흔히들 꼽고 단점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떤 공직에서 근무하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전합니다. 연차 초반에는 일이 물밀듯이 들어와서 워라벨을 지키며 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여유가 생기고 월급이 오르는 것이죠. 안정적인 것과 편안하다는 다릅니다. 공무원이 되려면 멘탈도 강해야 해요.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해서 공무원이 되겠다고 한다면 말리고 싶네요.


단점으로 꼽은 매일 반복되는 업무도 사실이 아닙니다. 공무원이 항상 똑같은 업무를 본다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여러 부서를 돌며 여러 업무를 배우고 생소한 부서에도 몸담아보고 연차가 쌓인 후에는 일을 기획하고 관리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 냅니다. 대국민서비스가 향상되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면 공직 생활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물론 법으로 제한되는 것도 많고 보고해야 하는 것도 있어 완전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는 데에는 힘들지만 제도의 틀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얘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가로 공무원이 되어서도 유학을 갈 수 있고 공관이나 국제기구에서도 일해보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런 부분도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조달청에 들어왔을 때 외교부 주재관으로 근무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요. (웃음)



Q. 앞으로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직도 조달행정 업무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조달청에 몸 담고 있는 시간까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조달 행정이 더욱 나아질 수 있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어떤 업무든 상관없이, 어디를 가든, 어느 부서를 가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길은 다양합니다. 앞으로 장래에 뭘 할지 깊이 고민해 보십시요. 고시라는 게 합격하면 좋지만 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거 너무나 잘 압니다. 열매는 달지만 합격의 길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앞으로 장래에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아닌지 충분히 고민해 보고 들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공무원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에 무슨 사명감과 책임감이냐 하실 수 있지만 그런 친구들이 공직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힘써야 한다고 믿어요. 수년을 공부해 공무원이 됐는데 적은 월급을 보고 실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월급이 적은 것도 사실이고 워라벨도 장담하기 힘들죠. 고생해서 들어왔는데 환상과 다를 수 있어요. 공공 업무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초반의 고생을 이겨내고 관리직 공무원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러니까 20대의 3~4년을 쏟을 가치가 있는지, 내가 공무원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꾸어 나가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한 후 시험 준비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