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예술가의 날개가 되다
–전국 미술대학 졸업 작품 아카이빙 팀 ‘PoA’ 권위상 동문

  • 565호
  • 기사입력 2025.06.10
  • 취재 이정빈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2500

대한민국 최초 전국 미술대학 졸업 작품 아카이빙 플랫폼, PoA


대학 졸업 시 제출하는 졸업 작품은 미대생의 꽃이라 불린다. 학부 4년 동안 배운 기량을 한껏 소중히 담아 완성해 내는 하나의 작품은 학생으로서 찍는 마침표지만, 예술가로서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린 예술가들의 붓칠을 소중히 여긴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졸업작품 아카이빙 팀 ‘PoA’가 탄생했다. 신진 작가들이 지닌 거장의 잠재력을 조명하기 위해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PoA 공식 플랫폼에는 우리 대학을 시작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9개 대학과의 아카이빙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PoA는 오는 7월 신개념 전시 프로젝트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를 개최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꿈을 이어간다.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는 2024년도 전국 미술·디자인 전공 졸업생을 대학 대표 자격으로 선발해 블라인드 방식으로 경쟁하는 경연형 전시 프로젝트로, TV조선과 아트조선이 공동 주최하고 PoA와 아트조선스페이스(ACS)가 공동 기획했다. 1, 2차 예선이 지나고 본선 전시만을 앞둔 지금, 대표 권위상 동문(미디어커뮤니케이션 18)을 만나 PoA가 꿈꾸는 예술의 모습을 함께 그려 보았다.


|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경영학을 전공한 18학번 권위상이라고 합니다.



| 동문님께서 대표로 계시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 대학 졸업 작품 아카이빙 팀 ‘PoA(포아)’를 소개해 주세요.

PoA는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아카이빙된 작품과 신진 작가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전시 및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팀입니다. PoAPiece of Art의 약어로, 예술 한 조각을 대중에게 선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포아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기도 했어요.


PoA 아카이빙 플랫폼 바로가기


현재 PoA는 대표인 저를 포함해 총 3명의 성균관대학교 학생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저희 팀이 성균관대 내 경영학회 '인액터스'에서 시작됐다는 건데요. 인액터스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기를 지향하는 조직입니다. 그 안에서 팀원들이 모였고, ‘미대 졸업 후 작가로 살아가는 신진 작가들이 겪는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보자’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PoA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5~6명 정도의 팀원이 함께했지만, 현재는 학회 졸업 등의 이유로 정리되어 3명이 중심이 되어 팀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 PoA 운영진

(왼쪽부터) 전승주(통계학과 23), 권위상(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 안유성(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2)



| 졸업 작품을 웹에 아카이빙해서 지속 가능한 예술의 선을 그린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PoA만의 아트 스타트업 발상은 어디에서 시작됐나요?

PoA는 사실 굉장히 사적인 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저희 팀원 중 한 명의 지인이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그분이 미술대학 학우로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희는 신진 작가를 페르소나로 삼게 되었습니다.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떤 문제 해결 방식을 비즈니스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미술대학원에 재학하시는 분을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분께서 미대생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졸업 작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졸업작품의 활용 가능성과 잊혀지는 작품들에 대해 집중하게 됐죠.

그때부터 저희는 “졸업 작품은 단순한 학과 과제가 아닌 작가로서의 첫 공식 작품”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졸업 작품을 매개로 예술이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고, 신진 작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풀어볼 수 있는 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희 팀 내부적으로도 졸업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낸 분들이 현실적인 벽에 막혀 기회를 잃는 안타까움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그런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신진 작가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PoA 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 PoA에서는 우리 대학을 시작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9개 대학과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 대학과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PoA의 졸업 작품 아카이빙은 정말 무작정 뛰어다닌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저희가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던 시점이 마침 졸업 전시 시즌(10~11월)과 맞물렸고, 그래서 처음에 성균관대 미술학과 졸업 전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는 서비스 계획과 개요를 담은 팸플릿을 직접 제작해 인쇄한 뒤, 서울과 수도권의 미술대학 졸업 전시 현장 50여 곳을 직접 찾아가 전시를 관람하고, 전시 위원회나 작가분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PoA의 아카이빙 취지와 방향성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드린 말씀은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저희는 신진 작가들의 졸업 작품을 기록하고 연결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저희 플랫폼에 아카이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만나 뵙기 어려운 지방 미술대학의 경우에는 비대면 미팅 요청을 드려 졸업전시위원회 또는 전시 담당자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했고, 그 이후 참여를 희망하시는 작가분들의 작품을 PoA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어느 정도 PoA라는 브랜드와 신뢰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방식이 조금 달라질 예정입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저희가 직접 먼저 미팅을 요청해 협력 관계를 맺고, 개인 작가분들은 PoA 웹사이트에서 작가 본인이 직접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 과정을 거쳐 아카이빙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 PoA가 아카이빙 프로젝트로서 끌어내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많은 경우 졸업 작품은 단순한 과제로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PoA는 그 작품을 작가의 첫 번째 공식 작품으로 바라보고, 그에 걸맞은 기록과 존중, 활용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PoA는 단순히 아카이빙에 그치지 않고, 이 첫 번째 공식 작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도 함께 기획하고 있습니다. 졸업 작품의 판매 및 렌탈 서비스, 졸업 작가와 기업/기관을 연결하는 인적 매칭 사업, 작품 기반의 콘텐츠/IP 확장 등이 그 예입니다. PoA가 기록하는 플랫폼을 넘어 앞으로 미술계를 이끌어갈 유망 작가들의 첫걸음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며, 그들이 기성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


| 5월 7일 첫걸음을 내디딘 PoA와 아트조선이 공동 주최하는 전국 단위 예술 프로젝트,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는 어떤 배경에서 구상되었나요?

사실 저희 팀은 미술 전공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굉장히 특이한 팀입니다. 모두 예술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오히려 이 점이 저희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계는 흔히 폐쇄적이고 진입장벽이 높다고들 하죠. 저희도 처음에는 그런 거리감과 어려움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만약 예술계 외부에 있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 이 영역을 다룬다면 그 자체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의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졸업 작품 아카이빙 플랫폼을 만들었고, 서비스를 본 아트조선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전시를 기획해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이 전시는 기존의 전시 형태들과는 다른, 경연 형식의 전시입니다. 음악에는 ‘프로듀스101’, 스포츠에는 ‘토너먼트’처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구조가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왜 미술계에는 이런 형태가 없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트조선과 협업해 기존 미술 시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작품 및 공정성 중심의 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대학미술제’가 탄생했습니다.


| <2025 대학미술제: 캔버스 리그>는 1, 2차 예선을 거쳐 본선 전시로 나아가는데요. 현 상황과 준비 중인 내용에 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대학미술제는 현재 2차 예선을 마친 상태로, 본선 진출 작가들이 확정됐습니다. 저희는 본선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먼저 1차 예선은 PoA가 신진 작가분들에게 직접 신청을 받아 내부 심사를 통해 선정했습니다. 이때 심사는 작가 개인의 이력이나 배경보다는 작품 자체의 가능성과 독창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습니다.

2차 예선부터는 대중 참여형으로 전환됩니다. PoA 공식 웹사이트에서 진행된 온라인 투표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운영되며, 학교명이나 작가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오직 작품 이미지로만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저희는 이 전시에서 무엇보다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여전히 학벌이나 배경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것이 작품성을 가리는 장벽이라고 봤고, 그 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습니다.

2차 투표 결과는 대중 투표 50%, 전문가 투표 50%를 합산해 본선 진출자를 선정합니다. 이렇게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은 7월 29일부터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본선 전시로 이어집니다. 본선 역시 블라인드 형식으로 운영되며 관람객은 작가 정보 없이 순수하게 작품만 보고,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이 본선 전시를 차질 없이 준비하며 신진 작가들이 실질적인 주목을 받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오는 7월, 대학미술제 본선 전시장에서 특별히 보고 싶은 장면이나 기대되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대학미술제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아트조선스페이스(ACS)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마치 팝업스토어나 축제의 장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저희 PoA는 지금까지 기존 미술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시도를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졸업작품을 ‘공식 작품’으로 보고 아카이빙한 것도 그렇고, 전시에 경연 요소를 넣어서 수상자를 가리는 구조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들이 바로 저희 PoA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본선 전시도 기존 전시와는 완전히 달랐으면 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산책하다 들르듯, 마트에서 장을 보듯이 편하게 들어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 자유롭게 투표하고 가는 장면을 보고 싶어요.

전시장이 활짝 열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는 것. 그런 장면이 저는 정말 기대되고, 보고 싶습니다.


| 어린 예술가들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이 될 이번 대학미술제, 참여자들에게 어떤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참여하시는 작가분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의 신진 작가로서, 그리고 나아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는 첫 출발점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신진 작가분들이 현실의 장벽에 작가의 길을 포기하거나 꿈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가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 PoA는 이번 대학미술제를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지는 브랜드로서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 될 수 있는 대표 전시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2025 대학미술제> 외에도 졸업 작품, 신진 작가들과 함께 기존에 없던 형태의 새로운 전시 기획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단순히 전시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들의 작품과 역량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해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잇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계속 실험하고 있습니다.

PoA는 미래의 위대한 작가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 그리고 그들의 시작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 ‘좋은 아카이빙’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아카이빙은 결국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예술계 바깥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그런 배경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지만 그래서 오히려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예술가분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과 고민, 그리고 작품에 담긴 진심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마음을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의도, 고민을 대중이 파악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즉, 작가의 깊은 고민과 대중의 시선이 만날 수 있는 그 지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아카이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예술의 대중화도 그 만남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가능한 것 아닐까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러한 고민을 통해 예술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 <2025 대학미술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성균인들에게 건네는 초대의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성균웹진과 인터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고 PoA를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 혹은 평소 예술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이라도 이번 〈2025 대학미술제〉는 분명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셨던 기존의 전시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어요.

7월 29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 달간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정말 축제처럼 누구나 와서 즐기며 편하게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작품에 투표도 할 수 있는 열린 전시입니다. 친구, 가족과 함께 그냥 산책하듯 들르셔서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발견하고 가는 것. 그게 PoA가 꿈꾸는 예술의 모습입니다.

PoA는 앞으로 새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신진 작가들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여정도 함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