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감정을 느끼다.
김민우 심리학자

  • 467호
  • 기사입력 2021.05.12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심리라는 단어가 풍기는 철학적인 느낌 때문인지 심리학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문과스러운 학문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리학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의 한 분야이다. 즉 인간과 동물의 행동이나 정신 과정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학 중의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 만나 볼 김민우 심리학자는 과학으로써 '인간의 감정'을 연구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김민우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 심리뇌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듀크 대학교(Duke University)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습니다. 박사 후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하와이 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심리학과에 신경과학 분야 조교수로 임용되어 2020년 우리 학교로 오기 전까지 재직했으며, 정서신경과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정서신경과학 연구실은 어떤 연구들을 주로 진행하나요?

정서신경과학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다양한 정서 정보가 통합되고 처리되는지에 관한 연구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서 정보의 역동적인 처리 과정에 대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fMRI) 기술 위주의 뇌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해 통합적으로 연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낼 때 어떠한 정서 정보가 사용되고 통합되며, 이러한 과정은 뇌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Q. 타인의 정서를 읽는 연구라니 흥미로워요. 진행하셨던 관련 연구 한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타인의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개인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게끔 해주는 중요한 사회 인지 능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읽어내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모호함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호함을 해소하는 것은 다양한 상황 및 맥락 정보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심리 과정으로, 예를 들어 정서적으로 모호한 표정을 해석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놀람의 정서를 담은 표정이 유용한 예시가 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놀람이 가지는 선천적인 모호성 때문입니다. 놀란 표정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도(“합격했다!”), 부정적인 의미를 지닐 수도(“지갑이 주머니 안에 없다!”)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맥락 정보에 의해 타인의 놀란 표정에 대한 편도체(amygdala)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뇌 활성화 반응 양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표정 자체의 지각적 특성이 맥락 정보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수행한 뇌영상 연구에서 기계학습 기법을 사용하여 놀란 표정 자체의 지각적 특성 중 특히 입 주위의 정보가 정서의 유인가(valence)를 결정한다는 점을 밝혔고, 그에 따라 편도체가 긍정적인 놀람보다 부정적인 놀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관찰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뇌에서 정서의 유인가에 대한 정보가 표상되고 처리될 때 특정 시각적 정보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속 뇌영상 연구에서는 맥락 정보를 놀란 표정과 함께 제시했습니다. 맥락이 긍정적인 경우에는 부정적인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편도체가 주로 보상 및 쾌락 중추로 알려진 측중경핵(nucleus accumbens)과 정보교환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로써 편도체에서 유인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통합하는지에 대한 한 가지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맥락 정보가 정서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다수의 정서 정보가 어떻게 뇌에서 통합되는지, 이 과정이 개인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fMRI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Q.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연구 분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인간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서신경과학은 인문사회과학적 통찰력과 이공학적 연구 방법론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학문 분야입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뇌과학적인 이해를 추구하는데 수반하는 내재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연구 분야의 매력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정서 반응을 최신 뇌영상 기법을 활용해서 두뇌 활동을 들여다보고 수리적, 계산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데서 오는 도전이 매력입니다. 둘째, 인간의 정서 과정과 그 신경과학적 기제를 밝힘으로써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이 정서의 이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미국심리과학회 (APS)가 선정한 rising star 수상 축하드립니다. 심리학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본인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PS rising star는 박사학위 후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심리학의 발전에 공헌해왔으며 향후 미래에도 우수한 성과를 창출해 계속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젊은 심리학자에게 주어지는 영예이다.)

우선 저를 이끌어주신 지도 교수님들과 훌륭한 연구실 선후배 및 동기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궁금함을 해소하는 행위 그 자체에 재미를 느껴요. 제가 이런 데서 흥미를 느끼고 동기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일찍이 연구 활동을 경험해보고 발을 들여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부생이었던 시절부터 뇌영상 연구를 실시하는 연구실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면서 이 분야와 관련된 연구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정서와 편도체의 관련성에 대한 실험 및 분석을 하고 논문을 작성해왔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꾸준히 파고들며 연구를 하게 되니 감사하게도 학계에서 제 연구를 인정하고 곧잘 인용하게 되는 좋은 점도 뒤따라왔습니다.


Q. 이번 rising star 수상 외에도 더 많은 수상 경력이 있을 것 같아요. 자랑해 주세요!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 수여하는 Trainee Professional Development Award (2015년 수상), 다트머스 대학교 심리뇌과학과에서 학과 최우수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The William M. Smith Promise Award in the Brain Sciences (2017년 수상), 그리고 다트머스 대학교 전체 박사 학위 취득자 중 학자의 자질이 가장 우수한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Hannah Croasdale Award for Academic Excellence (2017년 수상)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수상한 APS Rising Star는 이렇게 제 연구 성과가 학계의 기라성 같은 연구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의 연장선에 있는, 의미 있고 영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심리학자 혹은 교수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한국에서 학부 및 석사과정을 마쳤고, 미국 소규모 사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규모 사립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경험한 뒤, 대규모 주립대학교에서 현직 교수 생활을 하면서 국내외 교육과 연구 환경의 여러 측면을 안팎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지금 우리 학교에서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지도할 때 특히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명문대 재학생들과 비교해봐도,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누구보다 높은 동기 수준과 성실성, 그리고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연구자로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동시에, 미국에서의 연구 활동을 통해 배운 정서신경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 기법과 이론적 기초를 학생들에게 전달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세계적인 연구를 하면서, 국내 정서신경과학 분야의 발전과 후학 양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