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파도에도 변하지 않는 것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유학 92)

  • 499호
  • 기사입력 2022.09.16
  • 취재 이재윤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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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파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학문의 뿌리일 것이다. 명륜 캠퍼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웅장한 건물, 성균관은 뿌리깊은 유학정신을 담은 듯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유생들은 선비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호 인물 포커스에서는 박광영 의례부장(유학 92)과 성균관의 역사를 다뤄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교 중앙본부인 성균관에 근무하는 의례부장 겸 총무부장 박광영입니다. 저는 1992년에 유학과에 입학해 유교철학을 전공하여 석사 및 박사학위과정을 마쳤습니다.

 

Q.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유생들의 기숙사였던 동재와 서재의 사용 허가를 받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과거 동재와 서재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의 생활 공간이었습니다. 2005년까지 성균관 유생들이 기거한 전통에 따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학생들이 기숙했으나, 2005년 1월 문화재 보호 명목아래 민간인 퇴거 명령으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성균관에서는 유교문화 계승과 활용을 위해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에 건의하고 협의하여 이번에 사용 허가를 받았습니다. 허가받기까지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어렵게 허가를 받은 만큼 전통문화와 인성예절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동재와 서재는 성균관 유생들이 실재적으로 생활했던 곳으로, 성균관 유생들의 일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명륜당과 식당 등을 연계하여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통문화와 인성예절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명륜당 동, 서쪽에 위치한 동재와 서재 


Q. 동재와 서재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동재와 서재는 성균관에 입학한 유생 즉, 생원과 진사가 기거하는 기숙사입니다. 태조 7년(1398년)에 성균관 창건 당시 건립되었다가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고 선조 39년(1606년)에 중건했습니다. 동재와 서재는 강학 공간인 명륜당 동쪽과 서쪽에 있는 장방형의 건물로, 2칸(間)이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어 모두 28간인데, 현대에 와서 재건축 하는 과정에서 방의 숫자가 32개로 늘어났습니다. 유생들은 매일 새벽에 북 소리가 한 번 울리면 일어나고, 날이 밝기 시작하여 북 소리가 두 번 울리면 세수하고 의관을 갖추고, 북소리가 세 번 울리면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정암 조광조 선생과 퇴계 이황 선생 등 수많은 선비들이 이곳 동재와 서재에서 생활한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Q. 현재 성균관 의례부장으로 계신데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송충이가 솔잎을 먹는다고 할까요? 유학을 전공하였기에 성균관에 근무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이 들었다고 하나요? 돌이켜 보면, 조부님과 외조부님이 한학에 조예가 깊으셨는데, 그분들의 가르침으로 유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도에 성균관에 근무하고 계시던 선배님들이 성균관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하여 망설임없이 성균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성균관과 향교에서 추진하는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여 유교사상과 의례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현재 성균관 문묘에서는 석전대제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행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석전은 공자를 비롯한 유교성현들의 공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대표적인 유교의례입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성균관과 전국 향교에서 석전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균관에서 거행하는 석전은 고래로부터 전승된 의례를 중심으로 음악<문묘제례악>과 춤<일무>가 조화를 이룹니다. 유교의 발생지인 중국에서도 그 원형을 상실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보존, 전승하여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Q. 현대사회에 필요한 유학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유(儒)라는 글자의 의미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의미하며, 유학에서는 이것을 다섯가지의 기본 질서인 오륜(五倫)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자께서는 인(仁·어짐)을 강조하셨는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즉, 유학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한 관계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륜에서 말하는 관계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쌍방이 함께 책임과 의무, 신뢰를 다하는 것입니다.

 

Q. 성균관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통시대의 성균관은 인재를 양성하고 풍속을 순화하는 중앙최고학부로서, 철학과 사상의 중심이었습니다. 광복 후 조국의 독립운동에 앞장선 심산 김창숙 선생을 중심으로 전국의 유림들은 성균관을 재건하여 전통 유교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민족교육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 과정 속에 변하는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대경대법(大經大法)도 있습니다. 유교의 사상은 현실에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성균관은 온고지신과 법고창신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여 중용을 이루는 것에 도움을 줍니다. 즉,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위해 상생과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성균관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시대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성균관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성균관은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어 있고, 대성전과 명륜당 등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문화재청 등의 국가기관과 함께 내실 있는 보존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석전과 분향 등 유교 의례 전승과 청소년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인성예절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성균관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유교의례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국민들에게 유교문화의 올바른 이해와 성균관의 진면목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유생들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할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균관대학교는 고구려 태학<372년>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최고학부의 전통을 계승하고 민족 교육의 중심이었습니다. 유서 깊은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성균관은 참된 선비들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성균인의 긍지를 지니면서 대학 생활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유생들은 학생의 본분에 따라 부지런히 공부를 하고, 배운 것을 올바르게 실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집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자매끼리 우애 있게 지내고,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스승을 찾아가 도리를 배우고, 정의를 실천하였습니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선비라고 합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덕성으로, 이에 따라 부지런히 공부하고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선비정신을 실천하기를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