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꿈이 있다면 우선 시작해봐요”
- 혜화 <도리안 그레이> 김의구 사장

  • 469호
  • 기사입력 2021.06.12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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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 도리안 그레이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내주고 영원한 젊음을 얻는다. 물론 현실 속 인간은 악마와 계약을 맺을 수도 평생의 젊음을 유지할 수도 없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은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속성이 없는 시간이 존재하기에 인간은 용기를 품고 도전하며 끝내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혜화동에서 ‘도리안 그레이’라는 칵테일 바를 운영하는 김의구 사장을 만났다. 3년 전, 26살 학생은 젊음을 담보로 일찌감치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명 바의 어엿한 사장이 됐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혜화에서 도리안그레이라는 칵테일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의구라고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13학번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Q. 학생 때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업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꼭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일에 뛰어들게 된 거죠. 22살쯤에 칵테일 동아리에 들어갔고 동아리 회장을 맡았어요. 그러다 보니 바 사장님들을 뵐 기회가 많았어요. 사장님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좋아하는 칵테일을 누군가에게 대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군 복무 마치고 호주 워킹 홀리데이로 돈을 조금 모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칵테일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학원도 다니면서 틈틈이 준비 해서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창업을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혹은 새롭게 알게 된 것

제가 꿈꾸던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힙한 음악과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신나게 칵테일을 만드는 제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주 일부였어요. 갑자기 가게 물이 새고 전기가 나가고, 세금이나 운영적인 부분에서 세세히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게 너무나도 많았어요.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움이 컸죠. 다행히 주변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Q.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겠지만, “이 일에 뛰어들기 참 잘 했다” 하는 순간도 있을 거 같아요.

학생인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 그거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난 이제 뭐든 할 수 있겠다 싶은. 손님들이 저를 사장님하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고요. (웃음) 여기서 파티를 열어 보기도 하고 미술학과 학생들이 전시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면서 많은 추억이 생겼어요. 도리안 그레이는 제가 상상해왔던 것들을 다 이룰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에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죠.

▲파티장소 대여시 사용했던 포스터와 미술학과 학생들 전시 포스터


Q. 도리안그레이만의 특색이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가게는 혜화에 하나뿐인 시샤 바입니다. 이러한 이국적인 문화를 취급하는 가게 자체가 적고 혜화에 그나마 있던 시샤 바들도 전부 문을 닫았어요. 아무래도 혜화에서 찾기 힘든 힙한 느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 많이들 찾아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찾아 주시는 손님들께 보답하기 위해서요. 늘 손님들과 직접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을 연구해요. 손님들이 주신 피드백에 맞게 시샤 기구들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고요. 그때 취급했던 시샤 기구들이랑 지금 쓰는 것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Q. 초심자들의 시샤 반응과 손님들이 주로 찾는 시샤가 궁금해요.

저도 태어나서 담배를 한 번도 피워 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오래 여행을 다닌 적이 있는데 시샤가 생각 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일반 담배와는 다르게 냄새가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향이 좋죠. 그래서 다들 큰 거부감은 없으세요. 시샤를 하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흡연자들에게는 담배처럼 화한 민트 맛이 인기가 좋고 여성들은 복숭아나 블루베리 맛을 많이 찾으세요. 저희 가게에서 블루베리, 레몬, 민트를 믹스 해 놓은 시샤가 있는데, 모두 좋아할 맛이라 많이들 찾으세요.


Q. 칵테일 베스트셀러와 안주도 하나 추천해 주세요.

제일 효자 같은 녀석은 ‘피치 크러쉬’에요. 근데 이건 어딜 가나 마셔볼 수 있어서, 저희 가게의 특색 있는 메뉴를 꼽아보자면 ‘파리지앵’인 거 같아요. 색이 너무 고급스럽고 맛이 독한데 달아요.  ‘한 잔에 취하고 싶다’ 하는 날에 드시면 좋을 칵테일입니다. 곁들여 먹을 안주는 ‘씽콩’이라고 제가 인도네시아 여행을 갔다가 알게 된 음식이에요. 칼로리도 높지 않고  맛있어요. 추천합니다.

▲가게 내부와 시샤기구


Q. 성균관대 13학번 김의구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학창 시절이 궁금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대에 왔잖아요? 그래서 공부가 하기 싫더라고요. (웃음) 선배님들께서도 “일학년 때만 놀 수 있다.”, ”학고 한 번쯤은 맞아 봐야 한다.”라고 저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셨죠.  저도 일학년 때는 공부보단 노는데 열중했던 것 같아요. 동아리를 많이 했어요. 댄스동아리 제이다에도 들어가고 칵테일 동아리, 창업동아리, 요리 동아리 등등 했던 것 같아요.


Q.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학사경고와 맞바꾼(?) 수많은 경험들이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칵테일 바를 열게 됐고요. 하지만 1, 2학년 학생들에게 공부는 미리 해 놓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지금 하는 공부가 언제 어디에 쓰일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꼭 된답니다.  열심히 노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일찍부터 “공부? 필요 없어” 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칵테일바를 열어보니까 생각보다 경영학과 수업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Q. 다양하게 도전하시는 걸 즐기시는 것 같아요.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저는 SNS 상태 메시지가 항상 똑같아요. “Do what you wanna do”, “후회는 남겨도 미련은 남기지 말자.” 아직 젊고 책임질 게 많이 없는 젊은 나이엔 하고 싶은 건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보고 후회를 할지언정 아 그때 해볼 걸 그랬나? 하지 않게요. 나중에 부끄럽고 후회되더라도 우선은 해보자 하는 게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Q. 창업 꿈꾸는 친구들 혹은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해주세요. 희망적인 말도 좋아요.

불과 작년까지는 창업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변수가 많고 그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부담감에 그냥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얼마 전에 직장 생활을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직장을 경험하며 든 생각은, ‘창업이 낫다. ’였어요. 자기 일을 하는 데서 나오는 열정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창업을 하려는 분들은 그 시작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 가게도 처음부터 이 모습은 아니었어요. 다 없었던 것들인데 하나씩 채워 나갔죠. 계속 가게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부족한 걸 채워 나가 보세요. 시작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하면 그 시작이 어려워지기 마련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예전에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푸시 했어요. 요즘에는 그런 것보단 하루하루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배우고 싶은 것들은 배우고 발전시키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면서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바에 오셔서 칵테일 마시고 시샤하시는 것도 좋지만 그냥 부담 없이 오셔서 저랑 이야기 나눠요.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고민이 있으면 서로 들어주기도 하고. 저랑 친구를 하셔도 좋고요. 도리안그레이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