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며 자신의 여정을 기획하자,
경영학과 김용준 교수

  • 474호
  • 기사입력 2021.08.24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4705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실린 이 말은 강대국 사이에 자리한 2021년의 대한민국에 대입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나라 중 하나는 중국이다. 형태와 방향을 막론하고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우리는 이 관계에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우리 대학의 중국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경영학과 김용준 교수를 만났다. 김용준 교수는 지난 7월 15일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중국 일류 기업의 베일을 벗기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바 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자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준입니다. 마케팅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1991년 성균관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한 이후 주로 마케팅전략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다가 1996년부터 중국 청화대학교에 연구년을 기회로 중국 연구를 시작했고, 25년간 중국 연구를 하면서 중국 마케팅, 중국 기업과 같은 분야에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미-중 경제 전쟁과 기술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전 세계 글로벌 ai와 빅데이터 산업에 공급 사슬(supply chain)에 변화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연구하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Q. 지난 7월 15일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셔서 ‘중국 일류 기업의 베일을 벗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실제로 교수님께서 중국과 관련해서 전공 수업도 진행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경영학적으로 중국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경영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비영리 기관, 국가기관 같은 곳이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자기의 목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세워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다시 피드백을 받아 발전시켜 효과적인 관리를 하는 것을 연구합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정부나 기업, 학교, 병원에서 이와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어 1980년대 이후 세계에서는 주로 MBA를 통해 이런 관리 기법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은 중국 특색적 시장 경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활동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관여와 지도 하에 진행됩니다. 일반 자유 시장 경제에서 기업들이 대처하고 있는 정부와는 달리, 중국 정부는 기업의 경영 및 관리에 대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국가의 발전 방향에 의해서 지도와 규제를 할 수 있는 것이 중국 경영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는 것과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교수가 된 지 31년이 됐는데, 기본적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학생들이 신청해서 교수의 수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의 말이 받아들여지는 상태에서 강의가 진행됩니다. 방송이나 대중매체를 통한 강연은 학생들이 사전에 수업을 듣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본인이 원해서 방송을 볼 수도 있고 재미가 없으면 끌 수도 있죠.(웃음) 교수의 말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수업과 달리 대중들이 방송된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은 처음부터 기획을 잘해야 하고 특히 출연진과 상호작용하는 경우 출연진 개개인의 속성과 사람들이 질문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사전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 학교 중국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데, 중국대학원은 어떤 곳이고 중국대학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은 2006년에 설립됐습니다. 중국대학원을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 특히 비즈니스 관계가 우리나라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한-중 간의 비즈니스에서 전문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데 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입니다. 특징으로는 중국인 교수님들이 중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특별히 중국에서 일어나는 기업, 소비자, 재무, 금융과 같은 분야에 특화해서 미래 인재들을 키우는 곳입니다. 프로그램의 주중 과정은 일반 석사과정이라 우리나라와 중국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주말 과정은 기업인들이 주로 듣는데, 이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수업을 합니다. 다중 언어 수업을 하고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한 학기나 일 년 정도를 중국의 청화대, 북경대, 인민대, 복단대, 북경 신천대 등의 대학에서 수학을 합니다. 수업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직접 경험도 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목표라서 원장으로서 그 목표를 성취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고 저는 지금 6년째 이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대학 시절의 김용준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학창 시절 교수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978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는 사회적으로 우리나라가 참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대학에 가면 거의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교내에서 데모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때 꿈은 4학년쯤 돼서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매우 성장했고 소위 재벌이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사회적으로는 유신 하에 민주화가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기 속 대학교수가 되어 기업 성장에 따른 경영을 공부하고 이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저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유학 이후 캐나다에서 교수를 하면서 다시 성균관대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돼서 꿈을 이룬 사람이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20대 때 가진 꿈을 이루게 되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데 저 역시 그런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경영학을 상징하는 단어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혁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것 중에서 기술의 변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기술의 변화에 따라서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적응해가느냐’, 이것이 바로 혁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혁신의 정수는 ‘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디지털 사회로 들어오면서 개인, 조직, 기업, 정부 전 세계가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기술은 거의 다 나와있습니다. 그것을 개인이나 조직이 어떻게 습득해서 활용하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빠르게 일어나서 우리의 삶에 제공되고 있지만 사람의 경우는 그러지 못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조직의 경우는 더욱 변화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지금 경영학에서 혁신이라고 하면 디지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서 각 개인이나 조직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먼저겠습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지는 조직문화나 인간관계의 많은 변화를 우리가 잘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미래 경영학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연구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그동안 주로 중국 기업에 대해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특히 4차 산업에 관련되는 빅데이터, ai, 드론, 전기자동차, 자율 주행 자동차와 같은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최근에는 미·중 전쟁, 특히 기술 전쟁이 일어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동안 이 분야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중국이 응용 기술을 실험해서 상업화하는 모델로 글로벌 공급 사슬이 형성됐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생산, 제조, 그것을 활용하는 것까지도 미국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뿐만 아니라 이 공급 사슬에 들어와서 제조와 생산 분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의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어떠한 대응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정책 속에서 아주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공급 사슬의 변화, 특별히 ai 산업의 변화에 있어 공급사슬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앞으로 3~4년 동안의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경영학을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경영학, 그리고 경영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고 여기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관리의 본질에 있어 첫 번째 단계는 환경을 잘 읽고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경영학을 공부할 때 단지 회계학, 재무, 마케팅, 조직 관리와 같은 기법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환경, 특히 기술적인 환경과 자연환경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와 같은 곳에 자세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과학기술, 환경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취직 때문에 경영학을 공부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경우 좋은 학교의 학부에서는 주로 과학기술, 공학, 인문학을 공부한 다음 필요한 경우 MBA를 통해 경영학을 익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는 경영학의 본질이 환경을 잘 읽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경영이라는 것은 결국 조직 속에서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는 과정을 수반합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디지털 분야는 a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 정보와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경영학의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ai, 빅데이터, 머신 러닝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지식을 쌓는 데 집중하고 외국어 공부나 여행도 다니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경영학과 학생들이 입학한 지 1년이 넘었지만 OT도, MT도 가지 못하고 교수들과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교수로서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빨리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고 많은 노력을 통해 성균관대학교의 학풍과 성균관대학교 경영 대학의 우수한 교수님들과 함께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동아리나 학회를 통해 선후배 간의 교류를 하고 그 속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자기 나름의 자기 관찰과 성찰을 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성균관대학교가 많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많이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코딩, 머신 러닝, 빅데이터, ai 분야를 공부해서 다시 오프라인 활동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힘드시겠지만, 개인의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Be patient and trust your journey.’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각자의 여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