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세 줄로 기록하다’
- 세줄일기 배준호 대표(정보통신공학부 00)

  • 537호
  • 기사입력 2024.04.09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443

“어떤 메시지를 딱 마주할 때 느끼는 한마디가 엄청난 용기와 힘이 되어줄 때가 있어요”.


일기는 하루를 마치고 쓰는 기록이다. 그날의 있었던 이야기와 감정을 담는다.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기록해 저장할 수 있다. 때로는 일기 쓰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배준호 대표는 그런 이들에게 하루 세 줄만이라도 매일 써보기를 권한다. 기록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세 줄 일기’ 배준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 ‘세 줄 일기’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윌리엄 대표 배준호입니다.



Q. 세줄 일기를 개발하게 되신 동기를 영상으로 봤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던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주실 수 있나요?

회사를 관두고 세계 여행을 떠났을 때 매일 일기 쓰는게 힘들다고 와이프에게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하루 세 줄만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얘기한 데서 세 줄 일기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공유와 공감도 많이 받아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달라는 출판사 연락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누구든지 세 줄로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 아이디어는 책보다는 콘텐츠 쪽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처럼 예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했고 개발자 친구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들었을 땐 형편없었죠. 그럼에도 2만 명씩이나 되는 분들이 다운을 받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투자도 받고 문제점을 개선하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Q.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개발을 모두 하신 건가요?

기획과 개발은 아주 다른 영역입니다. 기획자가 말하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고차원적 이야기를 개발자는 단순하고 명료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는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이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입은 이들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색감, 폰트, 글자 크기 등등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요. 프로토타입을 잘 만들어 개발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저는 컴퓨터공학을 나왔지만 개발 직군으로 가지 않아 개발자의 역량을 갖추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앱 설계와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큰 그림을 알 수 있어 개발자의 고충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었어요. 개발자가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개발자가 저한테 이건 만들 수 없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죠. (웃음)  


Q. 성대 재학 시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00학번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로 입학했고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도 재밌었는데 이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학부로 들어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들어오니까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었습니다. 저는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공과대학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아쉬움과 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한 번 명륜 캠퍼스에 가 박현성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Pr의 이해’라는 강의였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수업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수업 방식이 인상깊었고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주변에서 문과 복수전공을 하고 싶으면 경영학을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고민 하고 있을 때 박현성 교수님이 ‘네가 재밌고 끌리는 걸 해봐’라고 말씀하셔서 신문방송학 복수전공을 결심했습니다. 전과 명륜을 왔다 갔다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앱을 개발할 때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작업은 공대 지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신문방송학을 나와 일했던 홍보팀 이력과 영상 만드는 기술, 글쓰기를 좋아하는 체질은 세줄 일기의 단단한 줄기가 되어주었죠. 인문학과 공학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매일 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일기 쓰기를 습관화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기록은 왜 할까요? 기록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기록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이런 시간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은 바로 글이에요. 유일하게 내가 내 몸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오브제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 세 줄 쓰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Q. 세줄 일기가 여타 플랫폼과 다른 차별되는 특징이 있을까요?

SNS는 SNS이고, 블로그는 블로그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입니다. ‘세 줄 일기’는 일기를 담으라고 한 그릇이라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를 알리기 위함보다는 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세 줄 일기입니다. SNS는 자신의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지만 일기는 그 사람의 일상, 속마음을 담는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일기에는 힘들거나 안 좋은 일도 쓰니까요. 한 예시로 암 환자 분들도 세 줄 일기를 많이 이용하십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를 마련하고, 많은 이들이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세줄 일기에 개선하거나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을까요?

AI를 활용한 ‘일기 속 나와의 대화’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IT화, 디지털화 되지 않은 것은 ‘thinking’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생각, 느낀 점, 추억을 가공해 소중했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일기를 먹고 자란 AI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바쁜 하루 속에 예전 일기를 다 정독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수익성 문제도 짧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보면 아시다시피 사실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입니다. 광고주 투자 말고는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뭐로 돈을 벌어야 하나? 해답으로 최근엔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 줄 일기로 쓰는 키오스크’ 등 행사나 축제 현장에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간단하게 세 줄만 기록하면 내가 여기에 왔다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Q. 본인의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이 앱을 개발하려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간도 필요하지만 실행을 해야 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착수하세요.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처럼요. 그리고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합니다. 돈을 어떻게 끌어올지 고민하십시오. 중소벤처기업부, 여러 곳의 창업지원금 등을 잘 찾아서 투자받아 시작하세요.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해봐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20대,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가장 그럴 나이이죠. 내가 뭘 할 줄 알고 뭘 아는 사람인지 고민해 보는 세 줄의 시간이라도 매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1년이 됐든 5년이 됐든 천천히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너 그거 할 때가 아닌데’ 같은 주변의 메시지를 극복하고 도전하세요. 여러분이 ‘나다운 삶’을 그릴 수 있도록 우리 선배가 그런 걸 기다려주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갈게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 다 너무 똑똑합니다. 여기에 자신감만 조금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쫄지 마, 일단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