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따끔함,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시간이 됩니다”
헌혈 200회를 달성한 현역 장교,
국가전략대학원 심형섭 원우
- 591호
- 기사입력 2026.07.10
- 취재 김한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 조회수 73
"우리는 각자 다른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지만, '함께 사는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 책임이 있는 지성인들입니다.
지성은 인성을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빛날 수 있습니다."
헌혈, 누군가를 위해 내 피를 내어준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행하기는 더더욱 어려운데, 꾸준한 실천으로 200번의 헌혈을 달성한 사람이 있다. 우리 학교 국가전략대학원에 재학 중인 심형섭 원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형섭 원우는 최근 헌혈 200회 달성과 함께 오는 18일 대한적십자사 '명예대장'을 수여할 예정으로, 그 노고를 인정받았다. 헌혈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심형섭 원우와 함께 헌혈, 나눔과 그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을 앞둔 원우이자, 현역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심형섭입니다.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자 헌혈을 꾸준히 실천해 왔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 작은 실천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졸업을 앞둔 7월 18일, ‘헌혈 200회 달성’과 함께 대한적십자사 ‘명예대장’을 받으신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처음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학교 운동장에 찾아온 헌혈 버스를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쉽게 누군가에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저는 맛있는 초코파이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마냥 좋았습니다. 이후 나의 건강한 신체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헌혈의 집을 찾았어요. 하지만 헌혈을 거듭할수록 제 혈액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군인이 되면서, 제 몸을 더욱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 헌혈이란 행위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애국이자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확신을 갖고 지금까지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금장과 명예대장
| 200회라는 숫자는 한두 해의 노력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수치잖아요. 오랜 시간 꾸준히 헌혈을 실천하시면서 슬럼프가 찾아왔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건강 관리 비법이 있으신가요?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체 리듬과 건강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의 체력 관리를 위해 마라톤 대회 등을 꾸준히 참여하며, 기초 체력과 건강을 유지해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과거 마라톤 대회에서 운 좋게 수상한 경험도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지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건강 관리가 곧 타인을 도울 준비라고 생각했어요. 헌혈은 오히려 저를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상장과 메달
| 지금까지 헌혈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나 보람찼던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헌혈의 집 한쪽 벽면에 걸린 백혈병 환아 부모님의 지정헌혈 요청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조건과 맞아서 지정헌혈에 참여했었죠. 제 몸에서 빠져나간 혈액이 차가운 기계 속을 거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곧바로 이송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보람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과거에는 헌혈로 모인 혈액들이 각 병원으로 공급되어 환자들이 필요한 만큼 원활하게 수혈받았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헌혈량이 감소하면서, 병원이 혈액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환자 가족에게 직접 헌혈자를 구해오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한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한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그동안 모으신 수많은 헌혈증 대부분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백혈병 어린이들의 회복 지원을 위해 기부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에피소드도 한몫했었어요. 아픈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소중한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힘든 치료를 견뎌야 하는 백혈병 어린이들과 그 가족분들의 경제적·심리적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겁니다. 제가 가진 헌혈증이 그분들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아이들이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는 데 실질적인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헌혈증 기부증서
| 헌혈증 기부를 통해 실제로 도움받은 아이들이나 재단 측으로부터 소식을 들었을 때, 원우 님이 느끼신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기부를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재단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제가 하는 작은 실천의 의미를 느낍니다. 기부를 이어가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작은 행동이 마중물 되어 우리 사회의 온도를 올릴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킨다는 명예로움이 저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헌혈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하는 학우들이 많습니다. 원우 님이 생각하시는 ‘헌혈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와 그 가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대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고 오직 대가 없는 나눔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헌혈은 인류가 서로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상조(相助)의 가치인 셈이죠. 바쁜 일상과 학업 속에서 별도의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뾰족한 바늘이 내 팔을 찌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겠지만, 바늘의 따끔함 0.5초, 헌혈할 때 소요되는 약 30분(전혈 기준)의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한다면 꼭 헌혈에 동참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입대를 앞둔 학우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가 있다고 들었어요. 헌혈하면 군입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조금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병무청에서 육군 특기병이나 해군, 공군, 해병대 등을 지원할 때 헌혈 경력이 귀중한 가산점으로 인정됩니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의 헌혈 실적이 있다면 회당 점수가 부여(최대 3점)되어서 합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또한, 대한적십자사와 병무청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 별도 서류 제출 없이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군 복무라는 중요한 시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봉사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와 보직으로 입대할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 제도이기에 이를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군입대 가산점 외에도 성대 학우들이 "이런 마음가짐이나 혜택을 생각하면 헌혈이 결코 어렵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다"라고 느낄 만한 헌혈의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바로 앞, 혜화역에 헌혈의 집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정말 쉽게 동참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요. 저도 대학원 다니는 동안 수업 전후로 예약하여 자주 방문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인 매력은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헌혈 후 받는 혈액 검사 결과를 통해 평소 알기 어려운 건강 지표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다는 자부심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번외로, 헌혈하면 공연티켓, 편의점 교환권, 보조배터리, 여행용 세트 등 다양한 헌혈 기념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오는 8월 25일, 석사과정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학교 국가전략대학원에서의 대학원 생활은 원우 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추억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선 저에게 A+를 주신 교수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국가전략대학원에서의 생활은 제가 군인으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국가 안보와 전략적 사고를 학문적으로 깊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훌륭한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에서 안목을 키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멋진 원우 님들과 치열하게 토론했던 모든 과정이 값진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군에서의 경험과 학교에서의 이론이 융합됨을 느꼈을 때 가장 큰 학문적 희열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또한,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의 과목을 수강하며 문화예술, 미디어 산업 분야는 물론, 세계 문화정책, 문화유산 관리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교수님들과 동기들을 알게 되어 정말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졸업 이후 사회에서 펼쳐나가고 싶은 꿈이 있을까요?
우선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서, 대학원에서 배운 국가 전략적 식견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장교가 되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명예대장 수여에 안주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이어가며 꾸준히 마라톤을 뛰듯 나아갈 생각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 헌혈 200회 달성 소식을 듣고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의 헌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첫 헌혈을 망설이는 학우들에게 용기를 주는 다정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아주 잠깐의 따끔함이 두려워 망설여질 수 있다는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용기가 병실에 있는 한 가족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0회라는 숫자만 보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위대한 여정은 언제나 첫걸음부터 시작되니까요. 특히 우리 성대 학우분들은 학교와 가까운 혜화역에 헌혈의 집이 있으니, 다음 학기부터라도 공강 시간에나 하굣길에 동기, 연인의 손을 잡고 편안하게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도 여러분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한 학생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지만, '함께 사는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 책임이 있는 지성인들입니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갈고닦는 것만큼이나, 주변을 돌아보고 온기를 나누는 일에도 앞장섰으면 좋겠어요. 지성이 인성을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빛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성균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늘 헌신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걷는 모든 여정에 늘 건강과 성취가 가득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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