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으로 SSCI학술지 논문 게재
경제학과 김대한 학우

  • 509호
  • 기사입력 2023.02.13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8390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연구로 SSCI학술지 논문 게재


전세계 3,000개 이상 학술지가 등재된 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SSCI)는 사회과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목록이다. 경제학과 김대한 학우는 SSCI에 등재된 학술지인 International Review of Financial Analysis(IRFA)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영향력 지수인 Impact Factor가 5이상이면 재무금융 분야에서 좋은 학술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은데 IRFA학술지의 Impact Factor가 8.235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부생인 김대한 학우의 IRFA 논문 게재는 참으로 대단하다. 이번 논문 외에도 김대한 학우는 SSCI 학술지에 논문 게재한 경험이 있으며 학생군사교육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대한 학우를 만나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경제학과 18학번으로 졸업하는 김대한입니다. 경제학과 류두진 교수님의 연구실(SKKU Finance Lab)에서 학부 연구생으로서 2년간 공부했어요.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SSCI에 등재된 재무금융 분야 학술지에 총 2편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런 자리에 불러 주셔서 너무나도 영광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성균관대 질문왕입니다. 저랑 같이 수업을 들은 학우님이라면 아실 거예요. 호기심이 많습니다.


Q. SSCI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Determination of equilibrium transaction fees in the Bitcoin network: A rank-order contest”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Determination of equilibrium transaction fees in the Bitcoin network: A rank-order contest”는 최근에 International Review of Financial Analysis (IRFA)에 실은 논문입니다. 본 연구의 관심사는 블록체인의 시초인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이름이기도 하며 그 블록체인 내에서 화폐처럼 쓰이는 ‘암호화폐(=코인)’의 이름이기도 해요.


블록체인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여러분이 카페에서 카드로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결제하면 카드사와 은행이 그 거래를 처리합니다. 여러분의 계좌에서 2,500원은 사라지고 이는 은행의 장부에 기록되어 2,500원은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편, 블록체인은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 없이도 중복사용을 막고 거래를 처리해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거래가 처리될 수 있는 이유는 채굴자들이 경쟁을 하며 연산능력을 쏟기 때문입니다. 가장 빠르게 암호문제를 푼 채굴자는 새로운 블록을 하나 생성합니다. 채굴자는 자신이 생성한 블록에서 거래를 처리해주는 대가로 거래처리를 원하는 사용자들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해요. 채굴자는 각 거래에 붙은 수수료의 상대적 크기를 보고 블록에 담아 처리할 거래를 선별하며, 블록은 약 10분 간격으로 하나씩 생성됩니다.


큰 수수료를 제시하면 거래가 빨리 처리될 것이고 작은 수수료를 제시하면 거래가 느리게 처리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사용자라면 최대한 일찍 거래를 처리하면서 수수료는 최소한으로 내려고 할거예요. 사용자들의 전략적 수수료 제시에 따라 나타나는 경쟁을 모형화 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대기시간에 대한 거부감의 정도’에 따라 사용자가 균형에서 제시할 수수료 크기를 도출한 것이 제 논문의 핵심 기여입니다. 그렇게 도출한 균형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여러 변수들 간 관계도 논하였습니다. 제 논문의 섹션 3은 비트코인 거래의 원리에 대한 요약으로 일반인도 읽을 수 있으니 궁금하시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연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요?

수많은 블록체인(혹은 암호화폐)들이 등장했지만 비트코인과 유사한 것들이 많습니다. 비트코인에서 forking이란 방식으로 파생되었거나(예: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을 거의 모방한(예: 라이트코인) 블록체인들이 그것이에요. 많이들 들어보았을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꽤 다르지만, 결국 비트코인을 보고 만든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비트코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블록체인의 기초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합의방식(consensus mechanism)과 배분방식(allocation mechanism). 저는 배분방식에 초점을 두고 연구했어요. 배분방식은 블록체인 내에서 거래 서비스라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규칙을 의미합니다. 수수료가 존재하여 여기에서도 시장원리가 작동합니다. 비트코인 수수료의 결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심화된다면 연구자들과 사업가들이 새로운 블록체인을 고안할 때 배분방식을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생각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만 홀로 발달해서는 안됩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여 채굴자, 사용자, 투자자 등 여러 주체에게 참여유인을 주어야 해요. 또한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는 각종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렇기에 경제학자들의 역할이 필요해요. 그래야 제2의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경제학적 분석이 기술의 뒤꽁무니를 쫓는 양상이지만 언젠가는 경제학자들이 블록체인 산업의 방향성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Q.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비트코인 ‘가격’ 결정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으나 너무 어려웠어요. 학자들이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군사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본격적인 훈련 시작 전 대기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미리 인쇄해간 논문들을 읽었어요. 그때 정말 재미있는 논문을 만났습니다! 그게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에 관한 연구였어요. 최상급 저자가 최상급 학술지에 실은 연구였으나 제 눈에는 그 논문이 완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연구실에 복귀하고 바로 돌입한 것이 그 연구의 확장이었습니다.


Q. 총 2편의 SSCI 논문 게재를 했는데 처음 논문 준비 때와 달리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었나요?

교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세미나에 참가하여 연구 프로포절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밤새서 구상한 것을 발표했는데 교수님께서 “학부생스럽다”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코멘트를 계속 받으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뉴스를 보고 주제를 정했어요. 그렇게 쓴 게 Financial Innovation에 실은 규제 관련 정책 연구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허술한 점이 많은 연구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구를 이어 나갔습니다. 경제학, 재무학, 컴퓨터 과학, 산업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문헌들을 소화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에 대하여 공부했습니다. 어느새 이 분야에 대하여 전문가는 아니어도 아는 체는 조금 해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어요(웃음). IRFA라는 괜찮은 저널에도 도전하여 논문을 실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Q. 논문 작성에 도움이 된 학교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경제학을 복전하는 인문대 친구, 손재민을 만나 연구학점제를 같이 시작했어요. 제 지도교수님께서는 연구학점제를 통한 학부생의 연구활동을 적극 장려하셨습니다. 학부생임에도 주 2~3회 일대일 미팅과 주말 랩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활동이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매 방학마다 ROTC 훈련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교에 도전할 수 있는 여러 제도 중 하나입니다. 남녀 둘 다 할 수 있어요. 입단하게 되면, 3학년~ 4학년 동안 아침 주 2회 군사학 수업을 수강해야 하고 방학 때는 육군학생군사학교로 훈련을 갑니다. 다른 기수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3번의 방학 훈련을 마쳤습니다. 저는 이제 육군장교로 임관을 합니다. 저는 인스타를 안 하지만 학군단 인스타가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Q. 학생군사교육단에 들어간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공동체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축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그런 것들이 여기에 포함될 거예요. 안보 및 국방도 그 축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게 꼭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각종 매체들로 국내 정치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반면, 국방에 대한 것들은 외부인으로서 알기가 어렵습니다. 공동체에 기여하려면 군 조직에 들어가 군사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신체검사에서 본래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장교의 길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Q. 학생군사교육단이 김대한 학우에게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요?

훌륭하신 단장님과 교관님께 배웠던 것이 첫번째 혜택입니다. 군대의 리더를 넘어 사회의 리더가 되라고 교육하셨습니다. 둘째는 최고의 동기들을 만난 것입니다. 함께 무수한 고개를 넘고 군사기술을 연마했습니다. 61기 동기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챙겨주기보다는 챙김을 받았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셋째는 장학금입니다. 학군단 덕분에 장학금을 받으며 더 알찬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경제대학원 연구실 5팀방(왼) | 김대한 학우의 연구실 책상(우)


Q. 학기 중 성균관대학교 캠퍼스에서의 김대한 학우 모습이 궁금합니다. 어떤 학생인가요?

1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동아리 회식에서 맥주 마시는 걸 제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선형대수학 수업에 푹 빠져 있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도서관에서 선대 책을 읽었습니다. 영어 책이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해서 거듭 베껴 적으며 음미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공부가 재미있었던 시절입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대학생활이 날아갔어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점이 2점대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치열하게 살게 된 계기가 3학년 시작할 때쯤에 시작한 류두진 교수님의 연구학점제입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으나 점차 적응해갔습니다. 4학년 때는 연구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교수님을 뵙고 연구 진행상황을 보고 드렸습니다. 그러고선 경제대학원 5팀방에 있는 자리에 앉아 연구를 시작했어요. 심심할 때면 선배가 하는 재미있는 연구를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에도 졸업 전 유종의 미를 남기기 위하여 연구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몰두하다 보면 다음날 아침일 때도 있습니다. 힘들어도 석박사생 선배들이 같이 자리를 지켜주니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임관하여 책임감과 리더십, 체력을 기르고 싶어요. 이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금융경제학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금융의 탈중앙화를 이끌고 있어요. 금융의 탈중앙화는 제가 학부생 대표로 참가했던 성대명륜강좌 특강에서 노벨상 수상자 Myron Scholes 교수님께서 전망하시기도 한 것입니다. 이 흐름에 올라타 핀테크(finance와 technology의 합성어) 산업의 최전선을 개척하며 인류의 풍요와 자유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성대명륜강좌 노벨상수상자(Myron Scholes) 특강에 참가한 김대한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