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빵을 나눕니다"
빵 굽는 남궁보민 학우

  • 463호
  • 기사입력 2021.03.12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15760

빵은 참 맛있고, 나눔은 참 고맙다.  <성대생은 지금>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누군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나누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행위다. 우리 대학에 자신이 직접 구운 빵을 나누는 학우가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로 우리 학교 최대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빵굽는무밍’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전자전기공학부 17학번 남궁보민 학우다. 졸업 전에 열심히 빵을 나눠 성균웹진에서 인터뷰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기분 좋은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에브리타임에서 ‘빵굽는무밍’이라는 닉네임으로 빵을 나누고 있는 전자전기공학부 17학번 남궁보민입니다. 제가 만든 빵을 많은 분들이 드셔보시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나눔이 어느덧 9개월이 되었고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학우께 제가 만든 빵을 선물해드렸습니다.


ⓒ남궁보민 학우가 직접 구운 빵들



Q.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자꾸 보다 보니 왠지 저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하나둘씩 따라 해봤는데 레시피 속 사진과 제가 만든 게 똑같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취미 삼아 꾸준히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후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을 때 제과기능사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어요.



Q. 베이킹 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빵은 오븐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저 밀가루 반죽이지만 구워진 후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양과 향을 가지게 되는 게 매력적이에요. 오븐 앞에 서서 빵이 부푸는 걸 보고 있으면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때때로 원하는 대로 구워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어떤 게 문제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한번 해보자’라고 담담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게 베이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빵 굽기 전과 후


Q.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산꼭대기에 위치한 가정집에서 진행하는 쿠킹클래스를 들었던 적이 있어요. 남부 지역의 전통 티라미수 레시피를 배울 수 있다 해서 갔는데 인생에서 먹은 티라미수 중 제일 맛있는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약간의 레시피 수정을 거친 뒤 가족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며 S사와 T사의 티라미수와 비교한 결과, 가족 모두 제가 만든 게 제일 맛있다고 얘기했을 때 정말 신났던 기억이 있네요.



Q.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빵굽는무밍’이라는 닉네임으로 빵 나눔과 생일 케이크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만든 빵이 너무 맛있어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데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랑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고민하던 중 학우분들께 나누면 어떨까 싶어 이벤트성으로 시작한 나눔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그렇게 시작한 게 어느덧 9개월이 됐네요.



Q. 나눔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2월에 진행한 명륜 나눔은 원래 구움과자 100세트를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해본 대량생산에 긴장했던 탓인지 스콘 반죽에 문제가 생겨 전량 폐기하게 되었어요. 그때가 새벽 5시였고 정말 속상해서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몇 주에 걸쳐 계획한 걸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에 마들렌과 휘낭시에를 열심히 구워 50세트를 나누고 오는 데 성공했답니다. 나눔 때마다 실수가 한 번씩 있긴 했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큰 실수는 처음이었어요.



Q. 나눔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나눔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다는 것, 그 자체가 나눔의 행복 같아요. 나눔을 하는 사람은 본인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받는 사람은 따뜻한 마음도 함께 전해 받기에 더 행복하니까요.



Q. 가장 좋아하는 과자나 빵을 소개해 주세요.

‘초이고야’의 쑥깜빠뉴, ‘츄이구이브레드’의 매쉬드포테이토치아바타, ‘호라이즌식스틴’의 리틀포레스트를 좋아해요. 대체로 꾸덕꾸덕한 디저트와 담백한 하드 계열 빵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것 중에는 솔티카라멜휘낭시에가 제일 맛있어요. ‘겉바속쫀(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과 ‘단짠(달면서 짠)’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디저트에요.



Q. 제과제빵 이외에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기기 전까지는 밴드 활동을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거의 10년 가까이 음악과 꼭 붙어 살아왔기에 어쩌면 베이킹보다 더 친한 사이인 것 같아요. 작년에도 3번의 공연을 준비했지만 결국 모두 취소되어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요.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공연도 보러 가고 직접 공연도 하고 싶습니다.



Q. 제과제빵을 통해 학우들에게 진행하는 나눔 외에도 플리마켓, 택배 배송,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새롭게 도전하고 싶으신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2월 인문사회캠퍼스에서 구움과자 50세트 나눔을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목표를 달성했고, 처음 나눔 시작할 때 목표였던 성균웹진 인터뷰도 생각보다 빨리 이루게 되었어요.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빵맥(빵+맥주)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어요. 공연은 제가 하고 공연 보러 오신 분께는 제가 만든 빵을 선물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을 꾸며보고 싶습니다.



Q.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요약한다면

‘음악과 베이킹’, 두 단어가 제 학교생활을 전부 말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난 사람들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빵을 좋아하는 사람 두 분류로 나뉘거든요. 그만큼 제가 좋아하는 걸 아낌없이 해온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남궁보민’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눔을 통해 만난 모든 분들도 절 생각하셨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시길 바라며 나눔을 진행하고 있어요.



Q.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댓글과 쪽지로 보내주시는 모든 응원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해요. 종종 준비한 게 없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시간 내서 받으러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거기에 더해 맛있게 드신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졸업까지 1년이 남았으니 남은 1년 동안 더 많은 분께 나눠드리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올해 봄 학기 개강 날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진행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