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온 디나 우알리 학우

  • 503호
  • 기사입력 2022.11.14
  • 취재 박정원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8963

숨가쁘게 달려온 올해도 벌써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땅을 차고 나가려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지.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학우를 만나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디나 우알리 학우가 들려주는 ‘마음 돌보기 방법’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20살 모로코계 네덜란드인 디나 우알리(Dina Ouaali)라고 해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3학년 학생입니다. 취미는 축구와 같은 운동, 독서, 비디오 게임이에요. 심리학, 의학, 신학, 철학 분야에 열정을 갖고 있어요. 이 주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약간의 베르베르어(북아프리카 언어)와 영어를 할 수 있고 현재 아랍어도 배우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지만 고향에 있는 이웃집 고양이와 친해요. 그 고양이의 이름은 코제트랍니다.



▶ 학우님의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현재도 그곳에서 부모님과 17살 된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고 자전거, 운하, 각 구의 독특한 특징들로 유명해요.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그 도시와 주변에 살고 있어 매우 다문화적이고 서울보다 훨씬 작아서 어디든 접근하기 쉬우면서 아늑한 느낌을 줘요. 식당, 바, 카페에서 야외 테라스에 앉는 것이 전형적으로 ‘네덜란드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맑은 날이면 거리에 행복한 네덜란드인들이 가득해요. 도로 위를 달리거나 길에 주차된, 심지어 운하에 놓여 있는 많은 자전거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게다가 비가 올 때도 "우리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뜻의 "We zijniet van suiker gemaakt"라 말하면서 자전거를 타고는 해요.



암스테르담의 각 구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암스테르담 동부에 살고 있는데 다문화적이고 아늑해요. 장을 보거나 공원을 산책하고 카페 테라스에 앉기 좋아요. 에이뷔르흐(Ijburg)라는 섬은 여름에 가기 완벽한 장소예요. 남부에는 여러 대기업들이 있어요. 서부는 모로코인들과 터키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그곳에서 훌륭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요. 북부에 가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거리에서 맞이해주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중부는 운하와 궁전이 위치한 댐 덕분에 관광하기 아주 좋아요. 마지막으로 비즐머는 네덜란드 최고의 축구 클럽 ‘아약스’의 경기장인 요한 크라위프 아레나가 있는 곳이에요. 저는 아약스의 열성팬이라 경기를 보기 위해 자주 방문해요. 정리하자면 암스테르담은 캐주얼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도 가득하면서, 편안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도시입니다.


▶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됐나요?

저는 8월 중순에 한국에 도착했고 12월 말까지 머무를 예정이에요. 한국으로 오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혼자 여행하는 건 처음이라 저에게 크고 활기찬 한걸음이 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제 친구들과 가족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 진짜 목표로 삼아버렸죠. 이곳에 오기 전 한국, 서울, 그리고 한국 문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한국이 네덜란드에서 K-POP과 K-드라마 덕분에 더 인기가 많아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도 그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니었어요. 저는 전에 보지 못했던 세계의 한 부분을 탐험하는 것에 진정한 흥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한국이 아닌 다른 목적지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제 전공에 있어서 한국의 대학과 교육과정들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가 크다 보니 '문화충격'을 겪을 각오가 돼 있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그런 일이 없었죠. 네덜란드, 모로코와 한국의 문화가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건 느꼈지만 낯선 문화에 대해 관심과 열린 태도를 가지니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외국인으로서 다른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아서 놀랐고요. 저는 서울에서 산책하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고, 한국인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도요. 한국 사람들의 평소 패션에 놀라기도 했어요.



▶ 한국에서 살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비건 음식을 찾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종교 때문에 육류를 먹을 수가 없어서 채식이나 생선만 사용한 음식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거든요. 한국은 대부분의 음식에 고기가 들어 있어서 가끔 힘들기도 해요. 특히 낯선 장소에 갈 때요. 다행히 제가 지내는 곳과 캠퍼스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마땅한 곳을 찾았어요.


▶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된 이유를 들려주세요.

학교가 제공해주는 것들에 놀랐어요. 재미있는 학교생활과 좋은 분위기, 교육의 질, 심리학과 교육과정, 캠퍼스의 입지도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 현재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제 전공은 심리학이에요. 저는 정신건강에 대해 큰 열정을 가지고 있고,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느꼈어요. 저 역시도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기 때문에 제 정신건강에 투자하는 일이기도 했죠. 심리학자로서 주변 사람들과 미래의 클라이언트들,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 중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성균관대학교에서의 대학생활 중 인상깊은 기억이 있나요?

한 가지 자랑스러운 건 성균관대학교의 여자 축구팀이에요. 모든 연습이 즐거웠고 매우 안전하고 수용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었어요. 외국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기뻐요.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날에도 분명 잊지 못할 거예요.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저의 어릴 적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목표는 종교적 또는 인종적 배경을 가진 네덜란드 여성들을 돕기 위한 심리상담센터를 여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치료사와 클리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 사실은 사람들이 치료사에게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만들죠. 저도 네덜란드에서 종교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지기에 이런 여성들에게 변화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어요. 이외에도 여행을 계속하며 전세계의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정신건강 챙기는 것을 잊지 마세요. 우리 대부분의 공통점은 학문적으로 재능이 있거나 미래의 목표에 대해 열정적이라는 것이지만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잊어버리죠. 정신건강은 단지 불안, 우울증, ADHD에 관한 것만이 아니에요.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은 밤에 푹 쉬거나 신체 활동을 하고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일이기도 해요. 만약 여러분이 자신에 대해 나쁜 생각이나 말을 하게 된다면 자신을 칭찬하세요.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책, 게임, 액세서리를 사거나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체건강과 다름없이 평범한 현상이니까요. 더 많은 인식과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는 주제인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