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온 판이리 학우

  • 461호
  • 기사입력 2021.02.11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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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1월이 공식적인 한 해의 시작이래도 겨울방학을 지내는 학생들에게는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고 베란다에서 묘한 훈기가 감도는 2월 중순쯤이야말로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이다. 며칠 전 2월 3일은 입춘(立春)이었다.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을 준비하며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각자의 일상을 꾸려갈 채비에 한창이다.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2년 반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말레이시아의 Fan Yee Li (판이리) 학우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 이진기교수님 연구실의 대학원생 Fan Yee Li (판이리) 입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사람이고요. 2020년 겨울 학기에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판이리 학우의 고향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한 국가 안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적인 특징을 가졌다. 말레이시아가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지닌 국가인 것처럼, 판이리 학우는 한국에서 지낸 2년동안 수많은 활동과 성과를 보여주었다. 2020년 한국가시화정보학회의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논문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으로서 학업성적 최우수상을 받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Q. 2020년도 한국가시화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으셨는데 연구 내용은 무엇인가요. 수상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 저희 연구실은 미세 유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제 연구 주제는 '소수성 마이그로 사이즈 그루브 표면의 액적 충돌 현상을 고속 이미징을 통해서 분석하는 연구'에요. 

액적과 관련된 ink jet printing과 droplet heat condenser의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연구했어요. 우선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지도 교수님이신 이진기 교수님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정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항상 저에게 격려와 함께 전문적인 자문을 주시고 연구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셨거든요. 두 분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많은 도움을 주신 연구실분들께도 정말로 감사드려요.



Q. 한국가시화정보학회에서 한국어로 발표하셨다고 들었어요. TOPIK 6급을 따실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하신데,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와 유창한 한국어 비결이 궁금해요.

▶ 대한민국 정부 초청 외국인으로서 타 대학교에서 어학과정을 수료했어요. 덕분에 한국어 실력을 키워서 한국어로 발표까지 할 수 있었네요. 한국어에 관심이 가게 된 계기는 역시 여행 덕분인 것 같아요. 대학교 2학년 학부생 시절 여행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한국어를 하나도 몰랐는데, 여행을 계기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이후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단조로운 공대 공부에 재밌는 공부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 학교 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한국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좋아하는 가사를 필사하거나, 대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한국어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상적인 한국어가 많이 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 없이 언어를 공부했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제 5회 KSME-SEMES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에서 ‘Laser 가공기술과 액체 다이오드를 활용한 다중 스케일 열전달 표면’이라는 아이디어로 동상을 수상하셨네요. 성균관대학교에서 눈에 띄는 좋은 성과들을 굉장히 많이 내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수상한 아이디어에 대한 소개와 활동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려요.

▶ ‘KSME-SEMES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는 단체로 출전하는 경진대회예요. 교수님과 연구 경력이 풍부한 선배님들과 함께 참가해서 결과와 별개로 정말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었어요. 저희는 열 교환기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했어요. 레이저 가공을 통해 액체를 일방향으로 수송하는 다이오드를 만들어서 높은 열전달을 구현했어요. 대회 내내 활발하게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타인과 협력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졌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이토록 영민한 판이리 학우가 다양한 선택지들 중에서도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에게 우리 대학에 온 이유와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한국의 수 많은 대학교 가운데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도시에서의 삶을 선호하지 않아서 서울보다는 수원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최근들어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의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Q. 타국에서 공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어떠셨나요.

▶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교내 외국인유학생지원팀 정부 초청 장학생 업무 담당자분들께서 잘 챙겨주셔서 걱정 없이 공부와 연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연구가 항상 잘 되는 건 아니라서 대학원 생활이 고될 때도 있었지만, 연구실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걸 하나 더 꼽아보자면, 바로 이진기 교수님의 '마이크로 열유체공학' 수업이에요.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화이트보드를 사용해가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교수님의 설명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졸업 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모르는 게 여전히 많아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않아 있고요.  미래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Do things from love, not for love'라는 말이 있어요. 사랑을 원동력삼아 살아가며,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삶의 매 걸음이 가지는 가치의 힘을 믿는 판이리 학우. 오늘의 판이리 학우가 미래의 판이리 학우에게 보내는 단단한 믿음이 고스란히 도착되길 바라본다.